유비쿼터스 시대는 단순한 기술적 발전뿐만 아니라 사회적·법률적·철학적 성숙을 요구한다.

모든 개인 정보가 노출되고 악용될 수 있는 시대인 만큼 그에 걸맞은 규범과 윤리로 무장한 제도와 정신세계가 필요하다.

이것이 없다면 유비쿼터스 시대는 무질서한 정보유통으로 대혼란을 겪을 것이다.

이 때문에 유비쿼터스 시대가 가져올 대재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어떤 문제가 있고,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짚어보자.

◆5대 악(惡)의 횡행

유비쿼터스 시대의 역기능을 우려하는 시민단체 등은 감시사회 강화,개인정보 침해,바이러스 해킹확산,사이버 사회윤리 추락,사이버범죄 등 5대 역기능을 우려한다.

이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이 감시사회의 강화다.

모든 사물에 RFID 전자태그가 부착되고 정보가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되면 국가권력은 감시강화의 유혹에 빠질 것이라는 얘기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파놉티콘(panopticon)이 아이로니컬하게도 미래첨단 시대에 나타나는 셈이다.

센서와 위성,카메라를 통한 감시사회를 묘사한 영화 데몰리션 맨(1993년)과 위성을 통해 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 에너미 오브 스트레이트(1998년)가 유비쿼터스 사회의 문제점을 잘 나타내주고 있다.

개인정보 침해도 문제다.

언제 어디서나 인간과 사물이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시대는 곧 언제 어디서나 개인정보가 노출되고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한 직장인이 가방을 들고 서울 광화문 거리를 걷는다고 가정해 보자.그럼 이 직장인이 누구인지,어떤 콘돔을 샀는지,어떤 면티를 입고 있는지 다 노출될 수 있다.

모든 사물에 부착된 RFID 전자태그 때문에 센서를 지날 때마다 읽히는 탓이다.

누구와 만났는지,어느 곳에서 숙박했는지,가방 속에는 어떤 물품이 있는지 등이 다 노출된다.

새로운 해킹기술과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도 있다.

유비쿼터스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만큼 해킹기술과 복잡한 바이러스가 발전 또는 확산된다는 것이다.

유비쿼터스 사회의 초기단계인 요즘도 각종 윤리가 실종되고 사이버범죄가 넘쳐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래사회에 대한 불안감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정보노출 회피도 쉽지 않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RFID를 거부하려 해도 쉽지 않을 것이다.

유비쿼터스 시대에 상호 정보교환을 거부하면 잠재적 범죄자나 요주의 인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블랙리스트에 오를 수도 있다.

만일 전자추적을 교란하기 위해 거짓정보를 흘리거나 자신의 모든 물건에서 RFID칩을 없애려 한다면 '정보제공 불량자'로 낙인 찍혀 아예 다른 정보망을 이용하지 못하는 불이익 내지는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정보노출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요구받을 수 있다.

정보유출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생체정보 등록을 국가차원에서 강권(强勸)할 개연성이 높다.

◆국제적인 저항운동 거세다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한 국제적인 저항 움직임도 강해지고 있다.

질레트 구매자들은 진열대에서 질레트 면도기를 집어들면 신호가 보내지고 사진이 찍히는 사실을 알고 질레트 보이콧 운동을 벌였다.

호주 소비자들은 전자추적표가 숨겨진 '마하3' 면도기가 호주에 상륙하자 빅브라더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미국의 소비자단체 CAPIAN(Consumers Against Supermarket Privacy Invasion and Numbering)은 국제적인 보이콧 캠페인을 조직해 실행 중이다.

질레트의 사진촬영을 막았고,의류에 1500만개의 칩을 부착하려던 베네통을 상대로 반대운동을 벌여 사생활 노출을 막았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IT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