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학자인 잭 홀 박사는 남극에서 빙하를 탐사하던 중 지구에 이상변화가 일어날 것을 감지한다.

국제회의에 참가한 그는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을 바꿔 결국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이는 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얼마 후 엄청난 폭풍과 해일이 몰아닥치고 빙하가 대도시를 덮쳐버리는 기상 이변이 속출하면서 그의 예상은 현실화돼 버리고 말았다.

이 같은 내용은 영화 '투모로우'(The Day After Tomorrow)의 줄거리다.

짧은 시간에 이 같은 대재앙이 한꺼번에 몰아닥칠 가능성은 별로 없지만,장기적인 관점에서 불가능하지만은 않은 일이라는 게 과학자들의 견해다.

◆해수면이 높아진다

영국남극조사단(BAS)은 지난 4월 눈길을 끌 만한 연구결과를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1947년부터 최근까지 찍은 남극 반도의 해안 빙하 사진을 분석한 결과 빙하의 87%가 평균 600m 줄었으며,'위도슨' 빙하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연간 1.1km라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BAS는 이 같은 현상이 궁극적으로 지난 세기에 걸쳐 평균 섭씨 2도나 오른 지구 온난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지구 전체 담수의 90%를 담고 있는 남극의 빙산은 1년에 약 1조t의 얼음을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처럼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은 해수면 상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지난 100년간 지구 해수면은 10∼20cm 상승했으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1m까지 상승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만약 해수면이 1m 상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계 지도를 다시 그려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경우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은 지도상에서 사라지고 방글라데시 같은 저지대 국가도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중국의 상하이나 영국의 런던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상당 부분의 영토를 잃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실제로 100년 안에 일부 해안과 섬 지역이 바다에 잠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바다가 기후변화 가져온다

노르웨이 연구진은 최근 '바다가 점점 싱거워지고 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1965년부터 1995년까지 30년 동안의 실측자료를 연구한 결과 1960년대 이래 대서양의 염도가 점점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유는 민물 유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북반구의 빙하가 녹으면서 바다로 흡수된 탓도 있지만 대기 중의 수분 증가로 인해 강수량이 늘어난 영향도 큰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여기에서 주목할 부분은 민물의 유입으로 인한 해류 변화다.

해류는 따뜻한 적도 바다와 차가운 북극해를 오가며 지구의 열(熱) 균형을 유지해 주는데,민물 유입으로 인해 해류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해류의 흐름이 조금만 변해도 기상에 변화를 가져와 태풍이나 가뭄 등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물론 이에 대한 과학적 해석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말이다.

해수 온도의 변화도 기후 변화를 가져오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아열대성 어류가 자주 발견되고 갈수록 태풍의 위력이 강력해지는 데에도 해수의 온난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해수의 온도 변화는 해류의 흐름마저 바꿀 수 있다.

이 같은 해류 변화가 엄청난 기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이제는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