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동남아를 휩쓴 지진해일(쓰나미)과 최근 미국을 강타한 슈퍼 허리케인 등 초강력 기상이변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태풍은 해마다 강도가 세지면서 태평양 지역을 휩쓸고 있고,폭염과 폭우는 번갈아 가며 유럽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그런가 하면 아프리카 지역은 오랜 가뭄으로 식량난까지 겪고 있다.

이처럼 세계가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데에는 ‘지구 온난화’가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막대한 량의 온실가스 배출과 삼림 파괴로 인해 지구가 갈수록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지구는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비와 바람 등 다양한 기상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지구의 기후 변화와 그 원인에 대해 알아보자.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와 조지아공대 연구진은 최근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최강급 허리케인의 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70년부터 2004년 사이의 열대성 폭풍들을 조사한 결과 허리케인의 수 자체가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4~5급의 최강급 허리케인 수는 지난 70년대의 연 평균 11회에서 90년 이후 연 평균 18회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연구진들은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 기간에 열대 지역의 해수면 평균 온도가 섭씨 1도가량 올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론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의 온도 상승이 태풍 대형화의 중요한 원인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세계는 기상이변 진행 중

과학계에서는 일반적으로 과거 30년 동안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던 기상 상태가 나타나는 것을 '이상 기상'(abnormal weather)으로 정의한다.

이상 기상은 그만큼 보기 드문 현상이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이상 기상 수준의 현상이 지구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진해일(쓰나미)과 집중폭우에 슈퍼 허리케인에 이르기까지 올 들어서만 세계를 경악시킨 자연의 재앙들이 연이어 몰아쳤다.

지난달 미국 남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자연재해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해 말 동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는 20만명 이상을 죽음으로 몰아갔다.

중국은 집중호우로 1000여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에 앞서 유럽에서는 2002년 '100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밀어닥쳐 막대한 피해를 냈으며 2003년엔 2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폭염이 휩쓸고 지나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01년 90년 만의 가뭄에 이어 2002년에는 5조원이 넘는 피해를 낸 최악의 태풍 '루사'가 불어닥쳤다.

최근 10년 동안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의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는 게 과학자들의 분석이다.

◆우리나라 기후가 바뀐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한반도 연근해의 수온은 지난 30년 동안 약 섭씨 0.8도가량 상승했다.

이 수치는 상당한 기후 변화를 뜻하는 것으로 이 같은 추세대로라면 우리나라 해역이 온대에서 아열대로 바뀌는 것도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과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기후 변화의 증거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남해에서 잡히던 멸치떼가 지금은 서해 북부까지 올라갔고 아열대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일부 해파리 종류가 동해안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반면 찬물에서 사는 명태나 대구는 점점 우리 해역에서 사라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남쪽 해안에서 주로 자라는 동백나무가 서울에서도 잘 살아남고 남쪽 지역의 나비가 중부 이상의 지방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지구 온난화가 주범(?)

세계적인 기상 이상과 기후의 변화에는 지구 온난화 현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과학계의 통설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로 인한 온실 효과,목초지의 파괴 등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각종 기상 현상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지난 100여년 동안 지구 온도는 1~2도가량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평균 1도의 기온 상승은 열대 기후대의 북쪽 경계선을 약 200km나 북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마 이번 세기 동안 온도가 몇 도만 상승해도 그 영향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일지 모른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