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독스 경제학] 엔환율 내렸는데 美 무역적자 더 늘어?

환율은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국제경제에 있어 언제나 초미의 관심사가 돼 왔다.


1800년대 중반 이후 세계경제는 금본위제로 거의 통일되면서 급속한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1차대전 이후 금본위제라는 통일된 국제통화시스템이 붕괴됐다.


일부 학자들은 이 같은 금본위제 붕괴가 1929년 시작된 세계대공황의 원인이었다고 주장할 정도이니 국제통화시스템과 환율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2차대전 이후 다시 세계경제는 브레튼우즈 시스템이라는 고정환율제를 국제통화시스템으로 도입해 1960년대 말까지 전후 경제회복과 안정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70년대 초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되면서 세계경제는 완전변동환율제의 시대를 맞이했고,각국은 자국통화 가치를 안정시키면서도 무역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 환율을 끊임없이 조정해 왔다.


일반적으로 환율과 무역수지 사이에는 대체로 명확한 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환율이 상승하면 자국통화 가치는 하락하고,그렇게 되면 수출하는 물건 값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반면 수입하는 물건 값은 오르게 된다.


예를 들어 1달러에 1000원이던 환율이 1200원으로 올랐다면 1000원짜리 우리나라 물건이 미국에서 팔리는 가격은 1.2달러에서 1달러로 하락하게 된다.


반면 1달러짜리 외국 물건은 국내에서 1000원이었다가 1200원으로 오르게 된다.


따라서 환율이 상승해 자국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하게 됨으로써 무역수지가 개선되는 것이다.


그러나 환율변동 초기에는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역설적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환율과 무역수지 사이에 역설적 현상이 발생한 것은 198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속 커져만 가던 무역적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미국은 1985년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선진 5개국에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달러화 약세를 유도해 주도록 요청했고,그때부터 달러화 가치는 단시일 내에 급속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미국은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의 수출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함으로써 무역수지가 개선될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기대했던 효과는 2~3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이른바 J커브 효과(J-curve effects)라는 이론이 등장했다.


J커브 효과란 환율이 변동하더라도 수출과 수입의 수량변동은 가격변동보다 느리게 나타나므로 무역수지가 처음에는 악화되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개선된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일본으로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물건의 경우 엔화가 강세를 보여 미국 내 판매가격이 올라도 가격변동에 수량변동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으면 초기에는 같은 수입물량에 대해 더 높은 값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무역수지가 오히려 악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사람들이 점차 일본 상품에 대한 수요량을 줄여나가게 되고 그렇게 해서 무역수지가 개선된다는 것이다.


세로축을 무역수지,가로축을 시간으로 하는 평면에 시간의 경과에 따른 국제수지 개선상태를 그래프로 그려보면 환율변동 초기에는 그래프가 아래쪽(무역수지 악화)으로 움직이다가 점차 위쪽(국제수지 개선)으로 향하게 되고, 이 모양이 마치 영문자의 J자와 유사하다 해서 이를 J커브 효과라고 부르게 됐다.


실제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1988년부터 개선되기 시작해 약 4년간에 걸쳐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엔화가 그 후에도 지속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미국의 무역수지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못했고,90년대 이후 다시 늘어나기 시작한 미국의 무역적자는 오늘날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미국은 다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등에 대해 환율을 조정하라는 압력을 가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라고 하겠다.


구조적 문제를 제쳐두고 환율만으로 무역수지 개선을 꾀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어쩌면 한계를 보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노택선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tsroh@huf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