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진화의 비밀] 화석은 진화의 연결고리 푸는 열쇠

과학잡지 네이처는 지난 4월7일자에서 '2002년 아프리카 차드에서 발굴된 투마이(Toumai)의 두개골을 복원한 결과 침팬지나 고릴라 같은 유인원이 아니라 직립 보행을 하는 호미니드(hominid·원시인류)의 특징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투마이 두개골이 700만년 전쯤의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류의 기원이 700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결론은 아직 명확히 내려지지 않고 있다.


직립 보행을 한 최초의 원시인류는 500만∼600만년 전쯤에 나타났다는 게 아직까지는 통설이다.


◆인류 진화의 역사


진화론에 따르면 우리 인류와 침팬지 고릴라 같은 유인원은 약 600만년 전에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


직립 보행을 한 이 원시인류는 수백만년을 거친 후 지금으로부터 1만∼20만년 전쯤 현재 인류의 직계 조상으로 진화했다.


인류와 유인원이 처음 분리된 이후부터 현생 인류가 나타나기까지의 시기는 흔히 진화의 '잃어버린 고리'로 불린다.


진화론을 입증하려면 이 수백만년의 시간 동안 인류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를 명확히 증명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그래서 화석 연구를 통해 이 잃어버린 고리를 연결시키려고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시대별로 몇몇 특징적인 인류(혹은 아닐 수도)의 화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약 600만년 전 처음 유인원과 분리된 원시인류는 원숭이와 사람의 중간 형태로 원인(猿人)으로 불린다.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미니드'라 일컬어지기도 한다.


1974년 발굴된 '루시'라는 이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대표적인 원인이다.


루시는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며 약 300만년 전에 살았다.


이어 약 200만년 전부터는 좀 더 현재에 가까운 인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완전히 걷게 됐을 뿐만 아니라 도구와 불을 사용하는 지혜를 가져 '호모'(Homo)라는 이름이 붙었다.


100만년 전쯤에 나타난 베이징 원인(原人)은 호모에렉투스(곧게 선 사람),30만년 전 나타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사피엔스(지혜있는 사람)로 분류된다.


현생 인류의 조상인 크로마뇽인(호모사피엔스)은 약 20만년 전에 모습을 보였다.


현생 인류가 어디에서 처음 생겼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지금까지는 인류의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오랜 기간을 거치며 현재 인류로 진화한 뒤 다른 대륙으로 퍼져나갔다는 아프리카 기원설이 정설로 돼 있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진화론이 과학계의 통설로 여겨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완벽하지는 않다.


수십만년 혹은 수백만년의 시간차를 두고 드문드문 발견되는 화석들만으로는 오랜 진화의 연결고리를 꿰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전학적으로 진화의 상관관계를 완벽히 규명하는 것도 아직은 무리다.


진화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금껏 발견된 화석들조차도 진화의 연장선상에서가 아니라 각기 독립적으로 나타난 종에 불과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인류가 유인원과 분리된 시기에도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지난 1일 네이처에는 50만년 전에 살았던 침팬지의 화석을 발견했다는 논문이 실렸는데,이 논문에는 인근에서 인류 화석도 같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기존 진화론에서라면 인류가 침팬지와 600만년 전쯤에 갈라져 나왔다면 그 이후 따로 공동체를 형성해야 하는데,이번 연구 결과대로라면 50만년 전쯤에 침팬지와 인류는 하나의 공동체에서 같이 살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인류와 침팬지가 다른 종으로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을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