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 2005.8.16일자 A14면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와 불법체류자 감소,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개선 등을 위해 도입된 고용허가제가 17일로 시행 1년을 맞았다.

정부가 외국 정부와 협정을 맺고 외국 인력을 도입,관리하는 고용허가제는 1993년 도입된 산업연수생제에서 파생된 송출 비리,인권 침해,불법체류자 증가 등의 문제를 해소하고 체계적으로 외국 인력을 관리하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 제도는 중소 제조업체들의 외면과 복잡한 고용 절차,외국인 근로자들의 입국 지연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도입 취지에 맞게 외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늘고 권리가 강화되는 효과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으나 중소 제조현장에서는 제때 필요한 근로자를 확보하지 못해 인력난이 심화됐고 외국인 불법체류자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지난달 말까지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1만4835명.현장 인력 수요를 감안해 정한 쿼터 4만3000명과 중소기업들이 실제로 신청한 6만4603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란 문자 그대로 '우리 기업들이 국내인력을 구하지 못해 불가피하게 외국인력 도입이 필요할 경우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외국인을 근로자로 고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의 고용관련 법은 합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게 돼 있었기 때문에 임금이 낮은 외국 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길이 제도적으로 막혀 있었다.

이를 해결해 주자는 것이 고용허가제의 취지다.

◆외국인근로자,최장 3년까지 근로 가능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이 제도에 따르면 외국인근로자를 고용하려는 사업주는 정부로부터 고용허가를 받아 외국인근로자와 고용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기간은 원칙적으로 1년으로 하되 최장 3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사업장 이동은 제한되며 취업기간 3년이 지나면 일정기간(1년)이 지난 뒤 재입국해 재취업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제도 도입의 취지만 보면 전혀 이상할 게 없고,오히려 '바람직한 일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다.

현재 낮은 임금으로 중소기업에서 고용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는 등 경제적 부담이 커질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인 여러 가지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근로자의 불법 체류 등 문제 해결이 목적

정부가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실시하게 된 배경을 좀더 자세하게 알아보자.

기업들이 과거에 채용했던 외국인 근로자들은 산업연수생제도에 따른 '연수생'신분에 불과했다.

물론 고용허가제가 실시되고 있는 지금도 연수생 제도는 함께 실시되고 있지만 이는 모두가 법을 어기는 행위다.

'연수'를 시키겠다고 데려와 '근로'를 시키기 때문이다.

정부의 묵인 하에 불법적인 근로를 시키는 셈이다.

일단 그러한 불법의 문제를 해소하자는 것이 고용허가제 시행의 직접적인 배경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적인 문제 이외에도 산업연수생제도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현실적인 부작용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불법체류자가 늘어나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신분이 연수생이다 보니 임금이 너무 낮고,따라서 연수생들이 사업장을 이탈해 임금이 높은 곳으로 불법 취업하도록 하는 동기를 제공했다.

연수기간이 끝나더라도 자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숨어 지내는 불법 체류자를 많이 만들어 냈다.

물론 정부가 마음먹고 불법체류자를 색출해 강제출국시키면 되겠지만 그럴 경우 국내근로자들이 취업을 기피하는 중소기업들의 인력을 확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높은 임금을 줘야 하기 때문에 이익을 남길 수 없어 경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몰릴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불법을 알면서도 눈감아 주었던 것이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또 외국인고용을 합법화시키지 않음으로 인해 불법체류자가 많이 생기다 보니 이들에 대해 일은 많이 시키면서도 임금을 제대로 주지않거나 불법적인 장시간 근로를 강요하는 등 노동착취와 인권침해 사례도 적지 않았다.

불법체류자라는 신분을 올가미로 사용한 것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정부가 정식으로 고용허가를 내주고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것이 옳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당초 목표성과 거두기는 쉽지않아

그렇다면 과연 외국인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그런 효과를 거두었는가.

가장 큰 문제였던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줄었는가.

오히려 늘었다.

2005년 7월 말 외국인 불법체류자는 19만6578명으로 지난해 1월보다 13만여명 늘었다.

물론 외국인고용허가제가 산업연수생제도와 함께 부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데다 정부가 고용허가를 지극히 제한적으로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난 1년동안 고용허가를 받아 입국한 근로자는 1만4835명인 데 반해 중소기업들의 허가 신청은 6만4600명이나 된다.

고용허가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고용허가제를 본격 시행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점들도 있다.

외국인근로자를 내국인과 여러 측면에서 똑같은 대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부담이 늘어난다.

최저임금을 보장해야 하고 근로시간 초과에 따른 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면 임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근로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하고,그렇게 되면 집단노사분규의 가능성도 커진다.

외국 근로자들이 각종 노동단체에 가입해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면 기업들로서는 속수무책일 수도 있다.

고용허가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불법체류자를 완전히 근절시키기도 어렵다.

근로허가기간이 끝났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순순히 돌아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낭만적인 생각일 수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일찍이 고용허가제를 실시했지만 외국인 장기체류자의 귀국 거부와 그로 인한 자국의 실업증가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지면서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국가경제 차원에서 보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은 분명하고,저임금 외국 근로자의 채용이 가능하게 됨에 따라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노력 저하와 그로 인한 산업구조 조정 지연 등의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이 외국인 단순노동자에 대한 고용허가를 금지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와 보완이 필요한 제도다.

이계민 한국경제신문 주필 le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