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게 많다.

광대한 우주에서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세포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조차도 밝혀내지 못한 비밀이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탄생부터가 수수께끼 그 자체일 정도다.

광활하게 펼쳐져 빛을 발하고 있는 은하계를 바라보면 우리 자신이 얼마나 왜소한지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지난달 창간 125주년을 맞아 인류가 과학적으로 풀지 못한 125가지 수수께끼를 선정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25가지 주요 수수께끼를 골라 자세히 소개했다.

이들 중 하나만 풀어도 노벨상은 떼어 놓은 당상.아직은 상상속에 머물러 있는 수수께끼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첫 번째 주제는 인류의 영원한 탐구 대상인 '우주'다.

누구나 한번쯤은 '우주가 어떻게,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과학자들이 이 물음의 해답을 찾기 위해 일생을 바치는 것은 이 문제가 우리의 존재 자체와 근본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도 살아가고 있는 우주는 여전히 어둠 속 베일에 가려져 있다.

어떤 과학자도 속시원히 답해줄 수 없는 무한한 궁금증의 원천이다.

그래서일까.

사이언스는 인류가 풀지 못한 첫 번째 수수께끼로 '우주는 무엇으로 만들어졌나'를 골랐다.

수많은 사람들을 의문의 늪에 빠뜨린 우주 최대의 수수께끼 속으로 들어가 보자.

◆보이지 않는 95%를 찾아라

1500년대와 1600년대에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뉴턴 등은 지구가 수많은 별들 중 '하나의 주위를 돌고 있는 많은 행성'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벽으로 둘러싸인 방처럼 폐쇄돼 있고 아주 작은 우주만을 생각하던 중세의 관념을 산산이 깨뜨린 일대 혁명이었다.

이어 1920년대에 에드윈 허블은 '우주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힘으로써 '우주는 영원하고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뒤엎었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은 별과 은하계와 사람을 구성하는 보통의 물질이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 중 5%도 채 되지 않는다는 것까지 알아냈다.

과학자들은 나머지 95%의 존재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우주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1960년대에 천문학자들은 은하가 아주 빨리 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의 별들은 '보이지 않는 무엇'의 힘을 받아 은하 중심으로부터 멀리 날아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력을 발생시키면서 빛을 내지 않는 이 미지의 물질이 바로 우주를 구성하는 암흑 물질(dark matter)이다.

말 그대로 어둠 속에 가려진 '알지 못하는 물질'이다.

수년 동안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이 암흑 물질 중 몇몇의 존재를 탐지해 냈다.

이들 보이지 않는 물질 덩어리에 의해 공간과 시간이 휘는 것도 관측했다.

과학자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종류의 입자들로 구성된 새로운 형태의 암흑 물질이 우주 구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이 미지의 암흑 물질이 우주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계산해 냈다.

그럼 그 나머지는 무엇일까.

암흑 에너지로 알려진 신비한 힘이 그것이란 게 통설이다.

1990년대 후반 멀리 떨어진 초신성(超新星·supernova)을 조사하던 과학자들은 물리학에서 알려진 것처럼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느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초신성은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방출하는 항성(恒星·fixed star)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폭발해 생기는 엄청난 에너지로 그 밝기가 평소의 수억 배에 이르렀다가 점차 낮아지기 때문에 마치 새로운 별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과학자들은 초신성의 존재를 통해 우주를 부풀리게 만드는 어떤 종류의 알 수 없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바로 암흑 에너지의 존재다.

하지만 우주가 무엇으로 만들어져 있는지를 설명하려면 이런 과학적 분석만으론 부족하다.

근본적으로 '암흑 물질이 무엇으로 만들어지며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암흑 에너지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도 답해야 한다.

이에 대한 비밀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빛이 휘어가는 현상이나 초신성 연구 등을 통해 그 실체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을 뿐이다.

-생글생글 독자들 중에서 이 문제를 풀 과학자가 반드시 나올 것이다.

장원락 한국경제신문 과학기술부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