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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3.3㎡당'은 '평' 대신 쓰는 변칙적 표현…'㎡당 얼마'라고 해야 올바른 미터법 사용

    한국인은 커피를 참 좋아하는 것 같다. 12월 초 나온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월까지 전국에서 새로 문을 연 커피전문점이 1만5000개 가까이 된다고 한다. 저가브랜드 대형 매장 중에선 ‘빽다방’이 영업실적이 제일 좋았다(공정거래위원회 자료). 3.3㎡당 평균 매출이 2230만원으로 가장 많다. 형태는 미터법 … 내용은 ‘평’ 개념 못 벗어우리말에서 ‘3.3㎡당 얼마’ 식의 표현이 언제부터인지 많이 쓰인다. 대략 2010년 전후해 언론을 통해 소개된 말이다. 원래는 ‘평당 얼마’로 쓰던 말이다. 3.3㎡당은 미터법에 따른 표기이고, 평당은 전통적인 계량 단위로 쓴 것이다. 전통적 도량형 단위를 ‘척관법’이라고 부른다. 넓이의 ‘평’이나 무게의 ‘근’, 거리의 ‘리’ 등이 척관법에 따른 대표적 용어다.우리나라는 1964년 미터법 단위를 법정계량단위로 채택해 비법정계량단위 사용을 금지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척관법이 함께 쓰이는 등 실생활에서 쉽게 자리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년부터 수년에 걸쳐 본격적인 홍보 및 계도 활동을 펼쳤다. 그러면서 생겨난 변칙적인 표현이 ‘3.3㎡당’이다. 미터법 도입으로 평당을 못 쓰니까 대안으로 생겨난 말이다.원래는 ‘㎡당 얼마’로 나타내는 게 정상적 표현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점포나 주택의 넓이를 따질 때 여전히 ‘평’ 개념을 떠올렸다. 그래서 나온 게 ‘3.3㎡당 얼마’ 같은 어정쩡한 표현이다. 미터법상 ‘평’을 쓰지 못하니까 형태만 ㎡로 표시한 것이다. 겉모양은 미터법 형식을 취했지만, 그것은 흉내만 낸 것이고 알맹이는 여전히 평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단기필마'와 '애매모호'…같으면서 다른 점

    삼국지에서 조자룡이 조조 군에 갇힌 유비의 아들을 구출해오는 대목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이다. 말 한 필에 의지해 홀로 적진을 돌파하는 조자룡의 위용은 ‘단기필마’를 얘기할 때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이 말은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이하 표준국어대사전 기준). ‘단기+필마’의 결합인데, 합성어로 처리되지 않았다. 둘 다 겹말이지만 사전 처리는 서로 달라대신에 ‘단기’와 ‘필마’가 각각 따로 올라 있다. 단기(單騎)는 ‘홑 단, 말탈 기’ 자다. 혼자서 말을 타고 감을 뜻한다. 필마(匹馬)는 한 필의 말을 가리키는데, 주로 ‘필마로’ 꼴로 쓰여 이 역시 혼자서 말을 타고 가는 것을 나타낸다. 단기나 필마나 같은 뜻인 셈이다.‘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 /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예전에 국어 고전 시험에 자주 등장하던 야은 길재의 시조 ‘오백 년 도읍지’다. 고려 말 충신이 옛 수도인 개성을 돌아보며 망국의 한을 읊은 이 시조에서 ‘필마’의 전형적인 쓰임새를 엿볼 수 있다.‘단기필마’는 잉여적 표현이지만, 이런 형태의 겹말은 눈치 채기도 어렵고 쓸 때 어색함도 별로 없다. 이에 비해 ‘애매모호’는 오래전부터 대표적인 겹말 표현으로 지목돼 논란이 컸다. 더구나 ‘애매’는 일본어투라는 누명까지 따라다닌다. 잘못 알려진 국어상식의 하나지만, 그 여파로 일각에선 지금도 이 말을 기피 대상으로 여긴다. 우리말 하나에 ‘주홍글씨’의 낙인을 찍은 셈이다.애매(曖昧)는 희미해 분명치 않음을 뜻한다. 모호(模糊) 역시 흐리터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전세(傳貰)'와 '전세(專貰)'

    도무지 멈출 줄을 모르는 ‘전셋값’ 오름세는 서민의 삶을 힘들게 하지만, 우리네 말글살이에도 곤혹스러움을 안겨준다. ‘값’은 본래 물건을 사고팔 때 치르는 대가를 말한다. 1957년 완간된 <조선말 큰사전>(한글학회)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지금은 ‘값’의 용법이 10여 가지는 된다. 의미가 더해지면서 말의 쓰임새가 확대됐다는 뜻이다. 전셋값과 전셋돈은 달라…구별해 써야‘전세(傳貰)’의 ‘세’는 ‘세낼 세(貰)’ 자다. ‘세내다’란 빌리다, 즉 일정한 삯을 내고 남의 소유물을 빌려 쓴다는 뜻이다. 이 임차제도는 특이하게도 기한이 만료되면 보증금을 돌려준다. 그 앞에 ‘전할 전(傳)’ 자가 쓰였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계약기간 동안 ‘일정한 삯’을 주인한테 ‘전하는 또는 맡기는’ 것이다. 그 돈을 전세금 또는 전셋돈이라고 한다. 민법상 용어도 ‘전세금’이다. “전세금(전셋돈)을 내야 하는데,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라고 한다. 이를 “전셋값을 내야 하는데~” 또는 “전셋값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식으로 말하면 어색하다. 전셋돈과 전셋값의 용법 차이가 드러난다.이 ‘전세’가 지금과 같이 자리 잡기까지에는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글학회에서 1957년 펴낸 <조선말 큰사전>에는 ‘전세’가 傳貰로 나온다. 그런데 1986년 나온 <새우리말사전>에는 專貰로 올랐다. 이어 1992년 발간한 <우리말 큰사전>에는 ‘전세’ 표제어에 傳貰와 專貰를 함께 처리했다. 말의 유래와 용법에 혼란이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전세(專貰)’는 ‘전세(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