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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멕시코 경제의 발목을 잡은 마킬라도라

    멕시코가 이렇게 된 것은 효율성을 지나치게 추구한 탓이었다. 효율성이란 가능한 한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내는 특성을 의미한다. 어떤 기업이 기존에 있던 자원이나 새로 확보한 자원에서 더 많은 것을 뽑아낼 때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하지만 효율성에만 매몰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으며, 새로운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없다.멕시코 경제가 침체된 핵심에는 마킬라도라의 확산이 있다. 이는 제품 수출 시 해당 제품 제조에 사용한 원재료와 부품, 기계 등을 무관세로 수입할 수 있는 제도를 의미한다. 1965년 도입된 이후 수많은 외국계 공장이 등장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에는 가속화됐다. 마킬라도라에 따른 고용이 증가했고, 수출이 늘었으며 해외 직접투자가 급증했다.멕시코에는 아우디, 포드, 닛산 등의 자동차 공장은 물론 소니, LG, 필립스 등의 전자회사 공장도 많아졌다. 표면적으로는 경제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였다. 이 과정에서 수익을 높이는 핵심은 효율성이었다. 멕시코를 찾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수익을 높여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쟁자들과 시장 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결국 생산비용을 낮춰 제품의 이윤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2008년 포드가 멕시코에 조립공장을 세운 이유도 수익성 회복이었다. 멕시코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미국 노동자의 6분의 1 수준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자동차 대부분을 미국 소비자에게 팔았다. 하지만 자동차 가격이 낮아진 것은 아니었다. 원가 절감을 통해 확보한 수익이 모두 포드와 그 주주들에게 돌아간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 디지털 이코노미

    기술 발전이 가계부채를 늘린다고?

    과학 경영의 아버지 테일러는 인건비 절감으로 싼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 1920년대 산업혁명으로 효율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필요한 노동자가 크게 줄었고, 이는 더 적은 노동인구와 더 많은 실업자를 양산하는 결과로 이어졌다.1920년대 중반 미국 산업은 잉여 인력을 해고하고, 남은 직원에게는 엄격하게 보상을 책정했다. 이렇게 절약한 인건비 덕분에 제품 가격을 날로 낮출 수 있었다. 그러나 소득이 줄자 노동자들은 소비할 여력이 없어졌고, 가게마다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다. 문제를 빠르게 파악한 주인공은 헨리 포드였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급여를 관대하게 책정하고, 심지어 노동시간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만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 층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하루 8시간을 일하는 방식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시도였다. 다른 기업들은 포드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이후 정치권의 개입으로 8시간 노동제는 받아들였지만, 임금 인상만큼은 끝까지 고수했다. 소비를 되살린 요인은 임금이 아니었다. 광고였다. 인기 잡지들이 아메리칸드림을 실현하며 살아가는 새로운 남녀상을 지면에 도배하기 시작했다. 불만스러운 소비자를 양산한 것이다. 더 좋고, 더 새로운 것을 스스로 추구하도록 만들었다. 사라지는 일자리산업혁명으로 인한 자동화의 물결은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모두에게 영향을 미쳤다. 물론 전에 없던 고임금 일자리가 새로 생겨나기도 했다. 이런 속도는 1943년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가 사이버네틱스 이론을 발표하면서 더욱 빨라진다. 그는 기계가 생각하고 학습하고 피드백을 통해 행동방식을 조정하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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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율성 높은 반도체산업, 회복성 낮은 이유는?

    효율성과 회복성은 상충관계다. 효율성을 추구할수록 회복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로 일상이 멈췄던 사건도 같은 맥락이다. 백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반복 및 중복으로 비효율적인 일이다.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고, 운영 효율성을 떨어뜨리며, 순익을 갉아먹는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더딘 회복으로 이어지는 이유다.비단 카카오 사태만이 아니다. 다양한 측면에서 효율성과 회복성의 상충을 찾아볼 수 있다.반도체 산업도 그중 하나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세계 반도체의 공급이 부족해졌다. 디지털 세상인 오늘날 반도체 없이 가능한 서비스는 거의 없다. 문제는 복합 반도체를 생산하는 일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거대 제조시설 건설은 물론이고 비상시 가동할 수 있는 완충장치와 잉여재고의 확보, 즉시 가동할 수 있는 백업 제조시설의 보유, 문제 발생 시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인력 운영과 같은 ‘비효율’적인 부분도 갖춰야 하는 탓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비효율을 반길 리 없다. 결국 반도체산업 내에서는 효율을 극대화한 일부 기업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았지만, 그 대가로 회복력은 떨어졌다.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로 칩을 공급할 수 없다면, 아무리 효율성 높은 공장이라 한들 소용없다.코로나19 펜데믹으로 마스크나 휴지 같은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오랜 기간 효율성을 추구한 결과 제조 기반을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고 금융과 서비스 기반으로 경제를 재편했다. 이를 통해 역사상 가장 효율적인 경제 엔진을 장착했지만, 예기치 못한 위기상황에서는 기본적인 니즈조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