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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국어사전 주춧돌 놓은 한글학회 '117돌 성상'

    1908년 8월 31일, 서울 돈의문 밖 봉원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주시경 선생이 운영하는 국어 강습소 졸업생을 비롯해 우리말 연구에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기울어가는 국운을 한탄하며 겨레의 말과 글을 지키고 살려야 할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자리에서 ‘국어연구학회’가 탄생했다.“낱말 하나하나에 겨레의 얼 담아”훗날 조선어학회(1931년)로, 다시 한글학회(1949년)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르렀으니 올해로 117돌을 맞았다. 이것만으로도 국내 최고(最古)의 학술 단체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글학회의 연원은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문헌상으로 나타나는 한글학회 전신의 최초 모임은 아마도 ‘국문동식회’가 아닐까 싶다. 국문동식회는 1896년 4월 7일 독립신문이 창간한 후 5월 독립신문사 내에 주시경이 만든 철자법 연구 모임이다. 선생은 서재필 박사가 창간한 독립신문에 초기부터 참여해 언문조필로 활동하면서 한글 쓰기의 토대를 놓았다. 한글 표기법의 표준화 작업이 태동하던 시절이었다.선생은 1911년 최남선이 주도한 조선광문회에서 우리말 사전 편찬에 착수했다. ‘말모이’(말을 모은 것)라는 순우리말 이름의 사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의 강연록 ‘낱말 하나하나에 담은 겨레의 얼’에 따르면, 이는 민족 스스로 자기 말의 사전을 만들려 한 역사상 최초의 시도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훗날 한글학회가 펴낸 <조선말 큰사전>의 밑거름이 됐다.일제강점기 국어의 수난사는 곧 우리 민족이 겪어낸 질곡의 역사였다. 그중에서도 1942년 터진 ‘조선어학회 사건’은 우리말을 절체절명의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