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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 기타

    "페스트, 산 자에겐 축복"…전염병이 바꾼 사회

    “최근 중국, 북인도를 비롯한 동방의 광범위한 지역에서 연령과 인종에 상관없이 페스트(흑사병)가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피를 토하고 일부는 토혈한 지 얼마 후에, 나머지는 2~3일 뒤면 죽는다. 전염병은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차츰 번져나가 마침내 흑해와 시리아, 터키와 이집트, 홍해와 북방의 러시아, 그리스, 아르메니아까지 모두 퍼졌다….”1346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연대기 작가인 마테오 빌라니는 머나먼 동방에서부터 번지는 흑사병 소식을 상세히 기록했다. 하지만 그도 미처 몰랐었다. 빌라니가 살고 있던 유럽도 조만간 이 미지의 전염병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당대의 유럽인도 이 끔찍한 전염병이 머나먼 동방의 중국에서 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랍의 의사도, 비잔티움 제국의 역사 기록자도, 러시아 평원의 희생자들도 정확히 질병의 발원지라는 키타이(중국)가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다. 사실과 전설·전언이 섞인 형태로 전한 것이긴 하지만, 이 끔찍한 질병의 근원지로 모두 중국을 지목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등장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오늘날의 코로나19와 너무나 유사하게….코로나19 팬데믹 충격처럼 중·근세 시대 유럽을 뒤흔든 치명적 전염병은 처음에는 ‘남의 나라’ 일인 것처럼, 나와는 관계없는 일로 다뤄지다가 순식간에 자신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됐다. 그리고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던 대전염병은 사회·경제구조에 심원한 변화와 흔적을 남겼다.우선 전염병이 초래한 죽음의 공포가 너무나 컸다. 유럽 거의 전역이 전염병의 희생양이 됐다. 네덜란드 일부 지역과 벨기에, 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