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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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전근대사회 신분 구분의 첫 기준은 '냄새'
“내 아들은 가난하고 또한 누추하니, 귀한 분께서 가까이할 사람이 되지 못합니다. 지금 당신의 냄새를 맡으니 향기로운 것이 범상하지 않고, 그대의 손을 만져보니 부드러운 것이 마치 솜과 같습니다. 반드시 천하(天下)의 귀한 분이실 겁니다.”(<삼국사기> ‘온달 열전’ 중에서)바보 온달의 노모는 자기 아들을 찾아온 평강공주가 범상치 않은 신분이라는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온달의 허름한 거처를 찾아온 평강공주의 고귀한 신분을 가장 먼저 드러내는 것은 화려한 의복도, 몸을 치장한 장식품도, 품격 있는 언어도 아닌 공주에게서 풍기는 ‘향기(냄새)’였다.전근대사회에서 신분을 가르는 기준으로 다름 아닌 냄새가 첫손에 꼽혔다. 화려한 의복으로 겉모습을 바꾸고 감출 수는 있어도 오랜 기간 몸에 밴 ‘냄새’는 쉽사리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고귀한 신분에게는 ‘향기’라는 수식어가, 천한 것들에게는 ‘악취’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이처럼 신분의 높고 낮은 기준으로 냄새를 고른 데는 동서양에 차이가 없었다. 낮은 사람, 비천한 이를 표현할 때 “냄새나는 것”은 가장 먼저 입에 오르는 표현이었다. 냄새로 신분을 구분하는 일은 다른 문화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고대 러시아에서 농노를 뜻하는 스메르디(смердъ)에서 유래한 러시아어 단어 스메르데티(смердеть)는 ‘냄새를 맡다’와 ‘악취를 풍기는 사람’이라는 뜻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반면 건륭제 시기 청나라에 병합된 위구르족의 한(恨)을 담은 전설적인 고귀한 인물인 ‘향비(香妃)’는 몸에서 향기가 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