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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마감에 쫓기는 삶을 사는 이들을 위한 '힐링'

    1인 미디어 시대를 맞아 블로그를 개설하거나 유튜브 채널을 오픈해 게시물을 올리는 이가 많다. 처음에는 ‘내 마음대로 써서 내 마음대로 발표’할 수 있겠지만 구독자가 늘어나면 ‘정기 업로드’라는 마감에 쫓기게 된다.원고료를 받는 직업 작가, 방송사나 신문사에 근무하는 기자라면 ‘내 마음대로 써서 내 마음대로 발표’할 수가 없다. 원고 청탁서에 맞춰, 기획 의도에 맞게 생산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취재의 어려움, 글쓰기의 고통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가장 힘든 것은 ‘마감’을 지키는 일이다. 그래서 “글은 마감이 쓴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겼다.학생들에게 마감이란 과제 제출 기한일 것이다. 시험도 일종의 마감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인도 정해진 기한 내 맡은 일을 해야 하는 마감의 고통에 시달린다. ‘마감’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없다. 오죽하면 마감을 ‘데드라인(deadline)’이라고 하겠는가.<작가의 마감>을 기획하고 번역한 안은미 작가는 “수많은 마감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만한 책을 꾸리고 싶은 마음에 글을 하나하나 고르고 언어를 찬찬히 매만졌다”고 출간의 변을 전했다. ‘책장 식당’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2명의 만화가가 원고 마감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자 책 속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 장면을 보다가 ‘위대한 작가는 창작의 고통을 어떻게 해소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고 한다. 그길로 일본 유명 작가의 전집 목록에서 마감과 관련된 글 50편을 하나하나 찾아내 이 책이 탄생했다.일본 유명 작가 30명의 마감 이야기추천의 글에서 장정일 작가는 “잡지 편집

  • 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초보 교사의 천방지축, 그 속에서 빛나는 의리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경쾌한 리듬과 유머를 바탕으로 권선징악과 같은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가치에 기반을 둔다. 빠른 템포와 리듬감이 있는 문체가 책 읽기를 즐겁게 하는데, <도련님>이야말로 재미와 의미가 넘쳐나 책장이 줄어드는 게 안타까울 지경이다. <도련님>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마음>과 함께 독자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소설이다.1867년생인 나쓰메 소세키는 도쿄제국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영어 교사로 일했다. 1900년 국비 유학생에 선발되어 영국으로 유학 갔다가 신경쇠약에 빠진 그는 귀국 후 도쿄제국대학의 강사로 재직하면서 정신 질환을 앓았다. 치유의 한 방편으로 소설 쓰기를 시작해 ‘일본 국민 작가’에 오른 그의 작품은 “일본적 감수성과 윤리관으로 서구 근대의 기계문명과 자본주의를 비평적으로 바라보며 인간세계를 조명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말썽만 피우던 도련님“나는 어릴 때부터 천성적으로 타고난 덤벙거리는 기질 때문에 실수만 해왔다”로 소설이 시작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이 녀석은 변변한 인간이 못 될 게 뻔해”, “너 같은 놈은 꼴도 보기 싫다”는 말을 듣지만 할머니 하녀 기요는 “도련님은 솔직하시고 좋은 성격을 가지셨어요”라고 칭찬한다. 늘 야단만 맞는 나는 기요에게 아첨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녀를 깊이 의지한다.나는 졸업한 지 8일 만에 교장이 권한 시골 중학교로 향한다. 교사가 될 생각도, 시골로 갈 마음도 없었지만, 덤벙꾼 기질이 발동한 나는 태어나서 줄곧 살아온 도쿄를 떠나 시코쿠에 도착한다. “구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