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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 이코노미

    규제는 정부, 혁신은 민간 몫?…이분법은 안돼

    언제인가부터 공공부문은 느리고 관료적인 반면 민간은 역동적이며 혁신적인 주체로 이분화됐다. 거짓말도 반복되면 진실처럼 믿게 된다고 했던가. 반복적으로 이런 이미지에 노출된 사람들은 이를 상식이자 진실로 받아들이게 됐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자 이분법은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실상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국가를 기업의 적 또는 비효율로 보는 시각을 가진 사람은 국가는 경제 전면에서 물러나 경제 성장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만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부는 교육, 연구 같은 보조적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나머지는 혁신적인 민간기업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분법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미국 부동산 시장에서 생긴 과다한 부채가 원인임을 알지만, 많은 사람은 공공부채가 원인이라고 믿는다. 물론 정부지출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이 재정적자라는 주장에는 논리적 공백이 존재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공공부채가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건 사실이다. 경제학자 카르멘 라인하트와 케네스 로고프는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을 경우 경제 성장을 저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높은 국가부채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 국가도 존재한다. 코로나19 이전 시기의 캐나다,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정부가 시장에서 유의미한 존재가 되기 어렵게 한다. 일례로 미국의 에너지부는 연구개발을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한다. 인구당 에너지 연구에 투입되는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