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를 위한 삼단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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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履歷)은 내 신발(履)이 걸어온 역사
구두를 위한 삼단논법윤성학갈빗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다가신발 담당과 시비가 붙었다내 신발을 못 찾길래 내가 내 신발을 찾았고내가 내 신발을 신으려는데그가 내 신발이 내 신발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내가 나임을 증명하는 것보다누군가 내가 나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더 참에 가까운 명제였다니그러므로 나는 쉽게 말하지 못한다이 구두의 이 주름이 왜 나인지말하지 못한다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꽃잎 속에 고인 햇빛을 손에 옮겨 담을 때,강으로 지는 해를 너무 빨리 지나치는 게 두려워공연히 브레이크 위에 발을 얹을 때,누군가의 안으로 들어서며 그의 문지방을 넘어설 때,손닿지 않는 곳에 놓인 것을 잡고 싶어자꾸만 발끝으로 서던 때,한 걸음 한 걸음 나를 떠밀고 가야 했을 때그때마다 구두에 잡힌 이 주름이나인지아닌지나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가우두커니처럼……더 열심히 그 순간을사랑할 것을……모든 순간이 다아꽃봉오리인 것을,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꽃봉오리인 것을* 윤성학 : 1971년 서울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당랑권 전성시대> <쌍칼이라 불러 다오> 등 출간.익숙한 광경이죠? 식당에서 가끔 겪는 ‘신발 주인’ 논쟁. 윤성학 시인도 그랬나 봅니다. ‘구두를 위한 삼단논법’은 그가 서울 충무로의 한 돼지갈빗집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다 ‘신발 소동’을 겪고 난 뒤에 쓴 시입니다.그 집에는 신발 벗는 곳에 남자 직원이 지키고 서서 손님이 앉는 자리를 보고 그 번호에 해당하는 선반에 신발을 놓아주었지요.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그날따라 사람이 많아서인지 신발 담당 직원이 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