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곡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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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우리말 조어법 ③ '천연두-마마-두창-역질'
1940년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에는 ‘천연두(天然痘)’가 창궐했다. 그해 조선일보는 1월 6일 자에서 “함흥에서 시작된 천연두가 방역 당국의 필사적 방어에도 불구하고 날마다 새 환자가 생겨나고 있다”며 “현재 누계 532명에 3할에 해당하는 150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했다. 지금은 낯선 질병인 천연두는 약 100년 전만 해도 이 땅에서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완곡어법으로 탄생한 이름 ‘천연두’‘천연두’는 당시만 해도 치사율이 30%에 이르던 급성 감염병이었다. 고열에 시달리며 온몸에 발진이 생겨 긁으면 얽게 되는 무서운 병이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백신을 인체에 접종하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이 ‘종두법’이다. 영국인 의사 에드워드 제너가 발명한 종두법 덕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1980년 공식적으로 천연두 박멸을 선언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석영에 의해 처음으로 종두가 시행됐다(그가 의학자이자 탁월한 국어학자였다는 점도 함께 알아둘 만하다. 지석영은 1905년에 ‘신정국문(新訂國文)’ 6개조를 상소했고, 한글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깨달아 국문연구소를 설치해 우리말 발전과 보급에 노력했다. ‘신정국문’은 그가 지은 국문 연구론으로, 이를 통해 한글 전용과 병서의 폐지, 자체(字體)의 개혁 등을 주장했다).지난 시절에 천연두가 ‘전염병의 대명사’로 불린 만큼 이 질병은 다양한 이름과 함께 우리말에도 흔적을 깊게 남겼다. 천연두는 한자 번역어인데, 그중에서도 의역을 통해 우리말 체계에 자리를 잡았다. 우선 ‘천연(天然)’이란 말은 사람의 힘이 가해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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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엠폭스·코로나19·AI…이들엔 공통점이 있다
“국내 닭·오리 관련 업계에서는 ‘조류독감’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을 느낍니다. 사람에게 걸리는 ‘독감’을 연상케 함으로써 소비자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1998년께부터 민간협회 등과 함께 ‘조류독감’이란 말 대신 ‘조류인플루엔자(AI)’를 써줄 것을 언론에 요청했다. 해마다 반복되는 조류 전염병으로 가금(家禽: 닭, 오리, 거위 등 집에서 기르는 날짐승)산업 등에 끼치는 피해가 커지자 용어 바꾸기에 나선 것이다.줄임말 통한 완곡어법으로 생긴 말“트럼프 대통령은 대놓고 코로나19를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불렀고, 이는 인종주의자 논란이 일던 3월 말까지 계속됐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한창 확장해가던 2020년 3월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중국이 전염병 명칭을 두고 한판 세게 붙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그에 앞서 초기 ‘우한 폐렴’으로 불리던 신종 전염병 이름을 ‘COVID-19’로 바꿨다. ‘우한’은 중국 후베이성 성도(省都)로, 이 질병이 처음 발생해 보고된 도시다.한국 정부 역시 국민에게 ‘코로나’라는 이름이 익숙하다는 점에서 우리말 이름으로 ‘코로나19’로 쓰고 부르도록 발표했다. 새로운 전염병의 이름을 지을 때 특정 지역이나 사람, 동물 이름을 병명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른 결정이었다. 해당 지역이나 민족, 종교 등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막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원숭이두창 질병명을 변경한 이유가 있나요?” “세계적으로 엠폭스가 유행했던 지난 1년 동안, 변경 전 질병명인 ‘원숭이두창(Monkeypox)’은 차별과 낙인적 용어로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