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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조선시대로 날아가 외모 콤플렉스를 던져버리다

    중학교 3학년 강체리는 ‘길고 가느다란 외까풀 눈, 동글납작한 코, 통통하고 발그레한 볼, 작아서 답답해 보이는 입술’을 볼 때마다 자신감이 떨어진다. 내세울 거라고는 맑고 흰 피부뿐인 체리에게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은 오조미. “신윤복 <미인도>에서 ‘갑툭튀’한 것 같지 않니? 조선 시대에 태어났으면 최고 미녀였을 걸!”이라며 ‘오리지널 조선시대 미녀’ 딱지를 붙인 것이다.‘초긍정녀’를 자처하는 체리는 ‘본판마저 망치고 후유증에 시달리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성형수술 대신 유튜브에서 성형 메이크업을 익힌다.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자신도 꾸미고 친구들도 치장해주지만 ‘촌발’날리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중얼거린다. “조선 시대라면 먹힐 미모인데, 차라리 조선 시대로 가버렸으면.”순간 블랙홀처럼 캄캄한 미로 속으로 휙 빨려 들어간 체리는 진짜 조선 시대로 와버렸다. 체리에게 “너 스스로 조선에 오고 싶어 해서 왔다”고 말하는 도무녀는 “막중한 임무가 있어 조선 시대로 왔으며, 임무를 완수하면 1년 후 미래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선언한다.체리의 임무는 효림대군의 동생 효연공주를 치유하는 것이다. 외모 콤플렉스로 절망에 빠진 공주마마를 치유시킬 방도를 궁리하는 내내 한숨만 내쉰다.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지하철도 수세식 화장실도 라면도 피자도 없는 조선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이 깊지만 “선녀처럼 곱다, 절세가인이다”라는 칭송에 체리는 점차 조선에 스며들게 된다. 조선 최고의 미모 덕에 꽃미남 효림대군의 관심을 받게 된 것도 두근거리는 일이다.체리는 연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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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살 아이가 바라보는 흥미롭지만 위험한 세상

    1967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브는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는 건 외교관 아버지 덕분이다. 아멜리 노통브는 아버지의 임지인 일본, 중국, 미국, 방글라데시, 보르네오, 라오스 등지를 돌아다니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작가들의 작품에는 자신들의 경험이 어떤 형태로든 녹아들기 마련이다. 2000년에 발표한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의 화자는 세 살짜리 어린아이이며 작품의 무대는 일본이다. 자신이 태어난 일본을 아름답게 묘사하면서 ‘나는 일본 사람이었다. 두 살 반에, 간사이 지방에서, 일본인이라는 것은 아름다움과 경배 속에서 사는 것을 뜻했다’라고 표현했다.이 소설의 첫 장에 기록된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신은 절대적인 만족이었다’는 문장에서부터 독자는 다양한 상상을 하게 된다. 아멜리 노통브의 소설은 46개의 언어로 번역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그 이유는 ‘독창적인 비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신랄하고도 빈틈없는 문체, 인간 내면을 한없이 파고드는 과감한 주제 선택’ 때문이다. 화이트 초콜릿을 먹고 깨어나다첫 장부터 비유와 상징을 떠올리게 만드는 이 소설의 주인공은 태어나서 삼키고 소화시키고 배설만 해 파이프라는 이름을 얻는다. 울지도 움직이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않아 의사가 식물인간으로 판정한 파이프는 두 살이 되면서 고래고래 소리 질러 부모를 당황시킨다. 파이프는 가족들처럼 자신도 말하고 싶지만 잘 안되자 더 격하게 노여움을 표출한다. 자신을 막강한 힘을 가진 신이라고 생각하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아 분통을 터트린 것이다.파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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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없사' 2주일…아이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핸드폰 없는 2주일》이란 제목만 보고도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말할 친구들이 많을 것 같다. 이미 3년 전에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96.5%가 핸드폰을 보유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현재 우리나라 스마트폰 보급률은 110%를 넘었다. 핸드폰을 2대 소유한 사람이 국민의 10%를 넘는, 세계 최고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다.지하철을 타면 거의 모든 사람이 핸드폰을 보고 있다. 길거리에서도 사람들은 핸드폰을 손에 꼭 쥐고 있거나 통화를 하며 걷는다. 부모가 자녀에게 “핸드폰 좀 그만 봐”라고 말하지만, 어른들끼리 만났을 때 어느 순간 침묵하고 모두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경우가 많다.나의 분신처럼 애지중지하는 핸드폰을 2주간 사용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중편소설 《핸드폰 없는 2주일》을 쓴 플로리안 부셴도르프는 독일 베를린의 고교 교과 연구 책임자인 만큼 청소년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안다. 《나는 유튜브 스타가 될 거야》 《당황스러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렸습니다》 같은 흥미로운 소재의 작품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핸드폰 없는 2주일》은 핸드폰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핵심적인 사건 몇 가지를 활용해 재미있으면서 교훈적인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교생 실습을 나온 슈미트 선생님은 9학년(한국의 중학교 3학년) a반 학생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 제비뽑기를 통해 14명은 핸드폰을 학교에 제출하고 14명은 평소대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대부분 반발했지만 결국 제비뽑기를 한다. 정상인 vs 핸없사핸드폰 중독 수준인 요한나는 핸드폰을 계속 사용하는 ‘정상인’이 되고 아멜리는 핸드폰이 없는 사람, ‘핸없사’가 됐다. 매일 붙어 다니는 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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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시대 창의적 인간의 힘은 독서에서 출발해요

    봄이 왔는데도 마스크를 벗지 못해 답답한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하기 위해 분주히 달리고 있을 때 코로나라는 복병이 들이닥쳐 모든 게 정지된 듯하다.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며 지금 이 순간도 경쟁자는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려면 물샐틈없는 준비를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창조적 생각, 창의력, 상상력이다. 일맥상통하는 이 능력들은 과연 어떻게 해야 생기는 것일까. ‘이 시대 최고의 지성, 말의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이어령 선생은 《이어령, 80년 생각》이라는 책에서 “나는 80년 동안 책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내 인생의 첫 번째 책은 돌상에서 잡은 책이고, 책을 읽어주신 어머니는 나의 두 번째 책입니다. 어머니의 말, 어머니가 읽어주셨던 그 많은 모음과 자음에서 나는 상상력을 길렀습니다”라고 말했다.《이어령, 80년 생각》은 인터뷰 전문잡지 ‘topclass’의 김민희 편집장이 이어령 선생을 4년간 100회에 걸쳐 만난 뒤 만든 책이다. 김민희 작가는 “책을 좋아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책이 이끄는 방대한 정보와 상상력의 세계로 이어령 선생이 기분 좋게 풍덩 빠져들었고, 독서가 결국 창조력의 중대한 원천이 됐다”고 분석했다. 창의적인 사람을 원하는 세상청소년들이 초등학교 때는 독서를 많이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과도한 학과 공부에 시달리느라 책을 밀쳐두게 된다. 눈앞에 친절하게 펼쳐지는 영상과 달리 책은 글자를 타고 날아가 마음껏 상상력을 발동하게 해준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웬만한 작업은 매뉴얼과 데이터가 입력된 인공지능(AI)이 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