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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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기타
영웅 vs 집단지성…경쟁·협력하며 시대 이끌었다
서구 문학의 첫 장을 연 작품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다. ‘트로이 목마’로 유명한 트로이전쟁을 배경으로 영웅 아킬레스의 분노를 다룬 <일리아스>와 오디세우스의 10년 모험담을 다룬 <오디세이아>는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로 재생산되면서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이 두 작품의 저자는 일반적으로 ‘호메로스’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시인으로 전해진다. 전설 속에서 키오스섬 출신이라고도 하고, 스미르나·콜로폰·살라미스·로도스·아르고스·아테네 같은 도시도 연고권을 주장하는 이 시인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이름부터 ‘보다’라는 뜻을 지닌 고대 그리스어 ‘호로스’와 부정을 뜻하는 ‘메’가 합쳐져 ‘눈먼 사람’을 뜻하는 호메로스로 불리는 게 심상치 않아 보인다.많은 사람이 궁금해했다. 호메로스라는 시인은 과연 실존 인물이었을까. 정말로 존재한 사람이라면 단 한 명일까, 아니면 여러 시인의 개별 작품을 호메로스라는 하나의 이름 아래 모은 것일까.이런 궁금증은 오래전부터 학문적 논란으로 이어졌다. 호메로스의 작품에서 어디까지가 예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아놓은 전통의 산물인지, 어디부터 개인의 창작물인지에 대해서도 학자마다 의견이 갈렸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의 창작자가 같은 사람인지를 두고서도 서로 다른 견해가 쏟아졌다.19세기 이래 고전학자들은 이런 논쟁점들을 두고 ‘호메로스 문제(Homerische Frage)’라고 불렀다. 학자들은 크게 ‘분석론자(analysts)’와 ‘단일론자(unitarians)’라는 2개 진영으로 나뉘었다.분석론은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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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전쟁의 정당한 몫을 받기 위해 요구하라"…3000년 전에도 불거진 '분배 정의' 목소리
노력한 만큼 공평한 보상을 해달라는 ‘분배의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3000년 전 그리스 세계에서 처음 나왔다.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테르시테스가 처음으로 평등을 외쳤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전반적으로 귀족주의적 사상을 밑바탕에 둔 작품이다. 모든 좋은 것은 귀족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신분이 높은 사람은 용모도 출중하고, 부유하며 용감하다. 성품도 훌륭하고 전투도 잘할 뿐 아니라 회의에서 말도 잘한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는 좁은 농경사회 전통이 강한 분위기 속에서 지도자들은 운명적으로 리더의 자질을 지닌 것으로 여겨졌다. 왕에게 반기를 든 ‘예외적 평민’ 테르시테스반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무명의 병사들은 영웅의 명예와 전공을 빛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병사 대다수는 개성을 찾아볼 수 없는 배경이다. 주인공급을 제외한 호메로스 작품 속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단일하고 밀착된 존재다. 그들은 변덕이 심하고 무책임한 신들에 의해 장기판의 졸처럼 움직인다. 그들은 또 별다른 존재 가치가 없기도 하다. 아킬레우스에게 “다시 전장에 나와달라”고 부탁하러 간 사람들(귀족들)은 자신들이 아카이아인 대다수를 대신해서 부탁하는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주인공 격인 영웅과 신을 제외한 인물들은 그나마 죽을 때에나 개인으로서의 존재가 조명받았다. 호메로스의 언어에는 생명을 가진 인간의 영혼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었다. 육체에 해당하는 단어도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 생명이나 삶으로 번역되는 희랍(그리스)어 ‘프쉬케’는 호메로스 작품 속에선 오로지 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