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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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急難之朋 (급난지붕)
▶한자풀이急: 급할 급 難: 어지러울 난 之: 갈 지 朋: 벗 붕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힘이 되어주는 참된 친구를 이름 - <명심보감><명심보감(明心寶鑑)>은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 대제학 등을 지낸 노당(露堂) 추적(秋適, 1246~1317)이 편저한 어린이들의 인격 수양을 위한 한문 교양서다. 사서삼경을 비롯해 공자가어, 소학, 근사록, 성언잡언 등 유교 경전과 유학자들의 저술을 중심으로 여러 고전에서 금언과 명구를 발췌해 주제별로 엮은 책이다. 상하 2권 20편으로 구성되어 있다.<명심보감>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술과 밥 먹을 때 형님 동생은 천 명이나 있지만, 위급하고 어려울 때 도와주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酒食兄弟千個有 急難之朋一個無).” ‘웃을 때는 여럿이 웃어도 울 때는 혼자 운다’는 말과 뜻이 오롯이 이어진다.여기서 유래한 급난지붕(急難之朋)은 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힘이 되어주는 참된 친구를 이른다. 막역지우(莫逆之友)는 서로 거스름이 없는 친구라는 뜻으로, 허물없는 사이를 의미한다. 이는 <장자> 내편에 나오는 “네 사람이 서로 보며 웃고 마음에 거슬리는 게 없어서 마침내 서로 벗이 되었다”는 구절에서 유래한다.정호승 시인은 “친구는 한 명이면 족하다. 두 명은 너무 많고 셋은 불가능하다”라고 했는데, 살면서 참된 친구 하나를 얻는 게 얼마나 귀하고 힘든 일인지를 시로 잘 표현하고 있다.지나치게 재물을 탐하면, 작은 이익을 마음이 자꾸 기웃대면, 생각이 고집으로 굳어지면 자칫 친구를 잃기 쉽다. <채근담>에는 “명아주 먹고 비름으로 배를 채우는 가난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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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정호승 시인이 잠든 어머니 곁에서 부른 자장가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정호승잘 자라 우리 엄마할미꽃처럼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잘 자라 우리 엄마산그림자처럼산그림자 속에 잠든 산새들처럼이 아들이 엄마 뒤를 따라갈 때까지잘 자라 우리 엄마아기처럼엄마 품에 안겨 자던 예쁜 아기의저절로 벗겨진 꽃신발처럼*정호승 : 1950년 경남 하동 태생.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동시),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단편소설)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등을 냈고 소월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 수상.세상에, 짧은 자장가 한 편으로 이렇게 사람을 울리다니요! 정호승 시인은 88세 된 어머니가 잠든 모습을 보고 이 시를 썼다고 합니다. 보리새우처럼 둥글게 누워 자는 어머니, 어린 날 그를 재우려고 자장가를 불러주던 어머니….세상의 모든 자장가는 ‘잘 자라 우리 아가’로 시작하지만, 이 시에서는 ‘아가’가 ‘엄마’로 바뀌었지요. ‘잘 자라 우리 엄마’를 세 번 반복하면서 할미꽃 같고, 산그림자 같고, 예쁜 아기 같은 모습을 따스하게 그려냈습니다.정호승 시인은 효심이 깊은 사람입니다.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 자주 뵈려고 작업실을 부모님 댁으로 옮겨 놓고 매일 출퇴근하듯 글을 썼지요. 시선집 <내가 사랑하는 사람> 서문에는 ‘이 시집을 늙으신 어머님께 바칩니다’라는 헌사를 올렸습니다.시인의 어머니는 2019년 봄에 돌아가셨어요. 그때 시인은 어머니 영전에 이 시를 바치고 입관할 때 읽어드렸습니다. 이 시를 노래로 부른 가수 안치환은 “저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시면 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