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읽는 경제학
-
시네마노믹스
끼리끼리 모여있을 때 더 커지는 '집적의 이익'…기회와 낭만의 땅 그 자체인 할리우드의 매력
“그럼 요즘 자네, 계속 단역만 하고 있는 건가?”할리우드의 캐스팅 디렉터인 마빈(알 파치노 분)은 한물간 액션배우 릭(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분)에게 묻는다. 한때 서부 영화 주연으로 잘나갔지만 인기를 잃고 하락세를 타고 있는 릭은 의기소침하게 답한다. “뭐, 그렇죠. 악역이에요.” “격투 신에선 매번 지고?” “당연하죠. 악역인데.” “풋풋한 놈들한테 얻어터지다 보면 자네 이미지는 그렇게 고정돼버리는 거야. 릭, 다음주엔 어떤 놈한테 맞을 건가?” 1969년 할리우드는‘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는 1969년 할리우드를 충격에 빠뜨렸던 ‘샤론 테이트 사건’을 재구성해 만든 영화다. 황금기로 불렸던 1940~1950년대를 지나 격변의 시기를 맞이한 196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 한다. 캐스팅을 기대했던 릭은 마빈과의 미팅에서 큰 소득 없이 돌아온다. 자신의 전속 스턴트맨이자 로드매니저인 클리프(브래드 피트 분) 앞에서 울먹인다. “난 이제 끝이야. 한물갔어. 아주 대놓고 뼈 때리더라.”그래도 릭이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가 있다. 여전히 할리우드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은 악역이라도 괜찮다. 할리우드에 있는 한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릭은 스타 감독인 폴란스키와 그의 부인이자 배우인 샤론(마고 로비 분)이 자신의 이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일이 더럽게 안 풀려도 지금 내 옆집에 누가 사는지 봐. 세상에서 가장 핫한 감독이 산다고.”감독과 배우뿐만이 아니다. 촬영기사, 스턴트맨, 소품 담당자, 캐스팅 매니저까지…. 영화를 꿈꾸는 이들은 할리우드에 모여든다. 폴란스키 감독의 아
-
시네마노믹스
새 애인에도 적용된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경제학을 거부하는 '중독된 사랑'은 없을까
영화 ‘우리도 사랑일까’에서 프리랜서 작가인 마고(미셸 윌리엄스 분)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5년차 남편 루(세스 로건 분)와 최근 여행길에서 만난 묘한 매력의 앞집 남자 대니얼(루크 커비 분) 사이에서 고민한다. 당장 루를 떠난다면 그녀는 매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당연하게 여기던 루의 장난스러운 아침 인사도, 그녀를 위해 정성스레 준비하는 루의 저녁식사도 더 이상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당장 무언가 새롭게 얻는 효용이 없다 해도 떠나면서 잃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이것이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의 이면인 ‘위험회피성향’이다.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의 이면 ‘위험회피성향’<그래프>를 보면 B점에서 1단위를 늘려서 C점으로 가면 효용이 3 증가하지만 1단위를 줄여서 A점으로 가면 효용이 5 감소한다. 즉 사람은 얻는 것에 대한 기대효용보다 잃는 것에 대한 기대손실이 더 크다. 루와 함께 있어 얻는 기대효용보다 루를 떠나 잃을 기대손실이 더 클 것이기에 마고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고는 루를 떠난다. 루를 잃는 손실이 크더라도 대니얼과 함께 있어 얻는 기대효용이 더 컸기에 마고는 루를 떠났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당장 마고는 대니얼과의 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효용의 크기는 루의 것과 다르지 않았다. 루와의 사랑이 그랬듯 시간이 지나면 사랑의 한계효용은 줄어들기 마련이다. 영화 초반 오븐 앞에 멍하니 앉아 있는 마고 뒤에 서 있는 남자는 루가 아니라 대니얼이었다. 선별적 복지의 이론적 실마리 제공마고의 사랑은 시간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루와 애
-
시네마노믹스
정보는 '빽'이자 '덫'…개인 투자자를 향한 냉혹한 경고
영화 ‘돈’ 속 작전세력들이 펼치는 주가조작 작전에서는 증권사 직원의 ‘실수’가 핵심 요소로 등장한다. 주인공 조일현(류준열 분)이 참여한 첫 작전에서 한영증권의 김 대리(김강현 분)는 실수로 위장해 선물 만기 하루를 앞두고 시장 가격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대량의 스프레드 매도 물량을 내놓는다. 일현과 세력은 이 물량을 대부분 받아가고 이후 시장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막대한 차익을 누린다. 한영증권은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지만 결국 파산한 것으로 묘사된다. 치명적 주문실수 팻 핑거일개 대리급 직원의 실수로 회사가 순식간에 파산한다는 내용은 비현실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개인투자자는 물론이고 거대 금융회사가 순간의 실수로 엄청난 손실을 보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런 주문 실수를 ‘팻 핑거’라고 부른다. 손가락이 두꺼워 컴퓨터 키보드로 주문하는 과정에서 거래량이나 가격 등을 잘못 입력하는 것을 뜻한다.국내에서 자주 회자되는 팻 핑거 사례로는 2013년 12월 12일 발생한 한맥증권 사태가 있다. 당시 한맥증권의 한 직원은 프로그램 매매 과정에서 코스피200지수선물 옵션 가격의 변수가 되는 이자율을 실수로 잘못 입력했다. 그 결과 단 2분 만에 46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했고, 30년 역사의 한맥증권은 파산에 이르렀다. ‘유령주식’으로 시장 대혼란 겪기도2018년에는 대형 팻 핑거 사건이 두 차례 발생했다. 2월엔 케이프투자증권 직원이 코스피200 옵션을 이론가 대비 20% 가까이 낮은 가격에 주문했다. 이 실수로 케이프투자증권은 그해 순이익의 절반에 해당하는 62억원을 하루 만에 날렸다.불과 두 달 뒤인 4월 6일
-
시네마노믹스
가짜뉴스·통정매매…치밀하게 농락하는 '작전의 세계'
“증권시장 일일 거래대금 7조원.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가는 이곳 여의도.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가난한 복분자 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증권사 신입사원으로 서울 여의도에 입성한 조일현(류준열 분). 부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은 넘치지만 정작 영업의 무기가 될 만한 언변, 인맥, 학연 등은 전무하다. 거래수수료 0원을 기록하는 날들의 연속, 어느 날 같은 팀 멤버가 일현에게 ‘번호표’(유지태 분)라는 별명의 부티크(비공식 투자회사) 투자자를 소개한다. 번호표는 거액의 자금을 움직이는 주가조작 ‘선수’다. 그를 만나며 일현은 주가조작 세계에 빠져든다.2019년 개봉한 ‘돈’은 증권사 법인영업팀 주식 브로커 조일현이 주식 불공정거래 세력과 합세해 머니게임을 벌이는 과정을 다룬 영화다. 2009년 개봉한 ‘작전’ 이후 10년 만에 여의도 증권가를 소재로 한 영화로 주목받았다.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펀드매니저와 증권사 브로커의 세계를 깊숙이 다뤄 증권가에서도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순매수 금액이 3월까지만으로도 27조원이 넘어 ‘동학개미운동’이 유행어가 될 정도로 주식시장이 뜨거워지자 이 영화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실 같은 영화, 영화 같은 현실영화 속 번호표가 이끄는 세력은 주식을 미리 사둔 뒤 통정매매를 통해 주가를 부양시켜 시장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부를 쌓는다. 통정매매는 세력끼리 매매를 주고받으며 주가를 조작하고, 다른 시장 참여자들의 매수세를 유인하는 매매기법이다. 이 과정에서 스프레드 거래와 프로그램 매매, 공매도 등 각종 금융 기법이 등장한다.
-
시네마노믹스
컴퓨터 속 연인 사만다, OS 사라지며 허무한 이별…AI와 사랑에 빠지면 매몰비용 따윈 없을 줄 알았어
영화 ‘HER’(그녀)에서 편지 대필 업체의 손꼽히는 대필작가인 테오도르 톰블리(호아킨 피닉스 분)는 인공지능(AI) 인격체인 사만다와 사랑에 빠진다. 별거중인 전 부인 캐서린(루니 마라 분)은 이혼 서류 서명을 위해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나를 틀에 끼워 맞추려고만 하고, 그저 순종적인 아내를 바라더니 만난 게 운영체제(OS)야? 참 잘 찾은 것 같네”라고. AI 연인은 머지 않은 미래영화에 나오는 수준의 인공지능(AI)은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AI가 발전할수록 기업과 소비자가 실패할 확률은 줄어들고 경제 행위의 만족도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인공지능을 경제학적으로 다룬 책 《예측기계》는 AI를 ‘저비용으로 예측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탐구해 패턴을 분석하고 ‘다음’을 예측하는 게 주 업무다. AI가 발전하면 ‘예측의 값’이 싸진다. 재화의 가격이 내려가면 이용은 늘어난다. ‘예측’이 산업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이다.예측 기술이 고도화할수록 기업은 실패를 줄이고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정 소비자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다음 소비 행위를 예상할 확률이 점점 높아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도 구매로 인한 만족을 높일 수 있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을 가정해보자. 소비자의 취향과 구매 습관 데이터를 쌓아갈수록 예측 능력이 높아진다. AI가 추천해주는 상품이 맘에 들 확률은 커지고 반품률은 줄어든다. 소비자가 구매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미리 원하는 상품을 포장하는 것이 기업들이 그리는 시나리오다.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AI에 막대한
-
시네마노믹스
암벽등반 기술로 재난에서 탈출한 취준생 용남이¨코로나·청년실업의 벽을 통과할 엑시트는 있을까
영화 ‘엑시트’에서 주인공 어머니(고두심 분)의 칠순 잔치가 마무리될 무렵 도시는 알 수 없는 유독가스에 휩싸인다. 화학회사에서 일하던 전 공동창업자가 회사에 앙심을 품고 인체에 유해한 가스를 도시에 풀었기 때문이다. 도시를 감싼 유독가스는 응용화학자가 복수를 위해 뿌린 것이었다. 엔서화학 공동창업자인 이 사람은 특허권 문제로 회사와 갈등을 빚었다. 결국 소송에서 패한 화학자는 신사옥 개관 행사를 앞둔 회사 앞에 유독가스를 가득 담은 탱크로리를 폭파하는 것으로 앙갚음을 한다.재난의 뒤에 특허권 갈등특허권이 뭐길래 이렇게 첨예한 갈등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특허권은 발명한 물건, 아이디어 등을 독점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경제학에서 특허권은 국가가 허락한 독점권으로 평가된다. 독점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은 ‘진입장벽’이 있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허권은 진입장벽으로 작동해 독점 사업자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경쟁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독점기업은 경쟁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가격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가격을 올리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너무 상승하면 판매량이 줄고, 전체 이익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점회사들은 이윤의 크기가 가장 큰 지점에서 가격을 정한다. 그 결과 경쟁시장의 기업보다 더 높은 이윤을 얻을 수 있다.가격 상승과 같은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 같은 독점을 허락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높은 가격을 허락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
-
시네마노믹스
일자리 수요-공급 망가뜨리는 최저임금 급등…백수 용남이가 '취준생' 꼬리표 떼기 힘든 이유
“장가 못 갔고요. 취업 준비 중입니다.”영화 ‘엑시트’에서 대학 졸업 후 마땅한 직업 없이 백수로 살아가는 주인공 용남(조정석 분)은 어머니 고희연에 온 집안 어른께 인사를 드리면서 미리 연습한 듯한 말을 내뱉는다. 질문보다 먼저 나온 답에 상대방이 당황한 사이 용남은 술 한 잔을 따르고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누나 셋인 집안에 귀한 막내아들로 태어났지만 대학 졸업 후 변변한 직업도 없이 동네 바보형 취급을 받는 그의 자기방어책인 셈이다. 청년실업, 남의 일이 아니다지난해 7월 개봉한 ‘엑시트’는 대학 시절 암벽동아리 출신이자 현재 백수인 주인공이 갑자기 닥친 재난상황을 극복해가는 영화다. 942만 명의 관객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이처럼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엄마와 누나에게 구박받고, 조카도 창피하다며 피하는 삼촌인 용남이 가지는 보편성 때문이다. 지난 2월 말 기준 한국의 실업률은 4.1%다. 그중에서도 청년실업률은 9.0%에 달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100명 중 9명은 용남과 같은 백수로 지내는 셈이다. 실업률은 만 15세 이상의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이 중 청년실업률은 29세 이하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을 말한다.오랜 취업 준비에 지친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눈을 돌렸을 때 청년실업률은 낮아질 수 있다. 통계청은 고용동향을 집계할 때 근로형태를 가리지 않고 수입을 목적으로 1주 동안 1시간 이상 일했다면 모두 취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잡는 순간 실업자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취업에 실패해 아르바이트로 전전하는 청년들은 수시로 관두고 다른 아르
-
시네마노믹스
경제까지 '중증환자' 만드는 오염된 정보·가짜 뉴스
‘컨테이젼’ 같은 재난 영화에서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현상이 있다. 잘못된 정보가 사회에 빠르게 퍼지는 ‘인포데믹(정보 감염증)’이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전염병의 유행(epidemic)을 합친 단어다. 인포데믹이란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은 미국 전략분석기관 인텔리브리지의 데이비드 로스코프 회장이다. 그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2003년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인포데믹은 한번 생기면 곧장 대륙을 넘어 전염된다”고 설명했다.가짜뉴스가 전염병처럼 빨리 퍼져‘컨테이젼’에서도 감염병을 둘러싸고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수없이 돌아다닌다. 방송 뉴스의 앵커가 인터뷰를 위해 출연한 질병통제예방센터 관계자에게 “인도의 한 약이 치료 효과가 있는데 미국 정부가 발표를 막고 있다는 소문이 진짜냐”고 묻는다. 아시아와 남미에서는 ‘미국과 프랑스가 백신을 이미 개발했지만 아시아에 주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며 세계보건기구(WHO)의 전문가와 과학자들이 납치된다.영화에는 혼란을 이용해 일부러 ‘가짜뉴스’를 퍼뜨려 부당한 이득을 얻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프리랜서 기자 앨런 크럼위드(주드 로 분)는 블로그에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가 개나리액을 먹고 나았다며 거짓 영상을 찍어 올린다. 이를 믿은 수많은 사람은 개나리액을 사기 위해 약국에 줄을 선다. 그러나 판매 수량이 부족해 폭동이 발생한다. 크럼위드는 개나리액 사기를 통해 450만달러(약 55억원)를 챙기고 백신이 개발된 뒤에도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리다 증권 사기 및 범죄 모의 등의 혐의로 수사당국에 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