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경제
-
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경제 극대화하려면 장기 공급중심 구조변화 필요
존 메이너드 케인스와 조지프 슘페터는 20세기를 규정하는 경제학자다. 일반적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는 케인스다. 오늘날 거의 모든 국가 정책의 핵심 아이디어를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 이전의 저성장 국면은 물론이거니와 팬데믹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처방에서도 케인스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단기의 케인스, 장기의 슘페터제2차 세계대전 이후 케인스의 아이디어가 널리 채택된 핵심에는 ‘기계론적 세계관’이 자리잡고 있다. 망가진 경제는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것도 정부가 재정과 통화정책을 혼합해 수요를 자극하면서 단기에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여기서 ‘단기’는 짧은 시간이라기보다 경제가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고 실적에 미치지 못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런 단기 대책은 과정과 결과 모두 계량적인 수치로 보여줄 수 있기에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진다. 반면 슘페터는 장기 정책수단을 중시한다. 그리고 수요가 아니라 공급 측면을 강조한다. 문제는 현실에서 장기를 고민하는 의사결정자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선택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경제학자 제임스 뷰캐넌은 공공을 위해 자기 이익을 희생하는 공인은 거의 없다고 지적한다. 이들이 결코 개인적인 인성에 문제가 있거나 ‘영혼 없는 공무원’이어서가 아니다. 그저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책임지거나 리스크를 떠안는 일을 피하고 싶은 것이다. 결과를 오랫동안 기다려주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이런 경향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혁신환경 조성공급을 중시한 슘페
-
디지털 이코노미
SW 엔지니어와 기업이 실리콘밸리로 몰리는 이유
노동시장은 중매 사이트와 닮았다. 남자 100명과 여자 100명이 모여 있는 사이트가 남녀 10명씩 보유한 사이트보다 짝을 찾기가 쉽다. 물론 후자의 사이트는 두 경우 모두 ‘판매자’ 한 명당 잠재적인 ‘구매자’ 한 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상형을 찾을 확률은 사람이 많은 사이트가 훨씬 높다. 그녀(그)가 선택할 수 있는 상대방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두꺼운 노동시장의 장점중매 사이트는 노동시장이 두꺼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두꺼운 노동시장이 고용주를 근로자에게 더 잘 연결시킨다는 점이 핵심이다. 재조합 DNA 기술의 특정 분야를 전공한 분자생물학자는 자신을 고용할 생명공학 기업을 찾는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명공학이 발달한 보스턴이나 샌디에이고로 이동한다면 보유한 기술에 돈을 지급할 기업을 찾아낼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반면 생명공학 기업이 드문 포틀랜드나 시카고 같은 도시로 이동한다면 이상적이지도 않고 낮은 급여를 주는 회사에 만족해야 할지 모른다. 어디에 위치하느냐의 문제가 훗날 경력의 궤적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하면 그 중요함이 몇 배로 높아진다. 당연히 두꺼운 노동시장은 고용주에게도 큰 장점이 된다. 고용주는 자사 요구에 딱 맞는 분자생물학자를 찾을 수 있어 생산성 개선과 수익 증대, 더 나아가 보다 성공적인 기업공개를 이뤄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와 기업이 실리콘밸리로 모여드는 이유이다. 노동시장 규모와 사회적 변화노동시장 규모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자주 바꾸는 정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근로자 1만2000명을 20년에 걸쳐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직장 경
-
커버스토리
"정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성장 안된다"…"민간 경제로 창의적·질적인 성장 해야"
이창용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취임사에서 ‘민간 주도 경제 성장’을 특별히 강조했다. 이 총재는 “디지털 경제 전환, 지정학적 경제 블록화 등으로 한국 경제는 대전환의 갈림길에 섰다”며 “우리 경제가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 경제정책의 프레임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과거와 같이 정부가 산업정책을 짜고 모두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이해하기 쉬운 비유도 들었다. “과거 잘 달리던 경주마가 지쳐 예전같지 않은데도 새 말로 갈아타기를 주저하는 누를 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중략)기업들이 이끄는 민간 주도 경제는 공공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창의적이다. 세상은 ‘모든 것이 빛의 속도로 변해간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다. 한순간이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혁신을 놓치면 바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클라우드만 해도 그 중요성이 강조된 것은 10년이 넘었지만, 이것을 혁신적 서비스로 바꾼 것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정도다. 테슬라가 오래전 열어젖힌 전기자동차 시대를 이제 후발 주자들이 숨 가쁘게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를 발 빠르게 따라잡는 일은 절대로 정부가 해줄 수 없다. 오로지 민간의 도전과 열정만이 변화를 수용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민간 주도 경제는 필연적으로 ‘작은 정부’를 요구한다. 이것은 코로나 대응을 위해 지나치게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기도 하다. 모든 나라가 복
-
디지털 이코노미
인건비 뛴 중국서 돌아오고 싶어도 못 오는 이유
많은 기업이 중국을 떠나 자국으로 돌아갔다. 10년 만에 인건비가 두 배로 늘어난 탓이다. 중국의 인건비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64%, 2016년부터 2020년까지는 다시 30% 상승했다. 이는 미국과의 무역분쟁 이전부터 노동집약적 산업의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었다는 의미기도 하다. 의류 제조업체들이 중국 인건비의 7분의 1인 스리랑카나 방글라데시 같은 국가로 이동한 이유다. 여전히 매력적인 중국하지만 더 많은 기업이 중국을 떠나긴 어렵다. 엄격한 팬데믹 관리는 그 이유 중 하나다. 중국은 처음으로 코로나에 감염된 국가임과 동시에 제일 먼저 감염 지역을 봉쇄한 국가다. 이는 가장 먼저 경제와 공장을 정상화했다는 의미다. 즉, 그 어떤 국가보다 신뢰할 만한 공급원임을 입증한 셈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중국 경제의 단기적 마비가 중국 업체에 대한 기업 의존도에 실질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에 회의적이었다. 안정적인 대량생산이 가능한 국가는 중국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2020년 3월 중국 주재 미국 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기업의 70% 이상은 팬데믹 때문에 제조업체나 서플라이 체인, 소싱을 중국 밖으로 이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저가 공급업체 이상의 중국저가 공급업체 역할로 시작한 중국은 오늘날 이를 넘어 대체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로 진화했다. ‘이코노미스트’에 소개된 중국 마을 좡자이가 대표적 사례다. 약 20년 전부터 10만 명이 살던 이 마을에선 일본에 수출하는 관의 부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 중국 인건비는 일본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저렴한 노동력으로 기회를 얻은 관 제작 사업은 이후 목재를 덜 투입하면서도 운송과
-
디지털 이코노미
혁신이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한 경쟁의 조건은
시장지배력은 기업이 투입한 비용 이상으로 가격을 높이고, 투자와 위험, 혁신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초과이윤을 창출하는 능력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시장에서는 기업들은 위험이나 기타 비용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적절히 보상하며 자본이익률 정도의 이윤밖에 벌지 못한다. 성공적인 기업들이 항상 경쟁이 적은 시장을 찾는 이유다. 슘페터의 성장과 창조적 파괴기업가의 중요한 역할은 시장에서 일등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위험한 도박에 승부수를 두는 것이다. 이때 빠른 판단과 신기술은 운만큼이나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혁신경쟁에서 높은 생산성을 구현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에 따르면 이렇게 획득한 독점권력은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한 기업의 혁신이 기존의 열등한 기술을 파괴하며 시장을 지배하지만, 동시에 경쟁자들이 혁신을 받아들여 자신을 뛰어넘을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기업들의 쫓고 쫓기는 게임은 기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즉, 독점권력은 혁신과 성장을 부추기지만, 이렇게 획득한 지배력은 일시적이며 경쟁자들이 자신과 비슷해지거나 보다 우월해지면 독점력은 소멸한다. 하지만 슘페터의 주장과 달리 현실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이 언제나 신제품이나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더 저렴하게 생산하기 위한 목표로 혁신하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다른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막고, 여기서 나오는 이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다. 하이에크 vs 조지오웰경제학자는 아니었지만 뛰어난 사상가였던 조지 오웰은 하이에크의 저서 《노예의 길》에서 그가 자유시장경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