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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청운지지 (靑雲之志)

    ▶한자풀이靑: 푸를 청雲: 구름 운之: 갈 지志: 뜻 지푸른 구름의 뜻을 품다입신출세의 대망을 의미 -<당시선(唐詩選)>왕발(王勃)은 초당 4걸(初唐四傑)로 불리는 당나라 초기의 대표적 시인이다. 종래의 완미(婉媚: 융통성이 없이 올곧고 고집이 강함)한 육조시(六朝詩)의 껍질을 벗고 참신하고 건전한 정감을 읊어 성당시(盛唐詩)의 선구자가 됐다. 그는 특히 기-승-전-결의 네 구로 된 오언절구(五言絶句)에 뛰어났으며, <왕자안집(王子安集)> 등의 시집을 남겼다.왕발의 등왕각시서에는 “곤궁한 때에는 더욱 더 뜻을 굳게 가져 청운의 뜻(靑雲之志)을 버리지 않는다”는 구절이 있다. ‘청운의 뜻’은 푸른 구름을 품는다는 의미로 입신출세하려는 야망을 이른다. 입신출세는 유가의 지향점이기도 했다.왕발보다 스물네 살 아래인 당나라의 문인 장구령(張九齡)은 어진 재상이었지만 간신 이임보(李林甫)의 모략으로 벼슬길에서 파직돼 초야(草野)에서 여생을 보냈다. 그가 지은 조경견백발(照鏡見白髮)의 오언절구에도 비슷한 구절이 있다.“옛날에는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벼슬길에 나아갔는데/어느새 늙어 백발의 나이가 되었구나/누가 생각이나 했으랴/거울 속에서 나와 내 그림자가 서로 측은(惻隱)히 여기게 되리라고(宿昔靑雲志 蹉白髮年 唯知明鏡裏 形影自相憐).”젊었을 때 청운의 뜻을 품고 재상까지 오른 자신의 늙은 모습을 보며 흘러간 세월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토로한 시다.참고로 삼도지몽(三刀之夢)은 ‘칼 세 자루의 꿈’이라는 뜻으로 출세의 길몽을 의미한다. 진(晉)나라 왕준(王濬)이 칼 세 자루를 들보에 걸어놓았는데, 어느 날 또 한 자루 더 걸어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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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隨珠彈雀(수주탄작)

    ▶ 한자풀이隨:따를 수珠:구슬 주彈:쏠 탄雀:참새 작수후(隨侯)의 구슬로 참새를 쏜다는 뜻 작은 것을 얻기 위해 귀한 것을 버림-<장자>수주(隨珠)는 수후의 구슬이라는 뜻이다. 춘추전국시대 수나라 제후가 큰 상처를 입은 뱀을 구해준 보답으로 받은 야광주를 일컫는다. 화씨지벽(和氏之璧)과 함께 수주화벽(隨珠和璧)으로 불리며, 천하제일의 보물로 비유된다.노나라 군주 애공은 구슬을 가진 안합이 도(道)를 터득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보물을 빼앗을 요량으로 사신을 시켜 예물을 들고 가서 모셔오게 했다. 안합은 누추한 집에서 삼베 옷을 입고, 소에게 여물을 먹이고 있었다. 사신들이 안합의 집에 이르자 안합이 몸소 맞이했다. 사신들이 예물을 바치자 안합은 사람을 잘못 찾아온 것인지도 모르니 돌아가서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고 했다. 사신들이 돌아가 확인한 뒤 다시 와서 안합을 찾았으나 그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장자> 양왕편에 실린 고사다.이 고사를 소개한 장자는 몸을 위태롭게 하고 생명까지 버리면서 부귀공명을 좇는 자들이 많은 세상을 한탄한다. “무릇 성인은 마음이 향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을 미리 잘 살핀다. 지금 여기에 어떤 사람이 있는데, 그가 수나라의 매우 귀중한 구슬로 천 길 벼랑 위를 날고 있는 참새를 쐈다고 한다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비웃을 것이다. 이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건 그가 사용한 것은 귀중하고 그가 취하려는 것은 하찮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 생명의 귀중함을 어찌 수주의 구슬에 비하겠는가.” ‘수주의 구슬로 참새를 쏜다’는 의미의 수주탄작(隨珠彈雀)은 여기에서 나온 고사성어로, 작은 것을 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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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분수를 잊고 남을 흉내내다 이것저것 다 잃음을 비유하는 말 -장자-

    ▶ 한자풀이邯  조나라 서울 한鄲  조나라 서울 단之  갈 지步  걸음 보전국시대 조나라 사상가 공손룡(公孫龍)은 언변이 뛰어났다. 자신을 천하제일의 논객으로 자처한 그에게 장자는 눈엣가시였다. 사람들의 입에 장자가 오르내리는 게 영 불편했다. 어느 날 위나라 공자 모(牟)를 찾아가 속마음을 털어놨다.모가 우물 안 개구리 등의 비유로 그를 나무란 뒤 얘기 하나를 들려줬다. “자네는 조나라 수도 한단(邯鄲)에서 그곳 걸음걸이를 배우려던 시골 사람 얘기를 들어봤는가. 한단 걸음걸이를 채 익히기도 전에 고향 걸음걸이를 잊어버려 기어서 고향으로 돌아왔다는 얘기 말일세. 자네가 이곳을 바로 떠나지 않으면 장자의 큰 지혜도 배우지 못하고 자네의 지혜마저 잊어버릴 걸세.” 공손룡은 모의 말을 듣고 황급히 조나라로 돌아왔다.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얘기다.한단의 걸음걸이, 한단지보(邯鄲之步)는 자신의 분수를 잊고 남만 따라하는 어리석음을 뜻한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는 우리 속담과 뜻이 같다. “들보로 성벽을 부수지만 구멍을 막을 수는 없다. 크기가 다른 까닭이다. 천리마는 하루 천길을 달리지만 쥐를 잡는 데는 고양이만 못하다. 재주가 다른 까닭이다.” 역시 추수편에 나오는 이 구절은 ‘닮지 말고 너로 살라’는 장자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는다.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는 “분주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처지가 딱하다. 그중 남의 걸음걸이에 자기 보조를 맞추는 자의 처지가 가장 딱하다”고 했다. 미국의 재즈피아노 연주자 델로니어스 몽크는 “천재는 가장 자기 자신다운 사람”이라고 했다.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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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뜻으로 힘든 일도 노력과 끈기로 이뤄낸다는 의미 -당서-

    ▶ 한자풀이磨  갈 마斧  도끼 부爲  할 위針  바늘 침중국의 시선(詩仙) 이백(李白)도 ‘타고난 시인’은 아니었다. 그도 여느 아이들처럼 배움보다 노는 데 마음을 뒀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이백을 상의산으로 보내 공부를 시켰다. ‘산중 과외선생’을 붙여준 것이다. 얼마 되지 않아 싫증이 난 이백은 공부를 포기하고 산을 내려가기로 했다. 하산 도중 산 입구 물가에서 도끼 가는 노파를 만났는데, 가는 모양새가 이상했다.이백이 물었다. “도끼날을 세우려면 날 쪽만 갈아야지 왜 이렇게 전부를 가는 겁니까.” 노파가 답했다. “이렇게 다 갈아야 바늘을 만들지.” 엉뚱하다 싶어 이백이 웃었지만 노파는 진지했다. “이리 갈다 보면 도끼도 언젠가는 바늘이 되겠지. 시간이 걸려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노파의 말이 이백 가슴에 꽂혔다. 그는 발걸음을 돌려 다시 산에 들어가 배움에 정진했다. 중국 당나라 역사책 《당서(唐書)》에 나오는 얘기다.마부위침(磨斧爲針),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 아무리 힘든 일도 노력하고 버티면 결국은 이룰 수 있다는 의미다. 마부작침(磨斧作針)으로 바꿔 쓰기도 한다. 《시경》에 나오는 시 구절 절차탁마(切嗟琢磨·자르고 쓸고 쪼고 간다)도 뜻이 같다. 시는 학문과 인격을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비로소 군자에 가까워진다고 깨우친다.세상에 ‘타고난 천재’로 성공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 성공한 사람의 99%는 남달리 노력한 자다. 처음에 앞서가다 ‘노력하는 자’에게 밀린 천재들은 역사에 무수하다. 세상에 노력만 한 재능은 없고, 인내만 한 용기는 없다. 세상 이치는 단순하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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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라도 끊임없이 노력하면 이뤄진다 -열자

    ▶한자풀이愚  어리석을 우公  공평할 공移  옮길 이山  메 산먼 옛날 중국의 한 작은 마을에 우공(愚公)이라는 90세 노인이 살았다. 한데 사방 700리에 높이가 만 길이나 되는 두 산이 집 앞뒤를 가로막아 왕래가 너무 불편했다. 우공이 어느 날 가족을 모아 놓고 물었다. “나는 태행산과 왕옥산을 깎아 없애고, 예주와 한수 남쪽까지 곧장 길을 내고 싶다.”이튿날 새벽부터 우공은 산을 깎아내기 시작했다. 세 아들과 손자를 데리고 돌을 깨고 흙을 파서 삼태기로 발해에 갖다 버렸다. 한 번 버리고 오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비웃었지만 우공은 태연했다. “내가 죽으면 아들이 하고, 아들은 또 손자를 낳고, 손자는 또 아들을 낳고, 그 아들은 또 아들을 낳겠지요. 산은 그대로이니 언젠가는 두 산이 평평해지겠지요.”우공의 얘기를 전해들은 옥황상제는 그 뜻에 감동해 명했다. “두 산을 업어 태행산은 삭동 땅에, 왕옥산은 옹남 땅에 옮겨놔라.” 우공 집을 가로막은 두 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지금은 작은 언덕조차 없다고 한다. 《열자》 탕문편에 나오는 얘기다. 우공이산(愚公移山). 90세 노인이 믿음 하나로 태산을 옮겼다는 뜻으로, 큰일도 믿음이 굳으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의미다.세상에 단박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태산은 티끌이 쌓이고 쌓여 저리 높아졌고, 바다는 물 한 방물이 모이고 모여 저리 깊어졌다. 낮다고 버리면 높아지기 어렵고, 작다고 버리면 커지기 어렵다. 큰 꿈을 꾸려면 작은 실천에 마음을 쏟고, 먼 미래를 내다보려면 오늘에 충실해야 한다. 믿음에는 묘한 힘이 있다. 그 힘은 생각보다 훨씬 세다. 믿음은 세상 최고의 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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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받을 만한 좋은 전례는 언제나 가까이에 있다는 뜻 - 시경

    ▶한자풀이殷  은나라 은鑑  거울 감不  아닐 불遠  멀 원폭군의 공통점은 술과 여자다. 걸왕은 고대 중국 하(夏)·은(殷)·주(周) 세 왕조 중 하왕조의 마지막 왕이다. 그는 원래 지용(智勇)을 겸비한 왕자였다. 한데 왕이 되어 유시씨(有施氏) 나라를 정벌했을 때 유시씨국에서 보내온 매희라는 여인에 빠져 정사를 팽개치고 술에 취해 살았다. 술이 연못을 이루고 고기가 숲을 이룬다는 ‘주지육림(酒池肉林)’은 방탕이 극에 달한 그의 주연에서 비롯된 말이다. 결국 탕왕이 중국 최초의 역성혁명으로 은나라를 세웠다.은나라는 약 600년 뒤 주왕에 이르러 망한다. 주왕도 지혜와 무용이 뛰어났지만 그 역시 유소씨(有蘇氏) 나라 정벌 때 공물로 보내온 달기라는 여자에 빠져 ‘주지육림’에서 세월을 보냈다. 삼공(三公) 중 두 사람은 주왕에게 간하다 죽임을 당했고 훗날 주나라의 문왕이 되는 서백은 옥에 갇혔다. 서백의 죄목은 ‘불순한 시 구절 인용’이다. 그는 《시경》 대아편 탕시 구절을 인용해 “은왕이 거울로 삼을 것은 먼 데 있지 않고(殷鑑不遠), 하나라 걸왕 때에 있다”고 간언했다.방탕으로 나라를 잃은 하나라 걸왕을 ‘거울(鑑)’로 삼으라는 충언이었다. 주색에 빠진 주왕은 모든 간(諫)을 물리쳤고 결국 걸왕의 길을 걸었다. 나라를 잃고, 목숨도 잃었다. 쓰다고 약을 뱉으면 병이 깊어진다. 역사의 폭군은 하나같이 간(諫)을 뱉었다.은감불원(殷鑑不遠), 주변은 온통 스승이다. 망한 나라는 흥하는 나라의 반면교사이고, 간신은 충신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현자에게는 주변이 모두 거울이다. 그 거울로 자신의 내면을 살핀다. 우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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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 나라와는 화친하고 가까운 나라를 공격하다 - 전국책

    ▶ 한자풀이遠  멀 원交  사귈 교近  가까울 근攻  칠 공범수(范睡)는 전국시대 전략가다. 위나라 책사이던 그는 제나라와 내통한다는 모함을 받고 진나라로 도망쳤다. 당시 진나라는 소양왕 모후인 선태후의 동생 양후가 재상으로 있으면서 실권을 쥐고 있었다. 그는 제나라를 쳐서 자신의 영지를 넓히려 했다. 소양왕이 범수를 불러 의견을 물었다.범수가 진언했다. “전하, 멀리 떨어져 있는 제나라를 공격하는 것은 득책이 아닙니다. 적은 군대로 강국 제나라를 친다 하면 다른 제후들이 비웃을 것입니다. 더구나 두 나라 사이에 있는 한나라와 위나라가 길을 열어 줄지도 의문입니다. 또 설령 쳐서 이긴다 한들 그 땅을 진나라 영토에 편입시킬 방도가 없습니다. 옛날에 위나라가 조나라 길을 빌려 중산을 정벌했지만 정작 그 땅을 손에 넣은 것은 조나라였습니다. 위는 중산과 멀고 조와는 가까운 까닭이지요.”범수의 말에 일리가 있다 여겨 소양왕이 물었다. “그럼 어찌해야 하오.” 범수가 답했다. “먼 나라와 친교를 맺고 가까운 나라를 공략하는 ‘원교근공(遠交近攻)’ 전략이 상책입니다. 한 치의 땅을 얻어도, 한 자의 땅을 얻어도 전하의 땅이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해득실이 이처럼 분명한데 굳이 먼 나라를 치는 건 현책이 아니옵니다.”소양왕은 옳거니 싶었다. 소양왕의 신임을 얻은 범수는 승진을 거듭했고 재상에까지 올랐다. 또한 ‘먼 나라와 손잡고 가까운 나라를 친다’는 원교근공책은 천하통일을 꿈꾸는 진나라의 국시가 됐다. 《전국책》이 출처다.먼 나라와 손잡고 이웃 나라를 치는 ‘원교근공(遠交近攻)’이 전략의 전부는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