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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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복이 화가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되기도 한다 - 회남자 -
▶ 한자풀이塞 변방 새翁 늙은이 옹之 갈 지馬 말 마중국 국경 지역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노인이 기르던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땅으로 도망쳤다. “이를 어찌합니까.” 동네 사람들이 노인을 위로했다. 노인은 의외로 태연했다. “이 일이 복이 될지 누가 압니까.”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도망친 말이 오랑캐의 준마를 데리고 돌아왔다. “참으로 어르신이 말씀하신 그대로 입니다.” 이웃들의 축하에도 노인은 여전히 기쁜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게 화가 될지 누가 압니까.”며칠 뒤 노인의 아들은 그 말을 타다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노인을 위로했다. 노인은 이번에도 무표정이었다. “이게 복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오.” 아들이 다리가 부러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북방 오랑캐가 침략했다. 나라에서는 징집령을 내려 젊은이들을 모두 싸움터로 내몰았다. 하지만 다리가 부러진 노인의 아들은 전장에 불려나가지 않았다. 중국 전한의 회남왕 유안이 쓴 『회남자』에 나오는 얘기다.인간만사 새옹지마(塞翁之馬)다. 변방 노인(塞翁)의 말(馬)은 인간의 길흉화복이다. 오늘의 길(吉)이 내일은 흉(凶)이 되고, 오늘의 화가 내일은 복이 되는 게 인생이다. 알 수 없는 게 내일이고,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삶은 단색이 아니다. 길도 아니고 흉도 아닌 길흉이고, 복도 아니고 화도 아닌 화복이다. 복 속에 화가 있고, 화 속에 복이 있다.위기(危機)는 위태로움(危)과 기회(機)가 붙어 있다. 위태로움을 뒤집으면 기회가 보이고, 기회에서 방심하면 위태로워진다. 그러니 위태로움에 처하면 기회를 보고, 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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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취하자니 이익이 작고 버리자니 아까운 것 - 후한서 -
▶ 한자풀이鷄 닭 계 肋 갈비 륵계륵(鷄肋)은 누구나 아는 고사성어다. 말 그대로 닭(鷄)의 갈비(肋)니,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자니 왠지 좀 아까운 거다. 큰 쓸모나 이익은 없으나 그렇다고 팽개치기는 아까운 거다.중국 후한시대가 저물어 가고 삼국시대에 접어들 무렵, 한중(漢中)은 위나라 조조와 촉나라 유비의 각축장이었다. 토지가 비옥하고 생산물이 풍부해 향후 ‘땅 싸움’을 가늠할 전략적 요충지였다. 유비가 한중을 공략해 조조가 아끼던 장수 하후연을 죽이고 성을 차지했다. 격노한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한중 수복작전에 나섰다. 한데 유비 측 방어는 철벽이었다. 식량은 줄어가고, 병사를 마냥 한중에만 배치할 수도 없고…. 조조의 고민은 깊어갔다.그러던 어느날 조조의 저녁으로 닭국이 올라왔다. 조조는 먹자니 먹을 게 없고 버리기는 아까운 닭 갈비가 자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마침 그때 하후연의 형 하후돈이 암호를 물으러 왔다. “계륵으로 하게.” 조조가 툭 던졌다. 군의 행정 실무를 보던 양수(楊修)가 그 말을 전해듣고 조조의 속마음을 알아챘다. “조만간 한중에서 철수할 터이니 미리 짐들을 챙겨놔라.” 병사들이 그 까닭을 물었다. “닭 갈비는 먹을 게 없지만 버리기도 아깝다. 주군께서는 돌아가기로 결심하신 것이다.” 조조는 자신의 심중을 귀신처럼 꿴 양수를 ‘군심 교란죄’로 처형하고 태연히 철수했다. 《후한서》 ‘양수전’에 나오는 얘기다.계륵은 몸이 마르고 허약한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죽림칠현(竹林七賢) 중 한 명인 유영(劉怜)이 술에 취해 시비를 걸었다. 화가 난 상대가 주먹을 휘두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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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비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해도 본질은 아주 다른 것 - 맹자 -
▶ 한자풀이似 닮을 사而 말 이을 이非 아닐 중국 고전의 사서(四書) 중 하나인 《맹자》 ‘진심’편에 맹자가 제자 만장과 대화를 나누는 대목이 나온다. 만장이 스승 맹자에게 묻는다. “공자는 자기 고장에서 행세하는 선비인 향원(鄕原)을 덕을 해치는 자라 했습니다. 한 마을에서 칭송받으면 어디를 가나 마찬가지일 터인데 어째서 그들이 덕을 해친다 했는지요?” 맹자가 답한다. “향원은 비난하려 해도 지적할 게 없는 듯하고, 꼬집으려 해도 꼬집을 게 없는 듯하고, 행동이 청렴결백한 것 같지만 속내를 감추고 세속에 영합한다. 그러므로 덕을 해치는 자라 한 것이다. 공자는 비슷한 듯하지만 아닌 것(似而非)을 미워하셨다. 가라지를 미워하는 건 곡식의 싹을 어지럽힐까 염려하신 때문이다.”사이비는 비슷하지만(似), 그러나(而), 같지는 않은 것(非)이다. 공자는 사이비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 사람을 현혹한다고 했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2500년 전에도 여전히 사이비가 사람들을 속인 모양이다.공자는 문질빈빈(文質彬彬)을 강조한다. 문체(文)와 바탕(質)이 어긋나지 않아야 빛이 난다(彬)는 뜻이다. 문체는 언변, 외모, 포장, 디자인이다. 바탕은 인성, 자질, 콘텐츠다. 부실한 콘텐츠를 화려한 포장으로 가리는 것도 사이비고, 허접한 영혼을 능수능란한 언변으로 가리는 것 역시 사이비다. 우리 사회는 유독 사이비가 판을 친다.맹자는 공자의 말을 빌려 사람을 네 형태로 분류했다. 중용의 도리에 부합해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는 사람, 품은 뜻은 크나 실행이 이에 못 미치는 사람, 나름 지조가 있어 악은 행하지 않되 소심한 인물, 위선적인 처세로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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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뒤에 태어난 사람이 학문을 닦아 앞에 난 선배를 능가한다는 뜻 - 논어 -
▶ 한자풀이後 뒤 후生 날 생可 옳을 가畏 두려워할 외“뒤에 난 사람이 두렵다(後生可畏). 나중에 올 사람이 어찌 지금 사람만 못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나이 40이나 50에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다면 그리 두려워할 게 못 된다.”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후생(後生)은 뒤에 태어난 사람이다. 외(畏)는 단순히 두려운 게 아니라 존경의 뜻을 내포한다. 경외(敬畏)를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그러니 후생가외는 뒤에 오는 자의 뛰어남을 두려워하고 시기만 하는 게 아니다. 두렵지만 존중하고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뒤에 난 사람을 경계해 스스로 더 정진하는 것이다.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는 35년을 뛰어넘은 망년지우(忘年之友)다. 서원으로 찾아온 이이가 돌아간 뒤 이황은 제자 조목에게 편지를 보냈다. “율곡이 찾아왔다네. 사람됨이 명랑하고 시원스러울 뿐 아니라 견문도 넓고 우리 쪽 학문에 뜻이 있으니 ‘후배가 두렵다(後生可畏)’고 한 공자의 말씀이 참으로 옳지 않은가.” 율곡의 학문보다 퇴계의 그릇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릇이 큰 데는 다 까닭이 있다.후생가외보다 귀에 더 익은 건 청출어람(靑出於藍)이다. 맹자의 성선설에 맞서 순자는 성악설을 주창했다. 둘은 유가이면서 생각의 색깔은 다소 달랐다. 《순자》 권학편은 선(善)의 회복에 배움이 왜 중요한지를 상세히 적고 있다. “학문은 그쳐서는 안 된다. 푸른색은 쪽빛에서 나왔지만 쪽빛보다 더 푸르고, 얼음은 물에서 나왔지만 물보다 더 차갑다.”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청출어람의 출처가 된 구절이다.인생은 미지수(未知數)다. 크고 작은 미지수가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