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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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복날'은 왜 절기에 끼이지 못했을까?
한여름 맹위를 떨치던 무더위도 이제 끝자락에 접어들었다. 절기상으론 이미 입추(8월 7일)를 지나 처서(8월 23일)를 앞두고 있으니 가을로 들어선 셈이다. 처서는 ‘곳 처(處), 더울 서(暑)’다. ‘더위가 머무르다, 그치다’란 뜻에서 생긴 이름이다. 끝났나 싶던 올여름 장마도 지난주 다시 찾아와 ‘물폭탄’을 쏟아부었다. 이렇게 제철이 지난 뒤에 지는 장마를 ‘늦장마’라고 한다. 삼복은 한여름 무더위 조심하라 정한 날언론에선 이와 함께 지각장마니 2차장마니 가을장마니 하는 말로 그즈음 날씨를 전했다. 이 가운데 공식적으로 ‘족보’가 있는 말, 즉 사전에 오른 단어는 ‘늦장마’와 ‘가을장마’뿐이다. 나머지는 아직 단어라고 할 수 없는, 임의적 표현인 셈이다.올해는 예년보다 더위가 길어질 것이란 게 기상청 전망이다. 오는 8월 15일이 제77주년 광복절이자 말복이다. 둘 다 우리 기념일이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광복절은 국경일이자 공휴일이지만, 말복은 국가기념일도 아니고 명절도 아니다. 그렇다고 농사일에 기준으로 삼던 절기도 아니다. 날짜도 매년 달라진다. 초복·중복·말복 등 삼복은 한여름 불볕더위를 슬기롭게 넘기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날인데, 이를 절기와 별개로 ‘속절(俗節)’이라고 부른다. 한국천문연구원에서 매년 여름 이듬해 24절기와 명절, 공휴일, 기념일 등 달력 제작 기준을 정해 발표한다. ‘절기’는 계절의 변화 기준으로 삼던 날절기(節氣)란 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눠 계절의 표준으로 삼은 날을 말한다. 속절은 1년 중 시기마다 특별한 의미를 담아 일상생활을 비롯해 제사일, 국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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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민족 최대의 명절은 추석? 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궁금해지는 게 있다. 민족 최대의 명절은 추석일까 설날일까?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이….” 언론에서는 추석을 앞두고 관련 보도를 쏟아낸다. 설 때가 되면 같은 문장에 ‘추석’ 대신 ‘설날’만 바꿔 넣은 말이 반복된다. 그래도 우리는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 명절은 법 아니라 관습으로 지켜온 행사그만큼 우리 인식에 추석과 설은 경중을 따질 수 없는 양대 명절로 자리잡았다는 뜻일 게다. 실제로 이동인구에도 큰 차이가 없다. 한국교통연구원이 2018년 내놓은 ‘10년간 명절연휴 통행실태’에 따르면 추석 3600여만 명, 설 3200여만 명이었다(2017년 기준).추석이나 설을 명절이라고 하는데, 절기(節氣)와는 어떻게 다를까? 또 기념일이나 국경일, 공휴일과의 차이는 무엇일까? 별로 쓸모없을 거 같은 ‘알쓸신잡’류 우리말 몇 가지를 알아보자.우선 명절은 오랜 관습에 따라 해마다 일정하게 지켜 즐기거나 기념하는 때를 말한다. 국경일과 기념일이 법에 의해 정해진 날임에 비해 명절은 ‘관습’에 의한 것이다. 계절에 따라 좋은 날을 잡아 일정한 행사를 하면서 생겨난 풍속이다. 유구한 역사 속에 민족의 삶과 함께 해 그 자체로 문화가 된 기념일, 그것이 명절인 셈이다. 그래서 명절은 살아가면서 ‘지내는’ 것이고, 국경일과 기념일은 때가 되면 ‘돌아오는’ 날이다. 명절은 또 계절의 바뀜을 알려주는 ‘절기(節氣)’와도 구별된다.우리 명절로는 설과 추석을 비롯해 정월대보름, 한식, 단오, 유두, 백중, 동짓날 등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중 동짓날은 24절기에도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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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처서(處暑)란 "더위, 물렀거라!"란 뜻이죠
기록적 폭염이었던 올여름 무더위도 다 끝났다. 어느새 아침저녁으로 가을 분위기가 제법 느껴진다. 절기상으론 이미 처서(處暑·8월23일)를 지났다. 처서는 한자로 ‘곳 처(處), 더울 서(暑)’다. 누구나 아는 절기 이름이지만, 이 말의 뜻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더위가 그친다는 뜻으로, 이맘때가 되면 무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한 기운을 느낀다는 데서 붙여졌다.‘처(處)’는 호랑이가 웅크리고 앉은 모습處는 보통 처소(處所) 등 ‘곳’으로 새기는 게 대표적인 훈(訓)이다. 그런데 더위가 물러난다는 뜻의 말에 왜 이 ‘처’가 쓰였을까? 한자의 유래를 알면 좀 더 이해하기 쉽다. 處는 호랑이()가 뒷발()을 꿇은 채 웅크리고 앉은()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본래 ‘(날쌔게 움직이는 호랑이가)멈추다, 머무르다’란 뜻에서 시작됐다(하영삼, ‘한자어원사전’).처서는 곧 ‘더위가 머무르다, 그치다’란 뜻이다. 순우리말로 풀면 “더위, 물렀거라!”쯤 되는 셈이다. 處는 여기서 다시 ‘머물러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의미가 확장돼 거처, 처소 등을 나타내는 말로도 쓰이게 됐다. 말이나 행동이 경솔한 사람을 가리켜 “채신머리없게 굴지 마라”라고 한다. ‘채신머리없다’는 ‘채신없다’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 말도 한자 處와 관련이 있다.어근 ‘채신’은 지금은 완전히 굳어져 고유어처럼 쓰이지만 본래 ‘처신(處身)’이 변한 말이다. ‘처신’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가져야 할 몸가짐이나 행동을 말한다. 매우 부끄러울 때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하는데, 이때의 ‘몸 둘 바’가 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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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이랑'과 '고랑'의 차이
이랑은 두둑과 같은 말이다. 논이나 밭을 갈아 골을 타서 두두룩하게 흙을 쌓은 곳이다. 고랑은 두둑한 땅과 땅 사이의 길고 좁게 들어간 곳을 이른다.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올라가자 덩달아 모내기 철도 빨라졌다. 농촌진흥청에서 나서서 지나치게 이른 모심기는 수확량 감소로 이어진다고 걱정할 정도다. 원래 우리 선조들은 이맘때 까끄라기 곡식, 즉 익은 보리를 베고 벼농사를 짓기 위해 모를 심었다. 그래서 절기상 망종(芒種·6월6일)이라고 한다. 까끄라기 망(芒), 씨 종(種)이다. 까끄라기란 벼, 보리 따위의 낟알 껍질에 붙은 깔끄러운 수염을 말한다. 한 해 먹거리를 준비하는 시기이니 1년 중 농사일로 가장 바쁜 때다.고랑은 오목한 골, 이랑은 볼록한 두둑‘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소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니.’ 조선시대 문신인 약천(藥泉) 남구만(1629~1711)이 운치 있게 읊은 이즈음의 농촌 풍경이다. 동트는 시골 아침의 고즈넉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권농가(勸農歌)로 잘 알려진 이 시조에 나오는 ‘재’는 ‘높은 산의 고개’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이다. 서울의 무악재, 만리재, 충북 제천의 박달재 같은 게 유명한 고갯길이다.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을 잇는 고개는 새재라고 부른다. 지명을 넣어 문경새재로 많이 알려져 있다. 재를 한자어로 하면 ‘영(嶺)’이다. 그래서 새재를 ‘조령(鳥嶺)’이라고도 한다. 흔히 영남지방이니, 강원도 영동/영서니 할 때의 ‘영’이 이 ‘재’를 이르는 말이다. ‘재/영’이 지역을 가르는 기준이었다. 경상남북도를 이르는 영남(嶺南)은 조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