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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입장'을 자주 쓰면 글이 모호해져요

    일자리 창출이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고용참사’란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이와 관련한 언론보도문 가운데 다음 같은 유형의 문장이 꽤 있다. “청와대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큰 틀의 변화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 정책수단을 수정할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목해야 할 곳은 서술어로 쓰인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이다.의미 모호하고 우리말 구조 망가뜨려여기에 ‘입장’이 왜 들어갔을까? 이어지는 문장에서 청와대 관계자는 “소득주도성장이 근본적인 방향성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수정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분명하게 그리 말했으니 ‘~있다고 밝혔다’라고 하면 될 일이다. 간결하고 알아보기도 쉽다. 상투적으로 ‘입장’을 가져다 붙이는 것은 잘못된 글쓰기 습관 탓이다.지난 3월 한창 ‘미투 운동’이 펼쳐질 때도 이런 오류가 많았다. 이런 것을 보면 ‘입장’은 어딘지 찜찜한 상황에서, 말하기 곤혹스러운 처지를 드러낼 때 자주 쓰인다는 점을 알 수 있다.‘입장’은 대표적인 일본어 투다. 그러나 딱히 외래어 투라고 해서 쓰지 말자는 게 아니다. 이 말의 문제점은 두 갈래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우리말에 대한 폐해다. 예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입장’은 우리말 문장을 왜곡한다. 말하듯이 자연스럽게 쓰는 게 가장 좋은 글쓰기 방법이다. 그런데 굳이 ‘입장’을 넣어 말을 비틀어 쓴다. 우리말 구조를 망가뜨리는 일이다.또 하나는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막는다는 점이다. ‘입장’은 모호한 말이다. ‘처지, 형편, 속셈, 의견, 태도, 생각,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