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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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신사의 나라' 영국, 젠트리는 진짜 신사일까
신사를 뜻하는 젠틀맨은 양복에 넥타이를 맨 점잖은 남자를 연상하게 하지만 본래 영국의 신분 계급 중 하나였다. 작위가 있는 귀족 바로 아래의 중간계급을 분류할 때 영지 규모가 가장 작은 사람이 젠틀맨이었다. 어원은 옛 프랑스어로 귀한 집안 출신을 뜻하는 ‘gentil’이다. 젠트리는 공작·백작 등의 귀족과 평민 사이에 위치했다. 젠트리는 귀족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가문의 휘장을 쓰는 것이 허용되었다. 지주뿐 아니라 법률가, 성직자, 의사 등 전문직과 부유한 상인까지도 이 범주에 포함되었다. 실질적인 사회 엘리트였으며 역사적으로 영국의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시대가 흘러 젠트리의 계급적인 개념은 희석되고, 이와 거의 동의어로 쓰인 젠틀맨이 귀족을 포함한 상류 계층을 통칭하는 말이 되었다. 현대의 젠틀맨은 ‘교양 있고 예의 바른 남성’을 지칭하는 일상용어다. 농업국가에서 상공업국가로 성장한 영국젠트리는 16세기에 본격 등장했다. 중세가 끝나가던 당시 영국에서는 토지 소유와 신분 계급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권력층인 상층 귀족이 쇠퇴하고 농업과 상공업으로 부를 축적한 중간 계층이 전면에 부상한 것이다. 15~16세기에 일어난 1차 인클로저운동은 양모를 공급할 양을 사육하기 위해 지주들이 농지나 휴경지, 공동경작지 등 자신의 땅에서 농민을 내쫓고 울타리를 친 것이다. 농사지을 땅을 잃은 농민들은 실업자로 전락하고 도둑이나 거지가 되기도 했다.인클로저운동은 중세 장원경제의 붕괴와 새로운 사회·경제 주역의 탄생을 알린 변곡점이었다. 농업 위주였던 영국은 16세기 들어 해외 식민지 건설, 해상무역과 모직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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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글기자
화려한 도시개발의 그림자 '젠트리피케이션'
젠트리피케이션, ‘둥지 내몰림’이라고도 불리는 이 현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사회에 꾸준히 자리 잡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된 구도심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유입돼 기존의 저소득층과 원주민이 도시에서 쫓겨나는 현상이다. 서울을 대표하는 번화가이자 예술거리인 경리단길, 익선동, 북촌, 가로수길과 삼청동 역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겪고 있다.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발생하는 까닭은 경제적인 측면이다. 구도심 활성화로 이른바 ‘핫 플레이스’가 되면, 임대료가 오르고 유명 프랜차이즈가 들어오며 이를 감당하기 어려운 임차인들은 도시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임차인들이 도시를 떠나고, 상가는 텅텅 비어간다.젠트리피케이션으로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되는 것은 도시의 원주민과 저소득층 소상공인이다. 2019년 3월, 서울고등법원 형사3부는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자신이 운전하는 차량으로 건물주 이모씨에게 돌진했으며, 망치를 휘둘러 머리를 가격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언뜻 단순한 폭행사건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 속에는 더욱 잔인한 실상이 숨겨져 있었다.가해자 김씨는 서울 한 상가건물에서 족발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족발집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 유명해지자, 2016년 상가건물을 매입한 건물주 이씨는 월세를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네 배 넘게 올려 요구했다. 이로 인해 건물주와 김씨 간의 갈등이 시작됐고 결국은 극단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도시에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의 피해자들이 속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