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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동열의 고사성어 읽기

    죽은 목숨을 다시 살려낸다는 뜻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구원해 회생시킴 - 여씨춘추 -

    ▶ 한자풀이起  기동할 기死  죽을 사回  돌아올 회生  살 생춘추시대 월나라와 오나라는 말 그대로 ‘앙숙’이었다. 두 나라는 치열하게 싸웠고, 간혹 화친을 맺어 서로 후일을 도모했다. 오왕 부차가 다리에 중상을 입으면서 아버지 합려를 죽인 월왕 구천과의 복수전에서 승리했다. 원래 전쟁이란 게 한 나라가 완전히 망하지 않는 한 ‘중간 승리’인 경우가 많다. 이 싸움 또한 그러했다.월나라 대부 종(種)이 구천에게 오나라와 화친을 맺으라고 간했다. 구천은 이를 받아들여 대부 제계영에게 오나라에 가서 화평을 청하도록 했고, 이로써 싸움은 잠시 멈췄다. 앞서 부차는 아버지를 죽게 한 월나라를 널리 용서한다며 말했다. “이는 죽은 사람을 다시 일으켜 백골에 살을 붙이는 것과 같다(起死人而肉白骨也).” 부차는 더 처절한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검을 깊이 숨겼다.진나라 정치가 여불위가 빈객(賓客) 3000여 명을 모아 편록(編錄)한 《여씨춘추》 별류편에는 노나라 사람 공손작 얘기가 나온다. 그는 “나는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我可活死人也)”며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 사람들이 방법을 물으니 그가 답했다. “나는 반신불수를 고치는데 그 약을 두 배로 늘리면 죽은 사람도 살린다(起死回生)”고 했다.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난다’는 기사회생(起死回生)은 여기에서 유래했다.관중은 최선을 다한 꼴찌에게 박수를 보낸다. ‘최선’의 의미를 아는 까닭이다. 기사회생으로 승패를 뒤집은 선수에겐 더 큰 박수를 보낸다.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 자신을 이겨내는 의지, 경기장을 적시는 땀 없이는 기사회생이 불가능함을 아는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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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간다 - 한서, 사기 -

    ▶ 한자풀이錦  비단 금衣  옷 의夜  밤 야行  다닐 행, 항렬 항진나라 도읍 함양에 입성한 항우는 잔인한 행동을 서슴지 않았다. 3세 황제 자영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진시황의 아방궁에도 불을 질렀다. 진시황 무덤까지 파헤쳤다. 유방이 창고에 쌓아둔 보물을 모두 차지하고, 주지육림에 빠져 승리를 자축했다. 이는 몰락의 예고편이었다. 승리 직후의 태도는 승리자의 앞길이 어떨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모신(謀臣) 범증이 항우에게 제왕의 바른길을 간곡히 간했으나 듣지 않았다. 항우는 되레 재물과 미녀들을 손에 넣고 고향 강동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제왕보다 금의환향(錦衣還鄕)에 마음을 둔 것이다. 항우의 이런 속내를 꿴 한생이 말했다. “함양은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여 있고 땅 또한 비옥합니다. 이곳을 도읍으로 정해 천하에 세력을 떨치십시오.”하지만 항우는 여전히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출세를 자랑하고 싶었다. 속내를 이렇게 중얼거렸다. “부귀해졌는데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에 길을 가는 것(錦衣夜行)’과 같다. 누가 이것을 알아주겠는가.” 한생이 항우 앞을 물러나며 중얼댔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기를 초나라는 원숭이에게 옷을 입히고 갓을 씌웠을 뿐이라고 하더니 그 말이 정말이구나.”이 말을 전해들은 항우는 한생을 삶아 죽였다. 항우는 고향으로 돌아갔고, 훗날 유방이 함양에 들어와 천하를 거머쥔다. 《한서》 항적전과 《사기》 항우본기에 나오는 얘기다.‘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간다’는 금의야행(錦衣夜行)은 보람이나 의미가 없는 행동을 비유한다. 금의환향과는 달리 출세해도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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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래가 너무 많으면 길을 잃는다 - 열자 -

    ▶ 한자풀이 多 많을 다岐 갈림길 기亡 망할 망羊 양 양다기망양(多岐亡羊). 갈림길(岐)이 많아 양을 잃었다는 뜻이다. 배움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 진리 찾기가 어렵다는 의미로, 가르침이 다양해 어느 것을 따라야 할지 헷갈린다는 비유로도 쓰인다. 출처는 《열자》로, 중국 전국시대 극단적 개인주의를 주창한 사상가 양자와 관련된다. 동시대를 산 묵자와 양자는 생각이 극으로 갈렸다. 묵자는 만물을 두루 사랑하라는 겸애(兼愛)를 설파했고, 양자는 나라에 이익이 된다 해도 머리카락 한 올 내줄 수 없다고 맞섰다.어느 날 양자의 이웃집 양 한 마리가 달아났다. 이웃집 사람은 물론 양자네 하인들까지 양을 찾아 나섰다. 양 한 마리에 너무 요란스럽다 싶어 양자가 물었다. “그래, 양은 찾았느냐?” 하인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갈림길이 너무 많아서 그냥 되돌아왔습니다.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 있는지라 양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도통 알 길이 없었습니다.”하인의 말을 들은 양자는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그후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제자들이 그 까닭을 물어도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여러 날이 지나도 스승의 얼굴에 수심이 가시지 않자 제자 맹손양(孟孫陽)이 선배 심도자(心都子)를 찾아가 저간의 연유를 말하고 그 까닭을 물었다. 심도자가 양자의 속뜻을 짚어줬다. “큰길에는 갈림길이 많기 때문에 양을 잃어버리고(多岐亡羊), 학자는 여러 갈래로 배우기 때문에 본성을 잃는다네. 원래 학문의 근본은 하나였는데 그 끝이 이리 갈라지고 말았네. 선생은 하나인 근본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시는 것이라네.”갈래가 많으면 양을 잃는다. 생각이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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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러설 곳 없는 막다른 상황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싸움에 임하다 - 사기 -

    ▶ 한자풀이 背 등 배水 물 수之 갈 지陣 진칠 진한나라 군사를 이끈 한신은 위나라를 격파한 여세를 몰아 조나라로 진격했고, 조나라는 20만 군대를 동원해 조로 들어오는 좁은 길목에서 방어에 나섰다. 한신은 2000여 기병을 뒷산에 매복시키고 1만여 군대는 강을 등지고 진을 치게 했다. 이른바 배수진(背水陣)을 친 것이다. 한신이 명을 내렸다. “주력 부대는 내일 싸움에서 거짓으로 도망친다. 그럼 적이 패주하는 우리 군사를 추적하려고 성을 비울 것이고, 그때 기병대는 조나라 성채를 급습해 한나라 깃발을 꽂아라. 거짓으로 패주하는 군사는 강을 등진 군사와 합류해 조 군대에 맞서라.” 한신의 계책은 적중했다. 조나라 군사들은 도망치는 한나라 군사를 서둘러 쫓았고 그 틈에 기병대는 성채에 한나라 깃발은 높이 내걸었다.전투가 끝난 뒤 부장들이 한신에게 물었다. “병법은 산을 등지고 물을 앞에 두고 싸우라 했는데, 물을 등지고 싸워 이처럼 대승을 거두다니 어찌된 일입니까.” 한신이 답했다. “병서에 이르기를 자신을 사지(死地)에 내몰아 살길을 찾을 수도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오합지졸 병사들을 생지(生地)에 뒀다면 그냥 흩어져 버렸을 겁니다.” ‘살기를 도모하면 죽고 죽기를 각오하면 산다(生卽死 死卽生)’는 이순신의 말을 떠올리게 되는 대목으로, 《사기》 회음후열전에 나오는 고사다.‘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배수지진(背水之陣)은 막다른 곳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운다는 뜻이다. 어떤 일에 임하는 결기를 의미한다. 인간은 때로 극단의 상황에서 더 큰 용기가 생긴다.신동열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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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멋대로 휘두르다 - 사기 -

    ▶ 한자풀이 指 가리킬 지鹿 사슴 록爲 위할 위馬 말 마조고는 중국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을 섬기던 환관이다. 간신은 거짓충성을 다하다 주군이 죽으면 바로 돌아선다. 조고가 그랬다. 그는 진시황이 죽자 유서를 위조해 태자 부소를 죽이고 호해를 2세 황제로 세웠다. 어리석은 호해를 황제에 올려놓고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렀다.승상(재상)까지 꿰찬 조고는 어느 날 중신들의 속내가 궁금했다. 그는 사슴 한 마리를 어전에 갖다 놓고 호해에게 말했다. “이것은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폐하를 위해 어렵게 구했습니다.” 호해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승상은 농담이 심하시오.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시오(指鹿爲馬).” “아닙니다. 이건 분명 말입니다.”조고가 짐짓 우기자 호해가 중신들을 둘러보며 물었다. “공들의 눈에도 저게 말로 보이오?” 조고가 두려운 대다수 중신은 말이라 했고, 뜻이 굳은 일부만 사슴이라 했다. 조고는 사슴이라 한 모두를 다른 죄를 씌워 죽였다. 역사에 뒤가 맑은 간신은 거의 없다. 그는 유방의 군대가 진의 수도 함양으로 올라오자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을 3세 황제로 옹립했다. 자영은 호해와 달랐다. 그는 등극 즉시 조고를 주살해버렸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는 《사기》가 출처다.스스로 높아지려고 애쓰는 자는 남들이 그를 끌어내린다. 이름을 들어 말하지 않고, 지위를 들어 말하지 않고, 인맥을 들어 말하지 않아도 남들은 안다. 그가 누구인지를. 권세는 남이 보기에 아름다워야 빛이 난다. 세상에 홀로 빛나는 건 적다. 태양이 있기에 그 빛이 고운 것이다.신동열 한경 경제교육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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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무친 원수를 갚으려고 온갖 괴로움을 참고 견디다 - 사기 -

    ▶ 한자풀이 臥 누울 와薪 섶 신嘗 맛볼 상膽 쓸개 담춘추시대 월나라와 오나라는 앙숙이었다. 월왕 구천과 싸워 크게 패한 오왕 합려는 상처 악화로 목숨을 잃었다. 합려는 숨을 거두며 구천을 쳐 원수를 갚아달라고 태자 부차에게 유언했다. 왕에 오른 부차는 아버지의 유언을 잊지 않았다. 섶 위에서 잠을 자고(臥薪), 자기 방을 드나드는 신하들에게 부왕의 유언을 외치게 했다.월왕 구천이 이 소식을 전해듣고 부차를 먼저 치기로 했다. 참모 범려가 극구 만류했지만 듣지 않았다. 복수심에 찬 오나라 군대는 거침이 없었다. 회계산에서 대패한 구천은 목숨을 부지하고자 항복을 청하고 부차의 신하가 됐다. 오나라 중신 오자서가 간했다. “후환을 남기지 않으려면 지금 구천을 죽여야 합니다.” 부차 역시 간언을 묵살했다. 구천의 ‘거짓 몸종 행세’에 속은 부차는 구천을 월나라로 돌려보냈다. 이번엔 구천이 이를 갈았다. 옆에 놔둔 쓸개의 쓴맛을 맛보며(嘗膽) 부차에게 당한 치욕을 떠올렸다.구천은 20년간 복수의 칼을 갈아 부차를 무릎 꿇리고 회계산의 굴욕을 되갚았다. 부차는 오자서의 간언을 듣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스스로 목을 베었고, 구천은 천하를 거머쥐었다. 섶에 눕고 쓸개를 씹으며 원수를 갚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견딘다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은 《사기》가 출처다.승패는 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라 했다. 싸움에서 이기고 지는 건 늘 있는 일이다. 설령 오늘 패한다 해도 잊지 않고 참고 견디면 기회가 온다. 어제의 실패 교훈을 잊으면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자.신동열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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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럿이 한목소리를 내면 거짓도 진실인 듯 보인다 - 한비자 -

    ▶ 한자풀이三   석 삼人   사람 인成   이룰 성虎   호랑이 호전국시대 위나라 대신 방총이 인질로 조나라 수도 한단에 가는 태자를 수행하게 됐다. 자신이 위나라에 없는 동안 신하들의 음해를 우려한 방총이 출발을 며칠 앞두고 혜왕에게 물었다.“전하, 지금 누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믿지 않을 것이오.” 방총이 재차 물었다. “하오면, 두 사람이 똑같이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그 또한 믿지 않을 것이요.” 방총이 다시 물었다. “만약 세 사람이 똑같이 아뢴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땐 믿을 것이오.”방총이 말했다. “전하,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명확한 사실입니다. 하오나 세 사람이 똑같이 아뢰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 신이 가게 되는 한단은 저잣거리보다 억만 배나 먼 곳입니다. 더구나 신이 떠나면 신 뒤에서 참언하는 자가 세 사람만은 아닐 것입니다. 간절히 바라옵건대 그들의 헛된 말을 귀담아듣지 마십시오.”아니나 다를까. 방총이 떠나자 신하 여럿이 왕 앞에서 그를 헐뜯었다. 수년 뒤 태자는 볼모에서 풀려났다. 하지만 혜왕이 의심을 깊이 품은 방총은 끝내 고국땅을 밟지 못했다. 의심은 독보다 빨리 퍼지는 법이다. 《한비자》 내저설편에 나오는 얘기다.삼인성호(三人成虎), 세 사람이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 여럿이 하는 거짓은 참으로 믿기 쉽다. 니체는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말이 많다”고 했다. 속이는 자는 잡다한 수다로 주의를 다른 데로 쏠리게 한다는 거다. 민주주의의 가늠자라는 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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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권세나 위세를 자기 것인양 과시하다 - 전국책 -

    ▶ 한자풀이狐 여우 호假 거짓 가 虎 호랑이 호威 위엄 위전국시대 초나라에 소해휼이라는 재상이 있었다. 북방 나라들이 그를 몹시 두려워했다. 초나라 선왕은 이웃 나라들이 그를 그렇게 두려워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어느 날 강을(江乙)이라는 신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북방 국가들이 어찌 소해휼을 그리 두려워하는가?”강을이 말했다. “전하,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호랑이가 여우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잡아 먹히려는 순간 여우가 말했습니다. ‘잠깐 기다리게나. 천제(天帝)가 나를 모든 짐승의 왕으로 임명하셨네. 거짓이다 싶으면 나를 따라와 보게. 모두 내가 두려워 달아날 테니.’ 호랑이는 여우 뒤를 따라갔습니다. 여우의 말대로 모든 짐승이 놀라 달아났습니다. 사실 짐승들은 여우 뒤의 자신을 보고 달아난 것이지만 호랑이는 그걸 깨닫지 못했습니다. 북방 국가들이 소해휼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실은 소해휼의 뒤에 있는 초나라의 막강한 군세를 두려워하는 것입니다.”전한의 유향이 전국시대 책략가를 엮은 《전국책》에 나오는 얘기로, 여우(狐)가 호랑이(虎)의 위세(威)를 빌려(假) 다른 짐승을 놀라게 한다는 호가호위(狐假虎威)는 여기에서 유래했다. 남의 위세를 마치 자기 것인 양 훔쳐다 쓰는 게 어디 여우뿐이겠는가. 입만 열면 인맥 과시로 이야기를 채우는 사람, 틈만 나면 자기 자랑을 촘촘히 끼어넣는 사람…. 모두 ‘내 것’이 아니라 ‘남의 것’으로 자신을 과시하고자 하는 자들이다.재물 권력 명예 지식, 그게 뭐든 자랑삼아 내보이지 마라. 자긍과 자존은 안으로 품을 때 더 빛이 나는 법이다. “공작은 사람들 앞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