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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버스토리

    베네수엘라 국민,무상복지·최저임금 인상에 환호하다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길거리의 개, 고양이, 비둘기를 잡아먹고 쓰레기통을 뒤진다는 보도가 나온 지도 3년째다. 지난 4일 영국 BBC가 정리한 베네수엘라 현황에 따르면 이 나라에서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 치즈 등 유제품을 구하는 것은 아주 어렵다. 종전에는 가난한 사람이나 먹는 것으로 여겨 거들떠보지도 않던 구황식물 카사바를 먹는 이들이 급증했다. 10명 중 9명은 매일 먹을 음식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820만 명은 하루에 두 끼 이하만 먹는다.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웃나라 콜롬비아로 넘어갔지만, 마땅한 일거리를 찾지 못해 매춘이나 범죄에 빠져들고 있다.경제 파탄 난 베네수엘라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015년 2월 “차베스의 망령이 베네수엘라를 망가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2년 전에 세상을 뜬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1999년 2월~2013년 3월 집권)이 남긴 유산이 베네수엘라를 궁핍의 늪에 밀어넣었다는 것이다.차베스 전 대통령은 집권 뒤 포퓰리즘적인 사회주의 정책을 여럿 도입했다. 서민에게 무상으로, 혹은 아주 낮은 값으로 주거·의료·교육 등 복지를 제공했다. 서민 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며 밀가루 식용유 세면도구 등 생활필수품 가격도 통제했다. 재원은 풍부한 석유였다. 이런 정책은 처음엔 국민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차베스 모델이 인기를 끌 정도였다. 고유가가 이어질 때는 환상도 지속됐다. 문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듬해인 2014년부터 생겼다. 유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다. 베네수엘라 경제는 무너지기 시작했다.경제성이 낮은 유전이 하나둘 문을 닫자 석유 생산량(산유량)도 1990년대 말의 절반 이하

  • 커버스토리

    남미는 '복지 포퓰리즘' 고질병… 자원 부국들 줄줄이 추락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남미 경제대국이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렸다. 아르헨티나는 18년 만에 또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 500억달러(약 56조원)를 받기로 했다. IMF 구제 금융은 외화가 부족해 외국에 진 빚을 갚을 수 없는 나라에 자금을 대출해 주는 제도다. 아르헨티나가 IMF 구제금융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공무원 채용을 확대하는 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정부 지출이 증가하면서 재정적자가 불어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대중적 반발에 부딪혀 제때 경제 체질을 개선하지 못한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국가부도’ 위험 커져지난 6월 아르헨티나는 향후 3년간 총 5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지난달엔 IMF에 구제금융의 조기 집행을 요청했다. 그만큼 위기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지난 3일 대(對) 국민 담화를 통해 “우리는 분수에 넘치게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세금으로 벌어들이는 것보다 큰 규모의 지출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수출용 곡물값 하락 등 여러 요인이 작용했지만 방만한 재정 운용이 위기를 부른 큰 요인이란 점을 자인한 것이다. 마크리 대통령은 정부 부처를 절반으로 줄여 공무원을 대폭 감축하겠다는 강도 높은 대책도 내놨다. 그러자 공무원들은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연일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아르헨티나는 포퓰리즘 정책의 후유증으로 경

  • 경제 기타

    베네수엘라와 한국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최대 석유 자원 보유국이다. 어느 정도 많은가 하니, 현재 기술로 채굴 가능한 원유 매장량만 3000억 배럴 이상이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확인된 매장량의 20%에 가깝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는 정작 ‘악마의 배설물’로 불린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우리로서는 몹시 부러운 일이지만 왜 그들은 자국에 막대한 부를 안겨다 주는 석유를 그리 험한 이름으로 부르는 걸까? 이를 이해하려면 베네수엘라가 빠진 ‘자원의 저주’를 알아야 한다.자원이 저주한 나라 ‘베네수엘라’자원의 저주는 나라에 자원이 풍부할수록 경제성장은 둔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풍부한 자연 자원에 비해 국민소득이 낮은 브라질, 러시아,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등이 좋은 예다. 자원의 저주는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은 물론 선진국에서도 발생한다. 1950년대 말 네덜란드는 북해에서 천연가스 유전을 발견해 막대한 수입을 올렸는데 그 바람에 통화 가치가 상승, 자국의 제조업이 붕괴했다. 이를 회복하는 데 30년 가까이 걸렸다. 이른바 ‘네덜란드 병’이다.베네수엘라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오일 머니로 너무 쉽게 돈을 버는 탓에 석유를 파는 것 말고는 특별히 내놓을 만한 산업이 없다. 기업들은 기술 개발이나 혁신 의지가 없고 국민들은 노동 의욕이 없어 국가는 돈을 벌지만 정작 국민들은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자원이 하나도 없는 나라 ‘한국’흔히 한국을 자원이 부족한 나라라고 한다. 석유와 같은 자연 자원이 풍부한 국가들과 비교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식민 지배와 6·25전쟁으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