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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차 파업 '물류 대란' 실학자 박제가가 본다면?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1750~1805)는 ‘도로와 수레’에 조선의 운명이 달렸다고 봤습니다. 오늘날로 표현하면 ‘물류’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생산되는 상품과 정보가 도로망과 수레를 통해 잘 유통되면 조선 백성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답니다. 조선의 도로망과 수레 수준은 형편없어서 대규모로 교환 또는 거래하기 어려운 처지였죠. 200여 년 전 이런 물류관과 상업관을 가진 애덤 스미스 같은 인물이 조선에 있었다니 놀랍습니다.최근 발생한 화물연대의 파업과 그로 인해 일어난 물류 대란을 박제가가 봤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할 말이 많을 겁니다. 물류 대란은 화물연대와 정부의 합의로 8일 만에 해결됐습니다.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를 3년 더 연장한다고 합의한 덕분이죠.전국 도로 위를 달려야 할 수레(화물차)가 멈추어 선다면 피해는 커집니다.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 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조선은 거의 완벽한 물류 시스템을 갖춘 대한민국으로 진화했지만, 박제가는 파업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조선의 애덤 스미스’ 박제가의 물류관은 어땠는지, 최근 파업은 어떤 문제로 발생했는지 알아봅시다.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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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와 수레가 좋다면 조선은 가난하지 않을 것"…실학자 박제가가 《북학의》에 남긴 물류·상업論

    우리나라는 동서 간 거리가 1000리고 남북은 그것의 세 배가 된다. 그 가운데 서울이 있기 때문에 사방에서 서울로 물자가 모여드는 데는 실제로 동서 500리, 남북 1000리에 불과하다. (중략)사람들이 왜 이렇게 가난한가? 단언하건대 그것은 수레가 없기 때문이다. 전주의 장사꾼은 생강과 참빗을 짊어지고 의주까지 간다. 이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걷느라 모든 근력이 다 빠진다. 원산에서 미역과 마른 생선을 싣고 왔다가 사흘 만에 다 팔면 적은 이익이나마 생긴다. 하지만 닷새가 걸리면 본전만 하게 되고, 열흘이나 머물면 오히려 본전이 크게 줄어든다. (중략)영동 지방의 경우 꿀은 생산되나 소금이 없고, 평안도 관선에서 철은 생산되나 감귤이 없으며, 함경도는 삼이 흔해도 무명은 귀하다. 산골에는 붉은 팥이 흔하고, 해변에는 생선젓과 메기가 흔하다. 영남 지방에선 명지(좋은 종이)를 생산하고 청산과 보은에는 대추가 많이 나고, 강화에는 감이 많다. 백성들은 이런 물자를 서로 이용하여 풍족하게 쓰고 싶어도 힘이 미치지 않는다. 우리가 가난한 것은 수레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홍대용은 “수레가 다닐 수 있는 길을 닦으려면 토지 몇 결은 없어지겠지만 수레를 사용해서 얻는 이익이 그것을 넉넉히 보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레는 오르막은 꺼리지 않지만 빠지는 곳은 꺼린다. 지금 저잣거리의 작은 도랑은 반드시 복개해서 지하로 흐르도록 하고, 세로로 걸쳐 놓은 나무다리는 모두 가로로 바꾸어 놓아야 한다. (중략)우리나라는 배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 물이나 빗물이 새어드는 것도 막지 못한다. 짐을 많이 싣지 못하고 배에 탄 사람도 편하지 않다. 말을 배에 태울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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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운임제 위헌" vs "적정 운임이 과속 막아"…"영업자유 제한" vs "정부 개입은 당연"

    최근 발생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의 파업과 물류 대란은 ‘안전운임제’에서 비롯됐습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을 맡기는 화주들이 화물차주들에게 반드시 정부가 고시한 가격 이상으로 운임을 지급하도록 한 조치입니다. 화물차를 모는 사람들은 안전운임제 연장을, 화주들은 법이 정한 대로 폐지를 주장하며 맞섰습니다. 이번 파업과 파업 쟁점 안에는 우리가 생각해볼 수 있는 엇갈린 관점들이 존재합니다. [관점1] 안전운임제는 무엇인가?화물자동차 사업법에 들어 있는 제도인데요. 2018년 지금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일 때 이 법을 개정해 안전운임제를 넣었습니다. 화물차를 소유한 차주들은 “소득이 적은 운전자들이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많은 화물을 싣고 더 빨리 달리려 하기 때문에 과적, 과로, 과속에 시달린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적정운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친노동정책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안전운임위원회(화주 3명, 차주 3명, 운수사 3명, 공익위원 4명)를 구성했고, ‘안전운임제’를 3년 일몰제(2020년 1월 1일~2022년 12월 31일)로 만들었습니다. 적정 운임을 주지 않은 화주는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 있습니다. 일몰제(日沒制)는 해당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폐지된다는 뜻입니다. [관점2] 연장하자, 폐지하자화물연대노조는 안전운임제 연장을, 화주들은 일몰제 준수를 요구했습니다. 화물 운송을 맡기는 화주들의 주장은 확고합니다. 화주들은 “운임은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자율적으로 정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화주와 화물차주가 협상을 통해 정해야 할 운임을 왜 정부

  • 생글기자

    코로나가 일깨운 국제 공급망의 취약성

    오늘날 세계 경제는 자유무역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 자유무역은 국가 간 분업을 통해 세계 경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다. 개발도상국의 소득 수준을 높이는 데도 자유무역이 큰 역할을 했다.그런데 자유무역은 국제 공급망을 통해 인적·물적 자원이 원활하게 이동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국제적인 물류에 차질이 생긴다면 무역도 타격을 입는다. 극단적인 상황에선 각종 산업 활동은 물론 하루하루의 식생활도 어려워질 수 있다. 코로나19는 이런 국제 공급망의 취약성을 드러냈다.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사람들의 이동이 통제됐고 항만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었다. 운송비가 치솟으면서 무역의 어려움이 더 커졌다.한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제 공급망 한 부분에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한국 경제도 흔들릴 위험이 크다. 지난해 일어났던 요소수 부족 사태가 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요소수 사태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제2의 요소수 사태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그렇다고 모든 수입품을 국산화하기에는 현실적인 장벽이 많다. 기본적으로 부존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 또 수입 원자재를 국산화한다고 해도 가격 경쟁력에서는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자유무역 질서를 지키고 국제 물류망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는 것이 한국 국익에 가장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노관우 생글기자 (연대한국학교 1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