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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에서 AI로… 핫라인의 진화

    냉전 시대인 1963년 미국과 옛 소련은 워싱턴DC와 모스크바를 잇는 직통 통신망 구축에 합의했다. 한 해 전 쿠바 미사일 위기로 핵전쟁 문턱까지 간 사건이 계기가 됐다.흔히 ‘레드폰’으로 불리지만 처음부터 전화기 형태는 아니었다. 텔레타이프를 이용한 문자 통신망으로 시작됐다. 목적은 서로의 오해와 오판으로 핵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였다.강대국 간 핫라인 구축은 이후에도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은 1997년 정상회담에서 대통령 간 직통 연락망을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이듬해 협정에 서명하며 양국 정상 간 보안 채널이 개설됐다.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과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이 그해 5월 인도·파키스탄 핵실험 사태와 관련해 이 회선을 처음 사용했다. 2008년에는 양국 국방부 사이에도 직통 전화선이 개설됐다.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상대 의도를 신속히 확인할 통로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핫라인의 대상은 이제 핵무기에서 인공지능(AI)으로 확대됐다. 최근 열린 미·중 정상회담은 AI를 핵심 의제로 다뤘다. 백악관은 “양국이 ‘초지능(SI) 대화’를 신설하고, 관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통할 양자 간 통신 채널을 구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를 ‘AI 대화’라고 표현했다. 용어에는 온도 차가 있지만 사고를 막기 위한 소통 필요성에는 뜻을 같이한 셈이다.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거나 사이버 공격, 군사적 오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어서다.AI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은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규제 철학은 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AI 개발 규제에 선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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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에서 장관, 그리고 칸을 넘어 베네치아까지

    고교 국어 교사이던 이창동은 마흔을 앞두고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전에는 소설을 썼다. 1983년 소설 <전리>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뒤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을 내놨다. 교사와 작가 생활을 이어가다 영화인으로 바뀐 그의 삶은 한 갈래 길과는 거리가 멀었다.1993년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각본과 조감독을 맡은 게 영화계 출발이었다. 감독 데뷔작은 1997년 ‘초록물고기’다. 도시화의 그늘로 밀려난 청년 비극을 그린 이 작품으로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주목받았다. 3년 뒤 내놓은 ‘박하사탕’(2000)에서는 한 개인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들춰냈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배우 설경구의 대사가 인상 깊은 작품이다.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는 2002년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이창동은 뜻밖의 길도 걸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돼 1년4개월간 문화행정을 맡았다. 영화계로 돌아온 뒤 ‘밀양’(2007) ‘시’(2010) ‘버닝’(2018) 등 화제작을 잇달아 선보였다. ‘밀양’은 배우 전도연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시’로는 자신이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이 감독이 영화를 통해 천착한 주제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의 고통이다.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흔드는지, 그래도 인간에게는 무엇이 남는지를 물었다. “관객에게 질문을 남기고, 삶과 영화가 연결되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이 같은 영화 철학은 어제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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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콤함의 인류사…‘설탕세’는 비만 막는 묘약일까

    설탕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슈거(sugar)’의 어원은 모래나 자갈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사카라’다.기원전 300년께 인도 농민은 벵골 연안이 원산지인 사탕수수를 맷돌(사카라)로 압착해 달콤하면서도 끈적끈적한 갈색 즙을 짜냈다. 이 액체를 끓여서 만든 ‘칸다’라고 부르는 덩어리에서 훗날 사탕을 의미하는 ‘캔디’라는 단어도 나왔다.단맛은 맛보기가 쉽지 않았다. 꿀이나 찹쌀, 보리로 소량의 감미료를 만드는 데 그쳤을 뿐이다. 인류사 대부분 기간에 머리가 쨍한 단맛을 내는 설탕은 고가 사치품이었다. 중국과 인도, 페르시아와 유럽 각국의 군주가 부와 권력을 과시하는 용도로 설탕을 사용했다.사탕수수에서 ‘C12H22O11’이라는 복잡한 분자식을 지닌 설탕을 추출하는 것은 인내심과 고된 노동을 동시에 요하는 일이다. 대형 압착기와 보일러, 원심분리기가 등장하기 전까지 뙤약볕 아래서 사탕수수를 벌목하고, 압착하고, 끓이는 모든 작업은 사람 손을 거쳤다. 제국주의 시절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으로 850만 명의 아프리카인이 노예로 끌려왔다.산업혁명기 설탕은 노동자를 위한 값싼 열량 공급원이었다. 19세기 말 노동자 칼로리 섭취의 14%를 잼 등에 들어간 설탕이 담당했다. 오늘날에도 북미에서 1인당 연간 설탕 소비량이 60㎏에 달할 정도로 당류 인기가 높다.과도한 설탕 섭취는 비만과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2030년이 되면 세계 인구의 7.7%가 제2형 당뇨병에 걸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첨가당뿐 아니라 대체당 음료에도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설탕세’ 법안이 발의된다는 소식이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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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다이남코 1위 뒤집기...‘드래곤볼’이 던지는 IP산업의 메시지

    세계 2위 완구·게임 기업인 일본 반다이남코의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적에서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지식재산권(IP) 매출이다. 수년째 독주하던 간판 IP 건담을 누르고 드래곤볼이 1위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드래곤볼 IP는 그해 1906억엔(약 1조7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단일 IP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2024년 3월 드래곤볼 원작자 도리야마 아키라의 갑작스러운 별세 이후 세계 팬들이 만화책과 피규어, 관련 게임 등을 사재기한 결과다. 일본 대형 서점은 물론 아마존에서도 원작 단행본 42권 전권 세트가 며칠 만에 매진되는 등 추모 열기가 뜨거웠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까지 정례 브리핑에서 도리야마 작가를 애도했을 정도다.1984년 12월 연재를 시작한 드래곤볼은 누적 판매량 3억 부에 애니메이션·게임·영화로 IP를 확장하며 누적 매출 40조원을 넘긴 명작 만화다. 단순히 성공한 만화를 넘어 서브컬처 콘텐츠도 제조업을 뛰어넘는 수출 상품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원조 글로벌 IP다.국내 4050세대의 기억 속엔 1980년대 초교 앞 문방구에서 사서 보던 500원짜리 해적판 만화로 각인돼 있다. 드래곤볼은 1989년 국내에 공식 출판된 첫 일본 만화라는 상징성도 갖는다. 일본 대중문화가 전면 개방된 1998년 이전이지만, 영화·음반과 달리 인쇄 매체인 만화는 수입 금지 품목의 사각지대에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최근 프랑스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파리 인근 세르지퐁투아즈에 60억유로(약 9조7000억원)를 투입해 세 개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중 한 곳은 드래곤볼을 테마로 지어질 것이란 보도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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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가 가장 로봇에 열심인 이유

    로봇과 인공지능(AI)을 처음으로 상상한 인물은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다. 그의 저서 <정치학>에는 스스로 옷감을 짜는 베틀과 자동으로 연주하는 리라가 등장한다. 오늘날 식당의 서빙 로봇처럼 저절로 움직여서 신들의 파티장에 들어간 삼발이 솥, 휴머노이드 로봇의 원조 격인 손발이 작동하는 조각상에 관한 언급도 나온다. “도구들이 명령을 받거나 스스로 알아서 일을 마친다면 주인에겐 노예가 필요 없을 것”이라는 발언에서 로봇의 ‘존재 이유’도 짐작해 본다.일은 고달프다. 일을 지칭하는 용어부터 눈물이 배어 있다. ‘일하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레이버(labor)는 ‘고통’ ‘노역’을 뜻하는 라틴어 ‘라보라토레스’에서 나왔다. 프랑스어 ‘트라바이으’는 ‘가축의 굴레’를 의미하는 ‘트리팔리움’을 어원으로 삼는다. 러시아어 ‘라보타치’는 아예 노예를 부르던 말인 ‘라바’에서 유래했다. 러시아어와 뿌리가 같은 체코어 ‘로보타(일하다)’에서 로봇이 탄생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일이 고된 만큼 초인적인 힘을 지닌 누군가가 힘든 일을 대신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힘만 세다고 무작정 험한 일을 떠맡길 수는 없다. 몸의 균형을 잡고, 불규칙한 환경에 재빨리 적응하고, 손으로 야무지게 일을 마무리하려면 첨단 기술이 총동원된다. 고성능 모터와 감속기, 배터리에 고난도 제어 기술이 동시에 요구된다.그제 중국 베이징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운동회’가 개막했다. 베이징휴머노이드로봇혁신센터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톈궁 울트라’가 100m 달리기에서 9.39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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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진에 흔들리는 글로벌 공급망… 히나구 단층이 남긴 경고

    히나구(日奈久). 정확한 유래는 전해지지 않지만 ‘햇살(日)이 오래(久) 머문다’는 뜻을 품은 듯 이름부터 더없이 평화롭다. 일본 규슈 서부 구마모토현의 히나구는 600년 역사를 지닌 고즈넉한 온천 마을이다.이 따스한 지명 아래에 일본에서 가장 위태로운 지층 중 하나인 히나구 단층대가 숨죽이고 있었다. 2016년 4월 이곳에서 이틀 간격으로 발생한 규모 6.5와 7.3의 강진으로 270명 넘게 목숨을 잃었다.당시 히나구 단층 북부에서 시작된 충격은 이웃한 후타가와 단층으로 전이되며 대참사를 불렀다. 단층대 양쪽이 수평으로 엇갈리면서 지반이 흔들렸고, 건물 붕괴 등으로 이어져 큰 피해를 냈다.이때 약 81㎞에 달하는 히나구 단층대의 남쪽 구간은 힘을 흩트리지 않은 채 ‘미파열 구간’으로 남아 있었다. 10년간 에너지가 쌓여가는 압축의 시간을 보낸 히나구 단층이 결국 다시 폭발하며 지표면을 강타했다. 규모 7.1의 강진으로 최소 28명이 사망하고, 80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전력과 교통 인프라도 크게 손상됐다. 여진도 200회 넘게 이어지고 있다.2016년 지진 이후 10년간 규슈는 완전히 다른 지역으로 변모했다. 대만 TSMC를 비롯해 소니, 르네사스 등 글로벌 기업이 몰리며 ‘실리콘 아일랜드’로 부활했다. 일본 반도체 부흥의 상징이 된 구마모토가 활단층 지대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단층 하나의 움직임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즉각적인 균열을 낼 수 있음을 확인해준 사건이다.글로벌 기업은 풍부한 용수와 전력에 더해 숙련된 인력을 갖춘 이곳을 택하면서도 지진 위험에 대비해 내진 설계에 막대한 돈을 썼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강진으로 정상 조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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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튤립에서 AI까지… 꼬리 무는 ‘순환금융’이 키우는 거품

    역사상 가장 유명한 투기 광풍으로 꼽히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파동’의 주인공은 꽃이 아니었다. 땅속에 묻힌 튤립 구근을 나중에 인도받는 권리를 적은 계약서가 거래의 실체였다. 미래의 기대를 현재의 수요로 끌어당긴 최초의 금융 버블 중 하나였다.1990년대 말 닷컴 버블 때도 비슷한 그림이 반복됐다. 미국 통신장비업체 루슨트테크놀로지는 신생 통신회사에 거액을 대출해주고 장비를 파는 거래로 실적을 올렸다. 이른바 ‘벤더 파이낸싱’(판매자 금융)이다. 고객이 빌린 돈이 루슨트의 매출로 돌아왔다.하지만 정보기술(IT) 거품이 꺼지면서 고객이 줄줄이 파산하자 외상채권은 대규모 손실로 이어졌다. 1999년 말 84달러까지 치솟았던 루슨트 주가는 2002년 55센트로 폭락하며 동전주로 전락했다.내 돈을 쥐여주고 물건을 팔아치우는 오래된 장사법이 AI 붐을 타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이번에는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으로 불린다.구조는 훨씬 복잡하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엔비디아와 오픈AI의 거래가 단적인 예다. 엔비디아는 소프트뱅크가 짓는 데이터센터를 오픈AI가 임차하도록 최대 2500억달러까지 지급보증한다. 오픈AI는 그 신용으로 빌린 돈으로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산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의 투자자이면서 동시에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자다.오라클이 오픈AI에 팔기로 한 컴퓨팅 파워 대금도 이 신용에 기대고 있다. 외신이 이 구조를 자신의 꼬리를 물고 도는 신화 속 뱀 ‘우로보로스’에 빗댄 이유다.순환금융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초기에는 모두의 매출과 기업가치를 키우는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AI 생태계 안에서 돈이 잘 돌고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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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병 호르몬 검사 의무화한 트럼프 정부… ‘테토스테론 정치’의 명암

    최근 한 TV 연애 프로그램에서 ‘에겐남, 테토녀’ 특집을 다룬 적이 있다. 씩씩한 여성들과 수줍은 남성들, 전통적인 성(性) 이미지와 다른 이들이 짝을 찾는 과정이 재미있었지만 용어 자체도 흥미로웠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넘치는 여성이라는 테토녀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남성을 뜻하는 에겐남이라는 용어 말이다.200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초식남, 육식녀’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우리의 테토남 에겐녀가 MBTI를 잇는 나와 상대의 정체성 구분법이라면,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등장한 초식남은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와 달라진 사회 구조를 반영한 단어라서다.연애와 결혼을 기피하는 초식남의 확산은 저출생과 맞물리며 큰 사회 문제로 인식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청년들의 이성 접촉 기피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실제로 대졸 취업률이 98%인 요즘은 초식남 용어 사용이 뜸해졌다.테스토스테론은 라틴어 ‘testis(고환)’와 ‘sterol(스테로이드 알코올)’의 합성어로 남성을 남성답게 한다는 성호르몬이다. 여성에게도 소량 분비되긴 하지만 근육 증대, 골밀도 증가 등에 관여해 남성에게는 필수 호르몬이라고 할 수 있다. 30대 이후부터는 매년 1%씩 자연 감소된다고 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심 각료와 30세 이상 미군 장병에게 매년 남성 호르몬 검사를 받게 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수치가 낮으면 테스토스테론 투입 요법(TRT)도 시행할 방침이다. “장병의 지속적인 투쟁에 필요한 생물학적 기반을 확보하는 일”이라는 게 피터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의 설명이다.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