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서 장관, 그리고 칸을 넘어 베네치아까지
고교 국어 교사이던 이창동은 마흔을 앞두고 영화계에 발을 들였다. 그전에는 소설을 썼다. 1983년 소설 <전리>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한 뒤 <운명에 관하여>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을 내놨다. 교사와 작가 생활을 이어가다 영화인으로 바뀐 그의 삶은 한 갈래 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1993년 박광수 감독의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각본과 조감독을 맡은 게 영화계 출발이었다. 감독 데뷔작은 1997년 ‘초록물고기’다. 도시화의 그늘로 밀려난 청년 비극을 그린 이 작품으로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주목받았다. 3년 뒤 내놓은 ‘박하사탕’(2000)에서는 한 개인의 삶을 거슬러 올라가며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들춰냈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고 외치는 배우 설경구의 대사가 인상 깊은 작품이다. 세 번째 영화 ‘오아시스’는 2002년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이창동은 뜻밖의 길도 걸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돼 1년4개월간 문화행정을 맡았다. 영화계로 돌아온 뒤 ‘밀양’(2007) ‘시’(2010) ‘버닝’(2018) 등 화제작을 잇달아 선보였다. ‘밀양’은 배우 전도연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겼고, ‘시’로는 자신이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았다.

이 감독이 영화를 통해 천착한 주제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의 고통이다. 사회가 인간을 어떻게 흔드는지, 그래도 인간에게는 무엇이 남는지를 물었다. “관객에게 질문을 남기고, 삶과 영화가 연결되는 것을 느끼게 하고 싶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같은 영화 철학은 어제 베네치아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받은 ‘가능한 사랑’으로 이어졌다. 부유한 남편(조인성 분)을 둔 다큐멘터리 감독(조여정 분)이 해고 노동자 부부(설경구·전도연 분)의 삶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서로의 삶과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심사위원인 홍콩 영화 거장 두치펑(두기봉) 감독은 “가장 성숙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교사와 소설가, 장관까지 거친 72세의 노감독. 다양한 삶의 굴곡을 겪은 그가 또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벌써 궁금하다.

안정락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