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탐사선 '주노' 전송

남·북극서 무질서한 폭풍, 지구 폭풍보다 10배 커
목성 남극 모습. 크고 작은 폭풍들이 무리를 이뤄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NASA 제공
목성 남극 모습. 크고 작은 폭풍들이 무리를 이뤄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내고 있다. NASA 제공
태양계 다섯 번째 행성인 목성은 고대 로마의 신 ‘주피터’로 불린다. 태양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이 행성은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다. 질량이 지구의 318배지만, 부피는 1400배 이상으로 밀도가 지구의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지난해 7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탐사선 ‘주노’가 목성에 도착한 뒤 상황이 바뀌었다. 주피터 아내 이름을 딴 주노는 2011년 발사돼 5년 만에 28억㎞를 날아 목성에 도착했다. 1년8개월간 목성 주위를 37바퀴 돌면서 목성 형성 과정을 밝히는 임무를 수행했다. NASA는 주노가 목성에 도착한 이후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26일자에 소개했다.

인간에 '속살' 보여준 목성 "지구만한 초대형 폭풍 관찰"
목성의 대기는 거대한 가스 구름으로 덮여 있다. 목성의 적도에 해당하는 지역에서는 지구보다 큰 소용돌이 폭풍이 일고 있다. 주노는 목성의 남극과 북극 지방에서도 반경 600~1000㎞인 폭풍이 무리를 지어 발생하는 사실을 알아냈다. 질서가 전혀 없는 카오스 상태에 가깝다. 가장 규모가 큰 폭풍은 반지름이 1400㎞인 경우도 있었다. 지구에서 발생한 가장 큰 폭풍보다 10배 이상 큰 규모다.

목성의 적도 부근에선 암모니아 가스가 용솟음치는 현상도 일어난다. 이 암모니아 가스는 최대 360㎞까지 치솟는다. 지구 적도 부근에서 가열된 대기가 상승했다가 대류 활동으로 중위도 지역에서 하강하는 ‘해들리 순환’과 매우 유사하다.

목성 가스 구름에선 강력한 자기장이 뿜어져 나온다. 주노에 실린 마이크로파 측정 장비로 목성의 자기장을 측정한 결과 일부 지역에선 지구보다 10배나 센 자기장이 생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에서 자기장은 외핵의 액체가 회전하면서 생겨난다. 목성에선 내부 수소가 액체 금속으로 변환되면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덕분에 목성의 극지방에서는 오로라가 자주 발생한다. 오로라는 높은 에너지를 띤 미세 입자들이 극지방에서 대기와 부딪칠 때 밝은 빛을 내는 현상이다. 지난해 NASA의 허블 우주망원경은 목성 북극 지방에서 거대한 오로라 현상을 발견했다. 과학자들은 목성의 오로라도 지구처럼 미세 입자들이 쏟아져 들어가면서 빛을 내는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주노가 실제 입자를 측정한 결과 목성 극지방에서 전자들이 반대로 우주를 향해 쏟아져 나오는 ‘이상 현상’을 발견했다. 아직 정확한 원인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주노는 53일에 한 번씩 큰 타원 궤도를 그리며 목성 주위를 돈다. 목성에 가장 가까운 궤도 지점을 지날 때는 목성 상공 5000㎞ 정도를 지난다. 과학자들의 관심은 목성의 두꺼운 가스 구름 속에 과연 지구처럼 딱딱한 핵이 존재하는지에 쏠려 있다. 주노는 이를 알아내기 위해 37번째 마지막 궤도를 돌고서 목성의 가스 구름으로 들어가 장렬한 최후를 마칠 예정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