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 성과
미국 과학자들이 생명의 유전정보가 담긴 DNA에 컴퓨터 운영체제(OS)와 짧은 영화 한 편을 저장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뉴욕게놈센터 연구진은 지난 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휴대폰에서 동영상을 틀 수 있도록 설계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DNA에 정보를 집어넣었다고 발표했다.컴퓨터는 모든 정보를 숫자 0과 1의 이진법으로 바꿔 저장한다. 0과 1 하나하나가 정보 기본 단위인 비트가 된다. 이에 비해 DNA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이라는 네 가지 염기로 유전정보를 기록한다. DNA는 작은 크기에 많은 정보를 최장 수십만년까지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다.
연구진은 컴퓨터 OS를 비롯해 1895년 프랑스 영화 ‘시오타 역에 도착하는 기차’, 50달러짜리 아마존 기프트카드, 컴퓨터 바이러스, 정보이론가 클로드 섀넌이 1948년 발표한 논문 등 파일 여섯 개를 DNA에 옮겼다. 파일을 하나로 합친 뒤 다시 이를 쪼개 0과 1로 구성된 짧은 이진수 나열로 바꿨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A, G, C, T 등 네 개 염기로 구성된 조각들로 바꿨다. 연구진은 이런 방식으로 염기에 정보가 배열된 7만2000개의 조각 DNA를 인공 합성하고 이를 담은 작은 DNA 분자 알갱이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렇게 정보를 담은 DNA를 유전 정보를 해석하는 시퀀싱 과정을 거쳐 다시 원래 파일로 재생할 수 있었다. 소량의 DNA 샘플을 증폭시키는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이용해 컴퓨터 파일을 복사하듯 여러 개 샘플을 만드는 데도 성공했다.
연구진은 DNA 1g에 215페타바이트(PB·1PB는 100만기가바이트)를 집어넣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DNA에 입력한 디지털 정보보다 100배 많은 양이다. 지금 기술로는 2메가바이트(MB) 용량 정보를 DNA에 옮기는 데 7000달러, 다시 읽어 들이는 데 2000달러가 든다. 연구진은 새로운 DNA 합성기술이 가격을 낮추고 있고 오류도 점점 줄고 있어 머지않아 DNA 스토리지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