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교사 연수 열띤 수업
한경·경제교육협회 공동주최
'바른논술 어떻게 가르치나'를 주제로 한 교사연수회가 지난 10~12일 한국경제신문 18층 다산홀에서 열렸다.
한국경제교육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연수회에는 전국에서 120여명의 교사가 신청해 이중 55명이 최종 참가자로 선정됐다.
이번 바른논술 연수회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논술교육을 통해 가르쳐볼만한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참가 교사들은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안재욱 경희대 교수), 법과 민주주의(민경국 강원대 교수),이기심과 이타심-경제학(최정규 경북대 교수),고교논술을 위한 실천윤리(황경식 서울대 교수)에 큰 관심을 보였다.
교사들은 "연수회에서 다룬 주제를 학교 토론교육과 논술시간에 꼭 다시 다뤄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의내용을 요약한다.
# 균형잡힌 경제적 시각 일깨워
첫날 첫 강의는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 맡았다. 주제는 '경제와 가치'였다.
정 논설실장은 경제의 기본개념과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제현안에 대해 균형된 시각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는 효율성을 추구하며 정치는 정의를 추구한다는 말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학교 토론장에서 나올만한 주제였다.
그는 "정의 문제가 구체적인 경제문제로부터 배제돼 존재한다는 생각은 실로 유아적"이라고 말했다.
"민주적인 사회,두터운 중산층이 형성돼 있는 사회,타인에 대한 관용과 배려가 살아 있는 사회 등의 좋은사회 가치는 시장경제가 만들어 주는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를 정부나 국가가 권위적으로 나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독재를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는 게 그의 비판이다.
시장 즉 경제가 성장하면 이런 가치들은 국가의 개입이 없이도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는 발표문을 통해 기업가를 착취자로 표현하고 있는 현행 사회과목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 예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반(反)MRO 정책'을 들었다.
MRO는 기업의 유지 · 보수 · 운영(Maintenance Repair & Operation)활용에 투입되는 볼펜 화장지 등 각종 소모성 물품을 계열사의 하나인 MRO업체를 통해 집단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MRO회사가 가격을 후려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을 괴롭힌다고 보고 있다.
정 실장은 "정부는 조달청을 통해 구매비용을 아꼈을 뿐 아니라 정부조달계약과 관련한 뇌물제공 등 부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며 "민간기업의 MRO도 민간기업에서 조달청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요구대로 MRO가 매각되는 해외업체가 가져갈 공산이 크다"며 "그럴 경우 중소 납품업체들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정책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허점이 많다"며 "학교현장에서 이런 점을 잘 가르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두번째 강사로 나선 서울대 황경식 철학과 교수는 논술에서 나올 수 있는 생명, 정보(사이버시대), 성(性)윤리, 생태윤리와 관련한 철학적 접근을 다뤘다.
생명윤리 부문에서 황 교수는 "뇌사와 심폐사 중 어느 것을 죽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는 질문을 던진 뒤 "뇌사인정의 필요성을 장기기능 등 공익기준으로 설명했다.
뇌사가 인정될 경우 당사자의 장기를 다른 목숨을 살리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본인이 생존 당시 사전동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신중절에 대한 논란도 소개했다.
임신중절자를 살인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종교별 임신중절 허용 정도도 설명했다.
가톨릭은 수정체가 되는 순간부터 인간으로 보는 만큼 어떤 임신중절도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제부터 인간인지 불명확한 만큼 임신중절을 찬성하는 측도 있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이런 근거로 보면 강간임신은 낙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안락사 인정해야 하나
안락사(euthanasia)에 대해 그는 존엄성있게 죽을 권리를 인정한다면 안락사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과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제기했다.
철학은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생각이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서 안락사를 놓고 찬반토론을 적극 전개해주길 당부했다.
경북대 최정규 경제학과 교수는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이 경제에선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를 발표했다.
# 게임이론으로 이기심 설명
최 교수는 인간은 이기심과 이타심발휘를 다양한 게임이론으로 설명했다.
자신에게 이득을 준 상대에게는 호의로, 자신에게 피해를 준 상대에게는 적의로 대하려는 상호성이 이타심의 동기라고 말했다.
흥부가 살려준 제비가 박 씨앗을 물고 온 것을 예로 들었다.
공공재 게임, 최후통첩게임, 신뢰게임이론을 통해 사람의 이기심과 이타심이 어떻게 나타나는 지도 설명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어떤 조건에서 이기심이 더 발현되며 어떤 또다른 조건에서 이타심이 발휘되는 지를 알아냈다.
결국 이런 행동양식이 시장경제활동에서 어떤 형태로 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 놀이방 운영실태를 예로 들었다.
'오후6시까지 운영되는 놀이방에서 6시이후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 때문에 운영업체는 추가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 업체는 부모가 10분 늦을 때마다 2000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랬더니 지각하는 부모가 더 늘었다.
업체는 5000원으로 올렸다. 그랬더니 지각하는 부모가 없어졌다.
'그는 "왜 벌금 2000원에도 지각하는 부모가 더 늘고 5000원에 지각하는 부모가 없어졌는지에 대한 인간본성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논술로 다루기에 적합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희대 안재욱 경제학과 교수는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에서 자유주의에 가까운 문명일수록 번영했고 자유주의에서 멀어질수록 멸망하는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주의의 기초원칙을 소개했다.
자유주의는 사유재산권, 평화, 법앞에 평등, 작은정부 등 4가지를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자유주의는 모든 권리는 국가가 있다는 시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천부권리로서 개인에게 권리가 즉 자기소유권을 제1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
사유재산권에서 생각 언론 출판의 자유가 파생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안 교수는 "따라서 자유주의는 정부에 의한 검열, 가격통제, 재산몰수, 사생활 침해와 같은 규제를 모두 비난한다"고 했다.
자유주의는 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해, 또 교환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경제행위를 방해하는 전쟁 대신 평화유지를 선호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자기노력의 대가를 얻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법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조건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작을수록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커지고 관리들이 권한행사를 위해 무리한 정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규제가 많은 법은 곤란
강원대 민경국 경제학과 교수는 '법과 민주주의'에서 "나쁜 법이 많이 나온 국가는 망하고 좋은 법이 많은 나라는 흥했다"며 나쁜 법과 좋은 법의 기준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그는 규제가 많은 법을 나쁜 법으로 정의했다.
규제가 많으면 국민경제를 어렵게 하고 급기야 파탄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
그리스 등 유럽국가들의 경제성장이 멈추고 미국경제가 휘청거리는 것도 정부개입을 통한 규제법들이 너무 많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정책중 의도가 나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그는 "하지만 정부규제는 늘 나쁜 결과만 낳았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법, 임대료 상한제 등이 대표적인 규제로 들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한경·경제교육협회 공동주최
'바른논술 어떻게 가르치나'를 주제로 한 교사연수회가 지난 10~12일 한국경제신문 18층 다산홀에서 열렸다.
한국경제교육협회와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한 연수회에는 전국에서 120여명의 교사가 신청해 이중 55명이 최종 참가자로 선정됐다.
이번 바른논술 연수회 역시 예년과 마찬가지로 논술교육을 통해 가르쳐볼만한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참가 교사들은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안재욱 경희대 교수), 법과 민주주의(민경국 강원대 교수),이기심과 이타심-경제학(최정규 경북대 교수),고교논술을 위한 실천윤리(황경식 서울대 교수)에 큰 관심을 보였다.
교사들은 "연수회에서 다룬 주제를 학교 토론교육과 논술시간에 꼭 다시 다뤄보고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강의내용을 요약한다.
# 균형잡힌 경제적 시각 일깨워
첫날 첫 강의는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이 맡았다. 주제는 '경제와 가치'였다.
정 논설실장은 경제의 기본개념과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경제현안에 대해 균형된 시각을 가질 것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는 효율성을 추구하며 정치는 정의를 추구한다는 말이 맞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학교 토론장에서 나올만한 주제였다.
그는 "정의 문제가 구체적인 경제문제로부터 배제돼 존재한다는 생각은 실로 유아적"이라고 말했다.
"민주적인 사회,두터운 중산층이 형성돼 있는 사회,타인에 대한 관용과 배려가 살아 있는 사회 등의 좋은사회 가치는 시장경제가 만들어 주는 가치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치를 정부나 국가가 권위적으로 나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면 이는 독재를 강화하는 것이 될 것이다는 게 그의 비판이다.
시장 즉 경제가 성장하면 이런 가치들은 국가의 개입이 없이도 실현된다는 것이다.
그는 발표문을 통해 기업가를 착취자로 표현하고 있는 현행 사회과목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 예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반(反)MRO 정책'을 들었다.
MRO는 기업의 유지 · 보수 · 운영(Maintenance Repair & Operation)활용에 투입되는 볼펜 화장지 등 각종 소모성 물품을 계열사의 하나인 MRO업체를 통해 집단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MRO회사가 가격을 후려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을 괴롭힌다고 보고 있다.
정 실장은 "정부는 조달청을 통해 구매비용을 아꼈을 뿐 아니라 정부조달계약과 관련한 뇌물제공 등 부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며 "민간기업의 MRO도 민간기업에서 조달청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요구대로 MRO가 매각되는 해외업체가 가져갈 공산이 크다"며 "그럴 경우 중소 납품업체들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정부정책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허점이 많다"며 "학교현장에서 이런 점을 잘 가르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두번째 강사로 나선 서울대 황경식 철학과 교수는 논술에서 나올 수 있는 생명, 정보(사이버시대), 성(性)윤리, 생태윤리와 관련한 철학적 접근을 다뤘다.
생명윤리 부문에서 황 교수는 "뇌사와 심폐사 중 어느 것을 죽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는 질문을 던진 뒤 "뇌사인정의 필요성을 장기기능 등 공익기준으로 설명했다.
뇌사가 인정될 경우 당사자의 장기를 다른 목숨을 살리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는 본인이 생존 당시 사전동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임신중절에 대한 논란도 소개했다.
임신중절자를 살인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와 종교별 임신중절 허용 정도도 설명했다.
가톨릭은 수정체가 되는 순간부터 인간으로 보는 만큼 어떤 임신중절도 반대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언제부터 인간인지 불명확한 만큼 임신중절을 찬성하는 측도 있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이런 근거로 보면 강간임신은 낙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 안락사 인정해야 하나
안락사(euthanasia)에 대해 그는 존엄성있게 죽을 권리를 인정한다면 안락사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점과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동시에 제기했다.
철학은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생각이기 때문에 학교현장에서 안락사를 놓고 찬반토론을 적극 전개해주길 당부했다.
경북대 최정규 경제학과 교수는 인간의 이기심과 이타심이 경제에선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주제를 발표했다.
# 게임이론으로 이기심 설명
최 교수는 인간은 이기심과 이타심발휘를 다양한 게임이론으로 설명했다.
자신에게 이득을 준 상대에게는 호의로, 자신에게 피해를 준 상대에게는 적의로 대하려는 상호성이 이타심의 동기라고 말했다.
흥부가 살려준 제비가 박 씨앗을 물고 온 것을 예로 들었다.
공공재 게임, 최후통첩게임, 신뢰게임이론을 통해 사람의 이기심과 이타심이 어떻게 나타나는 지도 설명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어떤 조건에서 이기심이 더 발현되며 어떤 또다른 조건에서 이타심이 발휘되는 지를 알아냈다.
결국 이런 행동양식이 시장경제활동에서 어떤 형태로 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한 놀이방 운영실태를 예로 들었다.
'오후6시까지 운영되는 놀이방에서 6시이후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부모들 때문에 운영업체는 추가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이 업체는 부모가 10분 늦을 때마다 2000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그랬더니 지각하는 부모가 더 늘었다.
업체는 5000원으로 올렸다. 그랬더니 지각하는 부모가 없어졌다.
'그는 "왜 벌금 2000원에도 지각하는 부모가 더 늘고 5000원에 지각하는 부모가 없어졌는지에 대한 인간본성에 대한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런 문제는 논술로 다루기에 적합한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경희대 안재욱 경제학과 교수는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의에서 자유주의에 가까운 문명일수록 번영했고 자유주의에서 멀어질수록 멸망하는 길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주의의 기초원칙을 소개했다.
자유주의는 사유재산권, 평화, 법앞에 평등, 작은정부 등 4가지를 사랑한다고 표현했다.
자유주의는 모든 권리는 국가가 있다는 시대에서 벗어나기 위해 천부권리로서 개인에게 권리가 즉 자기소유권을 제1 원칙으로 삼고 있다는 것.
사유재산권에서 생각 언론 출판의 자유가 파생됐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안 교수는 "따라서 자유주의는 정부에 의한 검열, 가격통제, 재산몰수, 사생활 침해와 같은 규제를 모두 비난한다"고 했다.
자유주의는 사유재산권 보호를 위해, 또 교환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경제행위를 방해하는 전쟁 대신 평화유지를 선호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자기노력의 대가를 얻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법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조건도 필수"라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작을수록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국가권력이 커지고 관리들이 권한행사를 위해 무리한 정책을 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규제가 많은 법은 곤란
강원대 민경국 경제학과 교수는 '법과 민주주의'에서 "나쁜 법이 많이 나온 국가는 망하고 좋은 법이 많은 나라는 흥했다"며 나쁜 법과 좋은 법의 기준에 대해 화두를 던졌다.
그는 규제가 많은 법을 나쁜 법으로 정의했다.
규제가 많으면 국민경제를 어렵게 하고 급기야 파탄의 길로 접어든다는 것.
그리스 등 유럽국가들의 경제성장이 멈추고 미국경제가 휘청거리는 것도 정부개입을 통한 규제법들이 너무 많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정부의 정책중 의도가 나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그는 "하지만 정부규제는 늘 나쁜 결과만 낳았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법, 임대료 상한제 등이 대표적인 규제로 들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