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산업 눈부신 발전…늘 새롭고 변화를 주도하는 역동적 분야”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대학전공’ <28> 한재희 - 이동통신공학
한재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플랫폼 개발팀 수석은 삼성전자 휴대폰 개발의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 수석은 1970년생으로 1992년 서울대 전기공학부(전자공학 전공)에 입학했다.

그 뒤 같은 학교에서 무선통신공학(RF)으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쳤다.

200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휴대폰의 핵심 부품 설계와 개발을 담당해왔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에서 지난해 2억800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7.2%로 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구글과 손잡고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 버전의 표준 제품인 넥서스S를 내놓으면서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한 수석은 현재 휴대폰 개발 과정 전반을 기획 · 관리하는 프로젝트 리더(PL) 직책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중남미 중동 시장을 대상으로 터치스크린 휴대폰 '스타'를 개발했다.

스타는 2008년 5월 출시 20개월 만에 글로벌 판매량 3000만대를 돌파하면서 삼성전자의 터치스크린폰 가운데 최단시간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하루에 5만대,시간당 2000대 정도 팔린 셈이다.

▼이 학과를 선택한 배경은.

"고등학교 때부터 공학을 좋아했고,그 가운데 전자공학이 전망이 밝더군요.

대학교에서는 전파공학이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감명을 받고 흥미가 생겨 무선통신 분야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게 됐습니다.

여러 가지 고전적인 전자기학 이론을 접했는데 논리적이고 수학적이라 적성에 맞았습니다.

무선통신공학은 사실 전자공학 전공자들이 어려워하는 분야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이론적으로 매력이 있지요. 특히 수학과 연관되는 부분이 많아 오히려 도전해볼 만하다 싶더군요. "

▼무선통신공학의 장점은.

"발전하는 속도가 대단히 빨라 역동적이라는 점입니다.

이동통신 분야는 1세대에 해당하는 셀룰러 기반의 통신에서 TDMA(시분할다중접속) CDMA(부호분할다중접속)을 거쳐 이제 4세대 이동통신인 LTE(롱텀에볼루션) 와이맥스(와이브로)로 급속히 발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음성 위주 통신에서 무선데이터 통신으로 범위도 확장되었고요.

오늘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가 보여주는 것처럼 단순한 전화기에서 '내손 안의 컴퓨터'라 불릴 정도로 쓰임새도 넓어지고 있지요.

늘 새로운 걸 접하고,변화에 앞장설 수 있다는 점이 엔지니어로서 매력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전망도 아주 밝습니다. 무선통신기술이 적용되는 디지털 디바이스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판매량 예상치는 지난해 2억8000만대에 비해 크게 늘어난 3억~3억5000만대입니다.

따라서 제품 개발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

▼무선통신공학을 공부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요.

"이론에 그치지 말고 사람들에게 유용한 기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공학의 차이랄까요.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닌 사람들이 직접 쓰는 기기를 만드는 것이니까요.

언제나 이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는 수학을 잘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수학은 무선통신공학의 기초일 뿐 아니라 논리적인 사고력을 키우는 데 필수적인 학문입니다.

관련해서 기초를 충실히 다져야겠지요. 영어 등 외국어 공부도 엔지니어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최신 정보를 습득하고 외국인 과학자 · 엔지니어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외국어 실력은 필수적입니다.

전공은 무선통신공학이지만 실제로 현재 하고 있는 업무는 전체적인 개발 스케줄과 리스크 관리입니다.

업무를 진행하다 보면 대학교 때 배웠지만 그 뒤에 거의 쓰지 않았던 과목들이 백그라운드가 되어 줄 때가 많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필수과목이라 어쩔 수 없이 배웠던 것들이죠.모든 전공 과목들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학생들에게 해줄 조언은.

"실생활에서 창의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사고에서 기회가 생기는 법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의 경우 원래 대학 내에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몇 년 안돼 지금은 인류의 10%를 연결하면서 500억달러로 평가받는 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작지만 새로운 것이 처음에는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여기에서 큰 아이디어가 나옵니다. "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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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전 전보에서 출발…반도체 기술 발전으로 대중화

⊙ 이동통신의 역사

이동통신의 뿌리는 무선통신으로 그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무선통신 시대를 연 사람은 이탈리아인 마르코니다.

1895년 마르코니는 무선전신을 발명했고,1901년 영국 콘월과 캐나다 노바스코샤를 잇는 최초의 무선전신을 성공시켰다.

이 사건이 이동무선통신 역사의 시작점이다.

마르코니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09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1937년 그가 사망했을 때 전 세계 라디오 방송국들은 2분간 추모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통신산업에 미친 그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최초의 상용 이동통신 시스템은 1946년 자동차 전용으로 개발됐다.

가격이 너무 비싸 극소수의 부자와 기업만 사용했다. 실질적인 상용화가 이뤄진 것은 1978년 미국 시카고에서 아날로그 방식의 1세대 이동통신이 시험 가동되면서부터다.

하지만 당시에도 휴대전화의 크기가 서류가방 정도여서 대중화는 쉽지 않았다.

1980년대 들어 반도체 기술의 발전으로 휴대전화는 어른 팔뚝 크기로 작아졌다. 이동통신의 대중화가 시작된 것이다.

1993년 미국 퀄컴에서 시작된 2세대 이동통신은 부호분할다중접속 방식(CDMA)에 기반한 디지털 방식을 사용했다. 2세대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국가가 바로 우리나라다.

당시 우리나라는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한 퀄컴에 엄청난 액수(휴대전화기 판매액의 10%)의 로열티를 지불했다. 원천기술을 갖지 못한 서러움을 톡톡히 맛본 것이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는 비동기 CDMA 방식에 기반한 것으로 2001년 일본 NTT도코모가 시작했다.

3세대는 인터넷과 같은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며 화상 멀티미디어 통신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2세대와 차별화된다.

4세대 이동통신은 현재 국내 기업과 연구소들이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왕성한 연구활동을 벌이고 있다.

4세대 이동통신의 목표는 인터넷 데이터를 기존 초고속 인터넷망(ADSL)과 같은 속도로 휴대전화기 노트북 개인휴대단말기(PDA) 등에 전송하는 것이다.

5세대 이동통신은 2030~2040년을 목표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4세대의 10~20배 이상에 달할 것이다.

5세대가 상용화될 때면 방송과 통신이 융합해 구분할 수 없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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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유망학과 (28)

휴대폰 단말기·통신서비스에 대해 연구

모든 전자공학 기술이 집약된 학문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대학전공’ <28> 한재희 - 이동통신공학
이동통신공학은 휴대전화 같은 단말기와 그것을 활용한 통신서비스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전자공학의 한 분야인데,휴대전화 관련 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동통신공학의 인기가 부쩍 커졌다.

이동통신공학은 모든 전자공학 기술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반도체,통신망,통신공학 이론,소형 축전지,안테나 기술 등이 결합돼야 비로소 이동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정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통신 기술은 오랫동안 유선통신을 중심으로 발전해오다 10여년 전부터는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며 "통신공학의 흐름이 모바일에 맞춰지고 있고 스마트폰을 비롯한 관련 산업이 계속해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동통신공학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기술이 이동통신 발달의 밑거름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대학전공’ <28> 한재희 - 이동통신공학
이동통신 단말기는 영어로 'cellular phone'이다. 여기서 셀(cell)은 이동통신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으로,1947년 미국 AT&T 벨연구소에서 발명된 것이다.

넓은 지역을 작은 구역(셀)으로 나눠 주파수를 재활용함으로써 전체 사용자 수를 늘린다는 실로 획기적인 생각이었다.

하지만 당시엔 휴대전화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

만약 당시의 진공관 기술로 휴대전화기를 만들었다면,크기가 대형 버스보다 크고,가격도 수십억원에 달했을 것이다.

셀 개념이 실현된 것은 40년 뒤인 1980년대다. 반도체 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기술의 발전은 트랜지스터의 발명에서 시작됐는데,집적회로(IC)가 발명되면서 IC 한 개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이같은 집적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덕분에 1940년대 대형 버스보다 크게 만들어야 했던 휴대전화기를 오늘날과 같은 크기로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동통신 관련 기술들 중에는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태어난 것도 있다.

마이크로파가 그것이다. 주파수가 1㎓(기가헤르츠) 이상인 마이크로파는 레이더와 같은 군사적 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개발됐다.

당시 개발된 안테나와 마이크로파 소자 기술은 연합군의 승리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됐고,현대 휴대전화 기술의 발판이 됐다.

⊙ 이동통신공학의 분야

이동통신공학의 분야를 구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로 분야를 나눌 수 있다.

통신이론은 소프트웨어 분야,휴대전화기나 기지국에 쓰이는 IC를 개발하는 반도체 설계는 하드웨어 분야에 해당한다.

이동통신 시스템의 구성 요소로 분야를 구분할 수도 있다. 휴대전화 같은 이동 단말기,기지국,그리고 기지국을 연결시켜주는 이동통신망 등이 그것이다.

휴대전화는 소형화,경량화,저전력소모 기술의 집약체이다. 국내 기업들이 휴대전화 생산에서 세계 2위권이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재주가 작고 가벼운 휴대전화를 만드는 데 적합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기지국은 여러 사용자의 신호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매우 복잡할 뿐 아니라 높은 안정성이 요구된다.

기지국은 휴대전화처럼 크기를 작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복잡한 고성능 기술을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이동통신망을 흘러다니는 신호는 90% 이상의 시간을 유선망에서 보낸다.

이동통신망에서 무선인 부분은 실제로는 극히 일부분이란 얘기다.

따라서 이동통신 시스템을 전공하더라도 인터넷과 같은 유선 통신망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한다.

⊙물리학 수학 등 기초학문이 필수

이동통신공학에는 물리학 수학 등 기초학문이 응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여러 위성에서 오는 신호의 시간차를 이용해 위치를 측정하는 위성위치시스템(GPS)의 경우, 시간을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알아야 한다.

위성으로부터 오는 주파수가 중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통신공학에선 수학이론이 동원되기도 한다. 현대 대수학과 같은 고등 수학은 이동통신 시스템의 오류 신호 정정 및 암호화에 놀라울 정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기초학문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동통신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선 전자공학과에 진학해 기초를 탄탄하게 다지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전자공학과에 입학해 1~3학년 때 통신이론 신호처리 확률이론 공학수학 등 기초과목을 익히고,4학년쯤 돼서 이동통신공학에 특화된 과목을 배우는 것이다.

학과 이름에 이동통신 또는 모바일이 들어간 곳을 골라 진학할 수도 있다.

경북대 모바일공학과가 대표적이다. 경북대는 삼성전자와 산학연계로 모바일공학과를 만들어 이번에 처음으로 신입생을 뽑고 있다.

이 학과에 진학하면 4년간 전액 장학금과 삼성전자 취업에 유리한 조건을 보장받는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 이동통신 분야 전망은 매우 밝아

[미래를 이끌 이공계 학과 2010]  ‘나의대학전공’ <28> 한재희 - 이동통신공학
이동통신을 전공하면 연구소 기업 대학 등에서 고등 통신이론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될 수 있다.

엔지니어링(설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대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소프트웨어 또는 하드웨어 전문 엔지니어가 되기도 한다.

또 벤처기업의 관리자로서 사업이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전문 경영인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동통신 분야에선 지적소유권에 관한 분쟁이 많다.

따라서 이동통신 엔지니어로서 경력을 쌓은 후 이 분야의 특허 전문 변호사 또는 변리사가 될 수도 있다.

이동통신 산업은 반도체 산업과 함께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수십년 동안 이런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그만큼 이동통신 분야의 전망이 밝은 것이다. 고급 연구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 이동통신 분야를 전공한다면,다양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고,직업의 안정성과 경제적 보상도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장경영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