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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열린 사회는 모든 비판을 허용하는 다원적 사회다"…전체주의는 개인의 자유가 없는 '닫힌 사회'로 규정

    “지상천국을 건설하고자 하는 전체주의의 모든 시도는 비록 선한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하더라도 결국 지옥을 만들 뿐이다.” “인류 역사는 닫힌 사회와 열린 사회 간 투쟁의 역사다. 우리가 인간으로 남고자 한다면 오직 하나, 열린 사회로 가는 길이 있을 뿐이다.”칼 포퍼(1902~1994)의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은 전체주의의 허구성을 통렬하게 비판한 책이다. 그는 1945년 출간한 이 책에서 나치즘과 마르크스주의 등 전체주의를 개인의 자유가 없는 닫힌 사회로 규정했다. 이런 닫힌 사회에서 벗어나 개인주의를 존중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합리적인 비판과 토론이 보장되는 열린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요지다.포퍼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이다. 나치 박해를 피해 뉴질랜드에 망명 중이던 1938년 독일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병합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 책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는 열린 사회를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개인들의 집합으로 파악했다. 개인은 전체의 일부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고유한 자유를 지닌다는 것이다. 그는 “열린 사회에선 사회 규범도 인간이 만든 것으로서 비판의 대상이 되며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라며 “그래야 정책 실패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역설했다. “비판을 허용하는 열린 사회는 서로 상충하는 의견이 자유롭게 표출되고 엇갈리는 목표들이 다양하게 추구될 수 있는 다원적인 사회”라는 게 그의 견해다.반면 닫힌 사회에선 도덕과 법률, 정치제도가 자연법칙과 같이 절대적이어서 비판이 불가능하다. 그는 역사법칙주의와 민족주의를 열린 사회의 최대 적으로 꼽았다. 특히 플라톤과 마르크스를 역사법칙주의자로 규정하고,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칼 포퍼(하): 열린사회와 그 적들

    포퍼의 저서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 제목은 도발적이다. ‘적(敵)’이란 맞서 싸워야 할 상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적’들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며 그것은 왜 투쟁의 대상인가? 먼저 ‘열린사회’의 철학적 성격이 무엇인지를 밝히면 그에 대립하는 ‘그 적들’의 정체도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반증이 허용되는 열린사회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의 이론적인 토대는 그의 반증주의 과학철학이다. 말하자면 《열린사회와 그 적들》이라는 책은 그가 과학철학에서 정리한 논리를 사회철학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다. 따라서 포퍼의 과학철학에서 ‘반증’이라는 개념은 ‘열린사회’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핵심 열쇠가 된다. 그에 의하면 한 이론이 과학적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경험적으로 반증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어떤 과학 이론이 제시되면 그 이론은 엄격한 테스트를 받게 되는데 그것이 반증되면 그 이론은 폐기되지만, 반증되지 않는 것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반증을 위한 비판과 토론이 살아 있는 사회가 열린사회다. 이 점에서 보면 과학자 사회야말로 ‘열린사회’의 표본이다.포퍼가 제시하는 열린사회의 모습은 그의 비판적 합리주의 사상에서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비판적 합리주의란 이성을 중시하는 합리주의의 전통을 따르되, 이성을 절대적으로 간주하기보다 ‘인간의 이성은 원래 오류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입장이다. “내가 틀리고 당신이 옳을지도 모르며, 노력에 의해서 우리는 진리에 보다 가까이 접근할 수 있다”라며 오류 가능성을 제시한 포퍼의 주장에는 그의 비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칼 포퍼(상) 반증주의

    “과학실증주의는 틀렸다”논리 실증주의자들은 “논리적으로 자명하거나 경험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명제만이 의미있다”고 주장함으로써 형이상학을 의미없는 것으로 보고 과학 지식만을 철학의 대상으로 분명하게 선포했다. 하지만 포퍼가 보기에 그들이 내세운 검증 원리는 결정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먼저 무엇이든 엄밀하게 검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흄이 제시한 질문, “내일 또 해가 뜰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를 보면 귀납 논리로는 이제껏 셀 수 없는 해가 떠올랐으니 내일도 해가 떠오를 거라고 추정하는 것은 타당할지 모른다. 하지만 같은 결과가 많이 나온다고 절대적인 진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러셀 또한 “칠면조 입장에서는 매일 모이를 주던 주인이 어느 날 목을 비틀어 죽이는 상황은 귀납적으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며, 귀납적으로 명제의 ‘참’과 ‘거짓’을 확실히 검증할 수 없음을 지적했다. 따라서 논리 실증주의자들의 검증 원리는 그들이 몰아내려 했던 형이상학은 물론이고 그들이 옹호하려 했던 과학적 지식까지도 부정하는 결과를 낳았다.‘까마귀는 검은색’ 반증될 수 있어그래서 포퍼가 과학 이론을 정당화시킬 새로운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반증 가능성 원리’다. “과학 이론은 검증될 수 없어도 반증될 수 있다”는 말 속에는 그의 반증주의 원리가 잘 요약돼 있다. 이 말은 아무리 많은 실험의 반복도 과학 이론을 확실히 검증해주지는 못하지만,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는 단 한 번의 부정적인 실험결과로 충분하다는 의미다. 가령 ‘모든 까마귀는 검은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