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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사십둘'은 어색한 수 읽기죠

    일상의 말을 가만 들여다보면 이상한 수 읽기가 하나 있다. 숫자를 “사십둘” 식으로 말하는 게 그것이다. ‘마흔둘’도 아니고 ‘사십이’도 아니다. 의외로 이런 경우가 흔하다. 나이를 말할 때도 ‘사십두 살’이라고 한다. ‘마흔두 살’ 또는 ‘42세’라고 해야 자연스럽다.10 이하 숫자는 고유어로 많이 읽어말 쓰임새의 이런 차이는 지난 호에서 살폈듯이 숫자를 익힌, 지난 시절의 학습경험 때문인 듯하다. 일제강점기 때 아라비아숫자가 보급되면서 한국인은 숫자 읽기에 처음 눈을 떴다. 당시 문자보급교재와 신문을 보면 지금의 수 읽기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①달걀 일곱 개 중에서 세 개가 깨졌으니 남은 것이 몇 개인가.(조선일보 <문자보급교재>, 1936년) ②시계가 네 시 치오.(동아일보 <한글공부>, 1933년) ③제일 회 성적으로 보면 연령으로는 일곱 살부터 사십구 세까지 있고…(조선일보 1929년 10월 4일자)10까지의 수에는 고유어 하나, 둘, 셋 등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10을 넘는 수는 한자어가 우세했다. 예문의 ‘세 개’ ‘네 시’ ‘일곱 살’과 ‘사십구 세’에서 이런 구별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일관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10 이하 숫자에서 고유어 수사의 쓰임새가 활발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시계를 볼 때 ‘두 시 삼십 분’ 식으로 고유어 수사와 한자어 수사가 따로 자리잡은 배경도 유추할 만하다. 12시까지인 시 개념은 고유어로, 60까지인 분/초 개념은 자연스레 한자어 수사로 읽었을 것이다.수 읽기에서 이 같은 경향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가령 1명, 2명이라 쓰고 이를 일 명, 이 명으로 읽기보다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극장골' '침대축구'도 단어가 될 수 있을까?

    신어는 그 시대 사회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말글 자산이다. 다만 신어는 새로운 말일 뿐 아직 정식 단어가 아니다. 수많은 신조어 가운데 그 말에 대한 '사회적 신뢰성'이 높은 것만이 단어의 지위를 얻는다.‘①상대 선수와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한다. ②일단 부딪치면 넘어져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부림친다. ③드러누운 상태로 심판의 눈치를 살피며 편안히 기다린다. ④상대의 반칙을 얻어내지 못할 땐 즉각 일어나 공을 향해 돌진한다.’ 일명 ‘침대축구’의 공통적인 속성이다. 대개 자신의 팀이 이기고 있을 때 시간을 끌기 위해 쓰는 이기적 수법이다.경기 재미 더하는 비공식 경기용어들국제적 규모의 큰 대회나 행사는 신어도 함께 탄생시킨다. 러시아월드컵에서도 침대축구를 비롯해 극장골, 늪 축구 같은 말이 다시 한번 위력을 떨치며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침대축구’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 나온 말은 아니다. 일상의 눈으로는 낯설지만, 우리 곁에 등장한 지 벌써 10여 년 된 말이다.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는 ‘축구에서, 자기 팀에 유리한 점수로 경기가 진행되고 있을 때, 상대 팀 선수와의 작은 몸싸움에도 고의적으로 넘어져 아픈 척하며 시간을 끄는 행위’로 올라 있다. 우리말샘은 어떤 말이 새로 쓰일 때 국민 누구나 참여해 올릴 수 있는 개방형 사전이다. 단어의 지위를 얻어 정식으로 국어사전에 오르기 전 단계인 셈이다.침대축구가 경기를 지루하게 하는 요소라면 ‘극장골’은 축구의 묘미를 더해주는 말이다. ‘종료 직전 승부가 거의 확정된 상황에서 승부를 뒤집는 결정적인 골’(네이버 오픈사전)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