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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보험, 중세 해상무역 '모험대차'에서 진화

    영국 옥스퍼드대 앞에 처음 들어선 커피하우스가 17세기 후반 영국에서 대유행을 했다. 이 가운데 금융회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템스강변에 들어선 로이즈 커피하우스다. 런던에는 왕립거래소가 있었지만 허가받은 소수의 중개인만 출입이 가능했다. 그렇지 못한 중개인은 왕립거래소 주변에 들어선 커피하우스로 모여들었다. 커피하우스가 보험, 증권거래의 중심이 된 배경이다. 로이즈 커피하우스는 선착장 근처여서 선주, 선원, 무역상, 보험업자, 조선업자 등이 모이기 쉬웠다. 정부기관도 부근에 즐비했다. 자연스레 무역과 항로, 선박과 유럽의 정치 상황 등 온갖 정보가 이곳으로 쏟아져 들어왔다.큰 수익을 거둔 로이즈 커피하우스의 주인 에드워드 로이드는 중심가인 롬바르드가의 훨씬 넓은 건물로 가게를 옮겼다. 그는 차별화된 서비스도 제공했다. 벽면 게시판에 선박의 출항·도착 시간, 화물 정보 등을 게시한 것이다. 로이드는 1696년부터 아예 로이즈 뉴스를 발행해 종합 정보를 제공했다. 이것이 1734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로이즈 리스트’의 전신이다. 보험과 유사한 중세 모험대차 거래해상무역 발달과 궤를 같이하는 해상보험은 로이즈 커피하우스보다 훨씬 전부터 존재했다. 바다는 예측 불허다. 폭풍으로 배가 난파하고 역풍을 만나 표류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선주와 화주(화물 주인)는 전 재산을 날릴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을 궁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중해 교역이 활발했던 고대 그리스에서 해상무역의 위험을 덜기 위한 수단으로 ‘모험대차’가 생겨났다. 모험대차란 선주와 화주가 항해에 앞서 배나 화물을 담보로 일정 기간 돈을 빌린 뒤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여진계·중앙아시아의 튀르크계 등 유입…청동기 시대에 '단일민족' 기본 틀 완성

    유라시아 지역에서 ‘8개+α’의 길을 통해 한반도에 이주해온 집단들이 한민족의 기본핵을 만들었다. 큰 갈래만 몇 개 살펴보자. 우선 북방 몽골로이드(몽골 인종)의 몽골어 계통 주민들이 동만주를 제외한 만주 일대와 한반도 북부 일대에 살았다. 몽골의 선조인 선비족과 발해를 멸망시킨 거란족은 원래는 우리 조상의 범주(방계 종족)에 속했다. 또 발해만과 산둥반도 일대에서 중화문명의 토대를 놓은 훗날 ‘동이(東夷)’로 분류되는 이들은 발달한 농경문화를 갖고 서해를 횡단하거나, 해안을 따라 연안을 항해하거나, 걸어서 서해안 일대에 정착했다. 바이칼호와 주변 초원지대, 알타이 초원과 중앙아시아 일부에 살던 백인종의 피가 섞인 튀르크계 종족들은 말을 타고 청동기로 무장한 채 서북 만주로 진입했다. 이들은 고조선은 물론 고구려 신라 등 우리 역사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한반도와 만주를 연결한 단단한 역사공동체근대 초기에 조선의 산천을 여행한 서양인들은 답사기에서 한결같이 이렇게 서술했다. ‘한국인들은 영리할 뿐 아니라 피부색도 하얗고, 키도 커서 백인에 가장 가깝다.’ 물론 지금도 동아시아에서 서양인과 가장 가까운 외모를 가진 민족은 한국인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또 동만주와 연해주 일대의 숲과 강에는 퉁구스어를 사용하는 소위 여진계가 우리와 생활공동체를 이뤘다. 일부는 동해안을 따라 배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래서 함경북도 일대와 동간도에는 이들의 흔적이 강하고, 당연히 피가 섞여왔다.이렇게 우리는 주로 알타이어계의 튀르크어, 몽골어, 퉁구스어를 사용하는 주민들이 골고루 섞였다. 알타이어계의 핵심 단어로 ‘한

  • 생글기자

    역사의 현장에서 배우는 '다크 투어리즘'

    여행하기 좋은 봄이 다가오고 있다. 여행이라고 하면 경치 좋은 곳이나 맛집을 찾거나 체험을 즐기는 여행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배우고 느끼는 의미 있는 여행, ‘다크 투어리즘’을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이나 학살같이 역사적 비극이 일어난 곳이나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재난 및 재해 현장을 돌아보면서 희생된 자들의 넋을 기리고 교훈을 얻기 위한 여행이다.외국의 대표적 다크 투어 장소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약 40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나 9·11 테러의 현장인 미국의 뉴욕 그라운드 제로 등을 꼽을 수 있다. 굴곡 많은 역사를 지나온 우리나라 또한 많은 다크 투어의 현장이 있다. 일제강점기 때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고문을 당하고 수감됐던 서대문 형무소, 6·25전쟁 당시 북한과 중공군 포로를 수용하기 위한 거제도 포로수용소, 5·18 광주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광주 금남로나 희생자가 묻힌 망월동 묘지 등이 있다.그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곳을 꼽자면 제주 4·3사건 현장일 것이다. 올해 4·3사건 발생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다크 투어리즘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는 이곳에는 공산당으로 몰려 학살당한 양민 시신이 무더기로 발견된 섯알오름과 그들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한 4·3평화공원 등이 있다.그 근처에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이 해군 비행장으로 건설한 알뜨르 비행장과 비행기를 숨겨뒀던 비행기 격납고, 우리나라 징용자와 제주 도민을 강제 동원해 만든 진지 동굴이 있어서 역사의 현장을 두루두루 둘러보기 좋다.먹고 체험하고 즐기는 여행도 매력 있지만

  • 경제 기타

    최초의 은행은 사원이었다?

    생각해봅시다강력한 중앙정부가 형성되지 않았던 고대 도시국가들은 빈번히 다른 국가들과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자 하는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때 고대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공간이 사원이었다.오늘날 은행이 없는 일상생활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은행이 없다면 월급을 보관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의 소소한 지출은 모두 현금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 요금, 휴대폰 요금, 각종 공과금 등을 모두 해당 회사에 직접 방문해 지급해야 할지도 모른다. 은행 대출 내지 할부 서비스가 없다면 아파트나 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거금의 일시불을 지급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처럼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매김한 은행은 언제부터 시작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을까?초창기 은행은 오늘날과 같은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 가장 원시적인 은행의 기능은 귀중품을 보관하는 공공금고에 지나지 않았다. 물물교환으로 필요한 물건을 조달하던 시대가 지나고, 금화 내지 은화와 같은 화폐나 귀금속을 거래에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이들 화폐와 귀중품을 보관할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게 됐다.특히 강력한 중앙정부가 형성되지 않았던 고대 도시국가들은 빈번히 다른 국가들과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재산을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자 하는 욕구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때 고대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린 공간이 사원이었다.사원은 신을 모시는 곳으로, 폭력이나 절도와 같은 비도덕적인 일이 금지된 신성한 장소다. 또한 신이 지켜보고 있는 신성한 곳에서 다른 사람의 귀중

  • 경제 기타

    실업률과 물가와의 관계, 그리고 모순

    ■체크 포인트모순은 논리적으로 두 가지 사실이 서로 대립돼 양립하지 못하는 경우를 나타낸다. 경제학에도 모순과 같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개념이 존재한다. 실업률과 물가(임금상승률)가 바로 그것이다.다음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대사상가였던 한비(韓非)의 저서 ‘한비자(韓非子)’ 「난세편(難勢篇)」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전국시대 초(楚)나라에서 있었던 일이다. 시장에서 한 장사꾼이 창과 방패를 늘어놓고 팔고 있었다. 그가 창 하나를 들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창으로 말하자면 세상의 그 어떤 방패도 뚫을 수 있는 강력한 창입니다.” 그리고 방패를 집어 들고서는 “이 방패의 튼튼함은 천하제일로, 제아무리 날카로운 창으로 공격한다 하여도 다 막아낼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장사꾼의 설명을 듣고 있던 한 구경꾼이 묻기를 “당신이 들고 있는 창과 방패가 훌륭한 것은 알겠소만, 그 창으로 그 방패를 내리치면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구료”라고 하였다. 사람들은 구경꾼의 질문에 무릎을 치며 탄복하였고, 답변이 궁색해진 장사꾼은 물건을 챙겨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고 전해진다.창과 방패를 뜻하는 한자어 ‘모순(矛盾)’이 오늘날 말이나 행동의 앞뒤가 안 맞거나 이치에 어긋나는 상황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고사(故事)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모순은 논리적으로 두 가지 사실이나 명제가 서로 대립돼 양립하지 못하는 경우를 나타낸다.경제학에도 모순과 같이 서로 양립할 수 없는 두 개의 개념이 존재한다. 실업률과 물가(임금상승률)가 바로 그것이다.영국의 경제학자 필립스(A.W

  • 경제 기타

    짐바브웨의 미친 물가…계란 3개에 1000억 Z$!

    ■ 체크 포인트인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의 지속적인 상승을 말해요. 물가수준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화폐의 가치는 하락하죠.계란 3개 구입을 위한 1,000억 단위의 지폐최근 전국적으로 극심한 조류인플루엔자(AI) 질병으로 인해 국내 계란 가격이 크게 올랐다. 계란 가격이 상승한 걸 고려해 대략적으로 계산해 본다면,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계란 한판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대략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나 혹은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을 좀 더 보태어 지불해야하는 상황이다.그런데 계란 한판도 아닌, 단 3개의 계란을 구입하기 위해서 1,000억이라는 단위의 지폐를 사용해야 했던 나라가 있다. 바로 남아프리카에 위치한 짐바브웨라는 국가다. 짐바브웨는 2007년 이후로 엄청난 초인플레이션을 겪었다. 당시 미화 1달러가 200억 짐바브웨 달러가 될 정도로 화폐가치가 폭락했다고 한다.우리나라 환율을 보자면 미화 1달러에 1,100~1,200원 정도로 거래되고 있으니 짐바브웨 달러의 경우 그 단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화폐 기능을 무산시키는 극심한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은 물가수준의 지속적인 상승을 말한다. 물가수준이 오랜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되면 화폐의 가치는 하락한다. 일반적으로 연간 물가상승률이 수백 %를 넘으면 초인플레이션(hyperinflation)이라고 판단한다.짐바브웨의 경우도 초인플레이션에 속한다. 당시 짐바브웨는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2,200,000%에 달했다고 하니 물가가 얼마나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던 상황인지 알 수 있다. 심지어 당시 화폐가치가 하락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보니 지폐에 유통기한을 표시할 정도였다. 화폐를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