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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글기자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형태론적 차이

    ‘그들이 달린다’는 한국어 문장을 영어로 작문하면 ‘They run’이 된다. 그런데 ‘달린다’의 현재형 선어말어미 ‘ㄴ’에 해당하는 요소가 영어에는 보이지 않는다. 동사 원형인 ‘run’에는 시제를 나타내는 요소가 없다. 여기서 한국어와 영어의 언어 형태상 차이가 드러난다.언어를 형태에 따라 구분하면 크게 고립어, 교착어, 굴절어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고립어는 어형 변화나 접사 없이 문장 속 위치와 어순에 따라 단어의 관계와 기능이 결정되는 언어다. 영어가 고립어에 속한다. 중국어도 대표적인 고립어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뜻의 ‘我’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뜻인 我를 비교해보면 단어 위치에 따라 문장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교착어는 실질적 의미를 지닌 어근에 문법적 기능을 지닌 접사가 결합해 문장 속에서 단어의 관계와 기능이 달라지는 언어다. 한국어가 교착어에 속한다. ‘그들이 달린다’에서 보듯이 어간에 어떤 어미가 붙느냐에 따라 의미가 변화한다.굴절어는 교착어와 달리 어근과 접사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 라틴어가 굴절어에 해당한다. 이누이트어나 마오리어가 속한 포합어도 있다. 동사를 중심으로 문장을 구성하는 요소가 앞뒤로 결합해 마치 문장 전체가 하나의 단어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특징이다.이제 앞서 언급한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다. 교착어인 한국어는 어미로 시제를 나타내지만 영어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임희연 생글기자 (용인외대부고 1학년)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뿐' '데' 등을 띄어쓸 때와 붙여쓸 때

    띄어쓰기는 한글 맞춤법 57개 항 가운데 10개 항을 차지할 만큼 비중 있는 부분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책 한 권 분량이 될 정도로 복잡하고 방대하다. 규정을 둘러싼 논란도 많다. 1988년 한글맞춤법 개정 때 최종 심의에 참여했던 원로 언론인 고 서정수 선생은 생전에 “당시 띄어쓰기를 규정하는 작업이 유난히 힘들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의미에 따라 쓰임새 달라지는 것 구별해야띄어쓰기를 어렵게 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는 ‘형태는 같은데 문법적 기능은 다른 말’이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뿐’ ‘지’ ‘만’ ‘데’ ‘대로’ 등이 있다. 이들이 문장 안에서 때로는 의존명사로, 때로는 조사로, 또는 어미나 접미사로 쓰인다. 띄어쓰기를 공략하려면 무엇보다 이들을 구별하는 ‘눈’을 갖춰야 한다.그렇다고 무조건 외우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 자체로 헷갈리는 일이다. 모국어 화자라면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감각’으로 익혀야 한다. 다만 그것을 끌어내기 위해 ‘개념’ 정리는 해둬야 한다. 글쓰기에서 자주 나오는, 대표적인 용례를 통해 그 개념이 무엇인지 알아보자.우선 ‘뿐’은 조사와 의존명사로 쓰인다. “믿을 건 너뿐이야” 할 때는 조사로 쓰인 것이다. 의미상 ‘오로지’의 뜻을 담고 있다고 보면 된다. 조사는 자립성이 없으므로 늘 윗말에 붙여 쓴다. 이에 비해 ‘~할/~을’ 등의 수식을 받는 형태일 때는 의존명사다. 띄어쓰기는 단어별로 하는 것이므로 이때는 반드시 띄어 쓴다. ‘소문으로 들었을 뿐이다’ 같은 게 그 예다. 문장 구성이 명백히 다르기 때문에 구별하기 쉽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돕느냐?' '돕냐?'는 맞고 '도우냐?'는 틀려요

    ‘쉬이 잠들지 못하는 현대인을 위해… 세 가지 자연성분 향수로 숙면 도운다.’ 얼핏 지나치기 쉬운 이 문장에는 잘못 쓴 곳이 하나 있다. ‘도운다’가 그것이다. ‘돕다’는 ㅂ불규칙 동사다. 이 말은 활용 시 ‘돕고, 돕는, 도와, 도우면’ 식으로 어간이 불규칙하게 변한다. 이들은 말을 해보면 분명히 드러나니 쓰는 데 염려가 없다. 하지만 ‘도운다/돕는다’를 비롯해 ‘도우네/돕네’ ‘도우냐/돕느냐/돕냐’ ‘도우니/돕니’쯤 가면 헷갈려하는 것 같다. 모두 종결어미란 공통점이 있다.동사/형용사 따라 ‘-느냐/-으냐’ 구별우선 확실한 것부터 짚어 보자. ‘돕다’가 동사인 것은 누구나 안다. 우리말에 어떤 사건이나 사실을 서술하는 데 쓰는 종결어미는 뭐가 있을까? ‘-는다/-ㄴ다/-다’ 정도가 떠오를 것이다. 이들이 붙는 환경이 각각 다르다. ‘먹는다, 웃는다’를 생각하면 동사 뒤에는 ‘-는다’가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잠을 잔다, 아이가 논다’처럼 동사 중에서도 받침이 없거나 ㄹ받침일 때는 ‘-ㄴ다’가 붙는다. 또 ‘물이 맑다, 하늘이 파랗다’처럼 형용사에는 ‘-다’가 붙는다는 점도 확인된다.이를 굳이 외우지 않아도 된다. 그냥 말로 해보면 안다. 그렇다면 일단 ‘도운다/돕는다’는 답이 나온다. ‘돕다’는 동사이므로 당연히 ‘돕는다’이다(‘도운다’ ×). 물음을 나타낼 때도 ‘돕느냐’가 된다(‘도우냐’ ×). 이 역시 동사에는 ‘-느냐’를, 형용사에는 ‘-으냐’를 붙인다. 이런 방식으로 ‘먹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