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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몽골의 '창씨개명'…고유의 성(姓)을 잃다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으로 제정러시아가 무너지고 얼마 뒤 ‘소련’이 등장했다. 세계 최초로 탄생한 사회주의 국가다. 이어 1921년 소련의 원조로 몽골에 세계 두 번째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몽골 공산정부는 곧바로 ‘창씨개명’ 작업에 들어갔다. 조상 계보에 따른 충성심이 국가에 우선해선 안 된다는 명분하에 성씨(姓氏) 사용을 금지한 것이다. 이로 인해 몽골에선 전통적으로 써오던 성(姓)이 사라졌다. 대신에 ‘부친(또는 모친) 이름+본인 이름’ 형식의 새 이름 체계가 자리 잡았다. 나라글자마저 고유의 몽골문자를 잃고 러시아 키릴문자로 대체됐다.성은 없고 이름만 나열해 쓰는 곳 많아지난달 롭상남스라이 어용에르덴 몽골 총리가 4박5일 일정으로 한국을 다녀갔다. 영어권이나 중국, 일본 인명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몽골 사람 이름은 꽤 낯설어 보인다. 언론에서도 표기를 비롯해 크고 작은 혼란이 있었다. 몽골 이름을 접할 기회가 드문 데다 몽골어 표기법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거기다 몽골 인명에는 우리와 달리 성(姓)이 따로 없고 이름만 있다는 점도 표기에 어려움을 더했다. 누군가를 부를 때 통상 ‘성+직함’ 또는 ‘성+씨’를 쓰는 게 우리 언어관습이다. 가령 홍길동 사장을 ‘길동 사장’이라 하기보다 ‘홍 사장’으로 부르고 가리킨다. 의례적·공식적 표기에선 대개 그렇다. 그러다 보니 외래 인명을 접할 때 자연스레 성을 먼저 따지게 된다.하지만 아시아권에서 성과 이름을 구별하는 게 의외로 쉽지 않다. 한국처럼 성과 이름이 명확히 구별되는 나라는 중국, 일본, 베트남 정도를 빼곤 별로 없다. 가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