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째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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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형·누나와 다르게 난폭한 다섯째…도대체 왜 그럴까
소설이나 영화를 보고 딱 한 단어로 요약할 때 고구마나 사이다를 들먹인다. 2007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도리스 레싱의 소설 《다섯째 아이》는 고구마 쪽이다. 벤과 친구들의 일탈을 보며 ‘사이다’를 외치는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172페이지로 얇은 책이지만 내용이 묵직해 읽고 나면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도리스 레싱은 생전에 자신의 소설을 어떤 틀 속에서 해석하는 걸 경계했다. 그녀의 대표작인 《황금빛 노트북》을 여성해방운동 시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에 대해 ‘국지적 해석이 아닌 모든 억압받는 집단의 해방’이라는 넓은 차원으로 보길 원했다. 작가는 1988년에 발표한 《다섯째 아이》를 1980년대 영국의 상황에 대한 정치적 비유 또는 우화로 읽지 않길 당부했다.직장 파티에서 만난 해리엇과 데이비드, 둘은 ‘보수적이면서 좀 답답한 사람, 수줍고 비위 맞추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평을 들었다. 남자를 사귄 적 없는 해리엇과의 만남에 매우 신중한 데이비드는 구석에서 술잔을 들고 서 있다가 마치 서로를 보는 듯한 느낌에 빠지게 된다.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해리엇과 달리 데이비드는 일곱 살 때 부모의 이혼을 겪었다. 선박 건조업자인 부자 아버지 제임스와 달리 어머니 몰리는 검소한 교수와 재혼했다. 여동생은 부자 아빠를 따라갔고 데이비드는 난방이 안 되는 낡은 엄마 집을 선택했다.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착한 부부해리엇과 데이비드는 최소한 여섯 명의 아이를 낳기로 하고, 런던에서 2시간 거리의 소도시에 호텔을 방불케 하는 큰 집을 마련했다. 이 집에서 6년 동안 네 명의 아이를 낳고 크리스마스와 부활절마다 수십 명의 친척들과 떠들썩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