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판 츠바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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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미 작가의 BOOK STORY
한 남자를 향한 절절한 사랑 고백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두툼한 편지를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유명 소설가 R은 마흔한 살의 남자로, 경제력과 준수한 외모를 갖추고 있다. 여행을 즐기며 마음에 드는 여자를 자주 집으로 초대하는, 즐거운 삶을 누리는 중이다. R에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사연이 담긴 편지가 도착하는데 그 편지가 소설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모파상, 체호프, 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편의 대가 슈테판 츠바이크가 딱 100년 전에 쓴 《낯선 여인의 편지》는 지금도 토론 주제에 종종 오른다.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소설가 R에게 몰두한 여인, 자유로운 연애를 즐기는 남자 R, 이 두 사람의 사랑 방식을 읽은 독자들은 작가의 보수적인 여성관을 비판하기도 한다. 지고지순한 여인의 사랑법을 놓고 ‘주체적이다, 아니다’로 의견이 나뉘는 경우도 있다. 두툼한 편지를 보낸 여인은 대체 어떤 사랑을 했던 것일까. 열세 살부터 그를 훔쳐 보다인기 작가 R은 주소도 이름도 없이 ‘결코 저를 모르는 당신께’로 시작하는 편지에 호기심이 발동해 읽기 시작한다. ‘제 아이가 어제 죽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서두에서 사흘 밤낮 간호했지만 아이가 독감으로 사망했고, 귀엽고 가련한 남자아이라는 것이 밝혀진다.아이의 아빠는 누구일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소설가 R임을 알았을 것이다. 소설 뒷부분에 여자는 아이가 ‘당신의 아들’이라고 밝히지만, 그때까지 아이를 낳은 사실조차 알리지 않았다.소설 전체가 독백 같은 편지문으로 이어지는 만큼 여자의 심리가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중편소설에 가까운 단편소설을 읽다 보면 너무도 절절한 여자의 사랑과 무심한 남자의 태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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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기타
실전에 강한 챔피언과 책으로 공부한 천재의 대결
서양 장기로 불리는 체스는 가장 오래된 보드게임이다. ‘차투랑가’라는 인도의 게임이 유럽에 전해진 뒤 15세기에 국제 규칙이 확립되었다. 해마다 주니어선수권대회를 비롯한 다양한 세계대회가 열리고, 경기 인구가 수억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 높은 두뇌 스포츠다. 중편소설 《체스 이야기》 속 체스에 대한 설명 가운데 ‘어떤 책이나 작품보다 영속적이며, 모든 민족과 모든 시대에 속하는 유일한 게임이면서도, 지루함을 죽이고 감각들을 예리하게 하며 영혼에 긴장감을 주기 위해 신이 이 땅에 가져온 게임’이라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열두 살의 체스 천재이 소설에는 두 명의 체스 천재, 첸토비치와 B박사가 등장한다. 열두 살 때 아버지를 잃은 첸토비치는 천주교 신부와 함께 살게 된다. 신부는 첸토비치에게 다양한 교육을 시키지만 매사에 관심이 없다. 그저 시키는 일만 고분고분 따르고 매일 저녁 신부가 헌병대 상사와 체스 두는 모습을 졸린 눈으로 지켜보는 정도다.어느 날 신부가 체스를 두다가 임종한 신자 집으로 달려가자 첸토비치가 상사와 체스를 두게 된다. 놀랍게도 첸토비치가 그 시합에서 상사를 이기고 뒤늦게 돌아온 신부와의 대결에서도 가볍게 승리한다.놀란 신부가 첸토비치를 데리고 나가 여러 사람과 대결을 벌이게 했고, 첸토비치는 차례차례 다 물리쳐버린다. 유지들의 지원 아래 체스 대가를 6개월간 사사한 첸토비치는 시합마다 승리하더니 세계체스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한다.이 소설은 세계 챔피언이 된 스물한 살의 첸토비치가 미국 순회 경기를 마치고 아르헨티나로 가는 배에서 닷새간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앞부분에 첸토비치의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