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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 없는 신좌파, 예고된 실패 맞을 것"…이념 시대 퇴조 예언

    대니얼 벨(1919~2011)이 쓴 《이데올로기의 종언》은 서구 사회에서 급진적 변혁에 대한 기대가 한창이던 1960년에 출간됐다.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에서 사회학을 강의한 보수성향의 벨은 진보성향의 놈 촘스키와 함께 전후 미국을 대표한 지식인이다.벨은 이 책에서 1950년대 미국 사회의 변화를 심층 진단하고, 그에 바탕해 이념의 시대가 퇴조할 것임을 예견했다. 한국전쟁으로 문을 연 1950년대는 이념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좌파(트로츠키주의)에서 전향한 벨은 급진사상이 설 자리를 잃고 있으며, 조만간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술(테크놀로지) 발달과 경제·정치체제의 진화 덕분에 빈곤에서 벗어난 노동자들의 계급투쟁 의지가 급속도로 고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벨이 말한 종언의 대상은 기본적으로 마르크시즘 파시즘 등의 급진적 이념이다. 당시 세력을 급속 확장 중이던 신좌파의 여러 이념도 얼마 못가 정당성과 호소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중’ 등장에 계급투쟁 시대 끝나《이데올로기의 종언》이 출간된 때는 동서냉전이 무르익던 시절이지만 벨은 마르크시즘이 이미 화석화된 이데올로기가 됐다고 판단했다. “화이트칼라로 불리는 사무직 노동자를 위시한 ‘대중’의 등장이 이데올로기에서 강조하는 전통적인 노동자와 계급 개념을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다”는 설명이다.벨은 “최소한 서양의 역사는 마르크스의 예언을 뒤집었다”며 급진 사상의 종말을 예고했다. 노동자들이 계급투쟁의 전사(戰士)가 아니라 대중사회의 주역으로 변모했다는 게 핵심 이유였다. 여러 변혁이론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노동계급 절대 궁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