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환 교수의 과학과 놀자
-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시간이 흐르지만…웜홀 등으로 시간을 거슬러 갈 가능성은 열려 있어
미래로만 흘러가는 시간의 화살은 우주를 이해하는데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문제이다. 사진작가 김아타의 작품 <마오의 초상>은 얼음 조각상이 녹는 과정을 통하여 '존재하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는 자연의 엔트로피 법칙을 보여주고 있다. 이 작품은 미래로 흘러가는 시간의 화살 속에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존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빅뱅 우주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인가. 현대물리학에서 시간은 무엇일까. 분자의 무질서도가 엔트로피엔트로피는 ‘열은 뜨거운 물체에서 차가운 물체로만 이동한다’는 자연의 법칙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 양이다. 고립된 상황에서 열이 한 방향으로만 이동하는 것을 ‘엔트로피는 절대 감소하지 않는다’는 법칙으로 정량화한 것이다.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시간의 화살표가 된다. 김아타의 작품 <마오의 초상>에서도 따뜻한 대기에서 차가운 조각상으로 열이 이동하여 얼음이 녹는 과정이 시간의 화살표를 결정한다.물질이 원자로 구성됐다는 것을 몰랐을 때 과학자들은 ‘열에테르’를 도입하여 열을 설명하였다. 그런데 볼츠만(1844~1906)은 열의 원인이 원자의 요동일 수 있다는 제안을 했다. 볼츠만에 의해, 열에테르의 존재는 필요 없고, 엔트로피는 원자들의 무질서도를 나타내는 물리량임이 밝혀진 것이다. 하지만 볼츠만은 원자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많은 과학자의 공격에 괴로워하다가 1906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였다. 원자의 존재는 1905년 아인슈타인의 브라운 운동 논문으로 증명되었고, 이후 볼츠만 이론은 현대물리학의 기초가 된다.<마오의 초
-
과학과 놀자
블랙홀 운명 밝혀 노벨물리학상 수상한 펜로즈, 우주 시공간의 전체 기하학적 구조에서 파악
202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로저 펜로즈는 정신과 의사인 아버지와 함께 '펜로즈의 삼각형'<그림1>으로 알려진 비현실적인 도형을 디자인했다. 이 도형들은 상대론을 그림에 담고자 했던 화가 에셔(Escher)와의 교감을 통해 발전해갔다. 펜로즈의 삼각형과 에셔의 판화 '폭포(Waterfall)'<그림2>는 부분을 보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만 전체를 보면 구현이 불가능하다. 펜로즈는 이런 불가능한 도형의 기하학적 연구를 확대해 블랙 홀 형성이 우리 우주에서 피할 수 없는 운명임을 밝혔다. 아인슈타인도 부정한 블랙홀의 존재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이 1915년 발표된 직후, 1916년 슈바르츠실트는 ‘구대칭 구조의 블랙홀 해(解)’를 발견했다. 이 해에 의하면 빛도 빠져 나오지 못하는 영역인 사건의 지평선이 존재한다. 그런데 블랙홀 해는 사건의 지평선과 중심에서 무한대로 발산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아인슈타인은 블랙홀의 존재를 부정했고 계산을 통해 블랙홀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을 보였다. 상대론으로 우주 시공간의 인식을 바꾼 아인슈타인이지만, 양자역학에 이어 블랙홀의 존재까지 부정한 것이다.그런데, 아인슈타인의 계산은 몇 가지 잘못된 가정에서 출발했다. 별이 블랙홀로 수축하지 않고, 유한한 밀도를 가진 평형 상태에서 멈출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슈바르츠실트 해에 의하면 태양이 반경 3㎞ 이내로 압축되면 블랙홀이 되고, 지구가 반경 9㎜ 이내로 압축되면 블랙홀이 되는데, 당시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압축되기 전에 다른 안정된 상태에서 멈추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워 보였을 것이다. 펜로즈,
-
과학과 놀자
'흑체복사'로 우주의 온도를 잴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건물 출입구에서 체온을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대부분의 큰 건물에서는 접촉하지 않고 적외선 카메라로 우리 몸에서 나오는 빛을 분석하여 체온을 잰다. 가시광선 카메라와 적외선 카메라를 결합하여 실시간으로 우리 모습과 체온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사진1>은 대기로 재진입하는 우주 왕복선을 가시광선 및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이다. 과연 빛과 온도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 흑체복사와 온도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한 체온 측정뿐 아니라 태양과 같은 별의 온도 측정에도 ‘흑체(black body)복사’의 원리가 이용된다. 검은 물체인 흑체가 어떻게 빛을 방출할 수 있을까. 화학 반응이나 핵반응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도 물체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진동에 의해 빛이 방출될 수 있다. 또한 방출된 빛이 입자를 만나면 빛에너지가 모두 흡수되어 입자를 진동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이 모든 빛을 흡수함과 동시에 빛을 방출할 수 있는 물체를 흑체라 한다. 온도는 입자의 진동을 나타내는 변수이므로, 흑체복사 원리를 이용하여 온도를 측정할 수 있다. 온도 변화가 매우 천천히 일어나는 경우 물체에서 열 때문에 방출되는 빛은 흑체복사로 근사(近似: 아주 비슷함)될 수 있다.물체 표면은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원자를 확대하면 무거운 원자핵 주위를 가벼운 전자들이 감싸고 있다. 물체 표면이 전자로 덮여있는 것이다. 물체 표면에 있는 전자들은 온도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더 빠르게 진동한다. 전자들이 진동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진공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 아니라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전자기적 성질을 지니고 있다
-
과학과 놀자
10펨토미터(㎙) 크기 중이온을 15만분의 1초 만에 95.5m 날려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은 우리가 보는 밤하늘과 너무나 달라 낯설지만 고흐의 작품인 만큼 친근함마저 든다. 21세기 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19세기 고흐의 작품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과연 고흐는 어떻게 우리가 보지 못한 밤하늘을 볼 수 있었을까.우리는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눈으로 들어온 빛을 망막세포가 감지하고, 감지된 정보를 시신경이 뇌로 전달해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다. 결국 본다는 것은 인간의 뇌에 잠재된 창의성과 지적 능력이 반영된 결과다. 고흐의 창의성이 우리가 보지 못하는 밤하늘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한 것이다.과학자의 새로운 눈 중이온가속기현대 과학은 보는 과정을 첨단 장비와 인공지능으로 대체해 인간의 눈을 통해 볼 수 없는 매우 작은 세계의 새로운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첨단 과학의 시대에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장 작은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간의 창의성과 지적 능력은 어떤 역할을 할까.현미경의 발견으로 인류는 아주 작은 세계를 볼 수 있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됐다. 식물의 내부 구조에서 작은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마이크로 세계의 모습들이 현미경을 통해 인류에게 드러났다. 그런데 현미경은 빛을 이용하는 것으로, 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세계는 볼 수가 없다. 마이크로미터는 100만분의 1m에 해당한다.이후 전자 현미경의 발견으로 반도체의 표면과 같이 마이크로미터보다 훨씬 작은 세계를 직접 촬영할 수 있게 됐다. 전자현미경은 빛이 아니라 전자를 이용해 물질의 구조를 보는 장치로, 물리학의 양자역학 원리가 적용된다. 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