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네마노믹스

    대체인력 많은 택배 '긱 이코노미 노동자' 리키…"하루 14시간씩 일하다 보면 결국 '노예'가 되는 거야"

    기회비용에 밀린 가족영화 ‘미안해요 리키’의 주인공 택배기사 리키(크리스 히친 분)가 일을 늘리며 순항하는 것 같았던 리키네 가족. 갈등은 사춘기에 들어선 고등학생 아들로부터 시작된다. 길거리에 불법 낙서를 하고, 가게에서 물감을 훔쳐 골치를 썩인다. 일에 쫓겨 더 이상 관심을 주지 못하는 아빠 리키를 향한 삐뚤어진 외침 같아 보이기도 한다. 리키는 아들을 붙잡고 설득한다. “공부해서 대학엘 가야지. 매일 14시간씩 일하다 보면 결국 노예가 되는 거야.” 자신에 비유하는 듯한 리키의 말에 아들은 맞받는다. “아빠가 선택한 거잖아. 주어진 게 아니라 아빠 스스로 된 거야.”문제는 아들이 사고를 칠 때마다 수습하느라 일조차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기회비용’은 어떤 선택을 위해 포기한 모든 것을 뜻한다. 만약 아들의 사고를 수습하는 데 반나절을 썼다면 반나절 동안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을 포기했다는 뜻이다. 반나절 보수가 5만원, 대체 기사 비용에 대한 부담이 5만원이라면, 반나절 휴가의 기회비용은 총 10만원이 된다. 부재 시 바로 인력이 대체되는 플랫폼 시장에선 기회비용이 더 클 수밖에 없다.200파운드(약 30만원)의 기회비용을 감수하고 사고를 친 아들을 경찰서에서 데려온 날, 리키는 소리를 지른다. “오늘 얼마 날린 줄 알아? 대체 기사 100파운드(약 15만원)에 하루 공치고 벌점까지!” 그날 아들은 집을 뛰쳐나간다. 리키의 승합차 열쇠도 함께 사라진다. 리키는 아들의 짓임을 직감하고 분노한다.리키는 다시 출근하고…아들이 집을 나간 뒤 밖을 서성거리던 리키는 중학생 딸의 전화를 받는다. 늘 사려 깊게 리키를 배려해왔

  • 시네마노믹스

    얽매일 게 없는데…리키는 왜 '과로의 굴레'에 빠졌을까

    “고용 계약 같은 거 없고 목표 실적도 없어요. 출근 카드도 없고 알아서 일합니다. 자신 있어요?” “그럼요! 이런 기회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영화 ‘미안해요 리키’는 리키(크리스 히친 분)가 택배기사로 일하기 위해 면접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리키의 새 일자리는 법정 근로시간 기준도 없고, 정해진 월급도 없다. 대신 배송한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회사 매니저는 리키에게 “채용되는 게 아니라 합류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금융위기 때 직장을 잃고 일용직을 전전하던 리키는 이 기회를 ‘생명줄’처럼 붙잡는다.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을 얻을 것이란 희망에 가득차서다.‘플랫폼’이 만든 일자리리키의 가족은 네 명. 마음씨 따뜻한 아내 애비(데비 허니우드 분)와 고등학생 아들, 중학생 딸이 있다. 새로 시작한 택배 일은 리키에겐 가족을 지킬 유일한 방법이다. 리키는 아침 7시30분부터 밤 9시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 미술에 재능이 있는 아들을 대학에 보내고, 착하고 똑똑한 딸도 남부럽지 않게 키울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당신은 고용된 기사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라는 매니저의 말에 리키는 한껏 고무된다.그가 택배 일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받은 것은 손바닥만 한 단말기다. 매니저는 신신당부한다. “이건 ‘심장’ 같은 겁니다. 시스템에 등록돼 배송이 완료될 때까지 추적되죠. 배송 경로도 짜줄 거예요.” 단말기는 디지털 플랫폼을 상징한다. 리키에게 사무실 같은 전통적인 작업장은 없다. 대신 단말기를 통해 외부에서 업무를 수행한다. 리키가 찾는 택배 수요도 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관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