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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한여름에 '눈의 묵시록'을 읽는 까닭 [고두현의 아침 시편]

    눈의 묵시록송종찬갈 데까지 간 사랑은 아름답다잔해가 없다그곳이 하늘 끝이라도사막의 한가운데라도끝끝내 돌아와가장 낮은 곳에서 점자처럼 빛난다눈이 따스한 것은모든 것을 다 태웠기 때문눈이 빛나는 것은모든 것을 다 내려놓았기 때문촛불을 켜고눈의 점자를 읽는 밤눈이 내리는 날에는 연애도전쟁도 멈춰야 한다상점도 공장도 문을 닫고신의 음성에 귀 기울여야 한다성체를 받듯 두 눈을 감고혀를 내밀어보면뼛속까지 드러나는 과거갈 데까지 간 사랑은흔적이 없다사랑과 인생의 극점을 보여주는 한 편의 묵상록! 이 시는 송종찬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첫눈은 혁명처럼>(2017)에 실려 있습니다. 이 시집을 펴내기 전에 시인은 ‘눈의 제국’ 러시아에서 4년 넘게 지냈습니다. 그 특별한 시간과 공간이 이렇게 빛나는 시를 탄생시켰군요.대학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하고 포스코에 입사한 시인은 2011년 러시아 천연자원 개발 프로젝트에 자원해 모스크바로 떠났습니다. 직함이 ‘포스코 러시아 법인장’이었으니 어깨가 무겁고 임무 또한 막중했습니다. 철광석과 석탄 등 질 좋은 철강 원료를 현지에서 값싸게 사들이고 포스코의 고급 철강 제품을 러시아에 판매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습니다.연해주의 하산과 북한의 나진 선봉을 연결하는 남·북·러 물류 협력사업 ‘나진~하산 프로젝트’까지 진행했지요. 그 덕분에 시베리아 석탄이 나진항을 거쳐 포항으로 들어오고, 우리 철강 제품이 포항에서 북한, 러시아로 가는 유라시아 대륙 물류의 첫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이렇게 중후장대한 일을 해내는 틈틈이 그는 광활한 러시아의 눈밭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