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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과학에도 경제원리가 작용할까

    코페르니쿠스는 폴란드 출신 천문학자 겸 가톨릭 사제였는데 평생 지동설을 연구했다. 코페르니쿠스가 살던 시대에는 망원경이 변변찮아서 육안으로 천체를 관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그의 지동설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게 아니라 직관적인 철학에 가까웠고 허점도 많았다. 하지만 그가 지동설에 도달한 과정은 칸트가 훗날 ‘코페르니쿠스의 전환’이라고 명명했듯이 근대과학의 출발점이 되었다. 코페르니쿠스가 천동설에 의심을 품은 것은 지구를 우주 중심에 두면 금성 화성 등의 궤도가 찌그러지고 오락가락하는 모순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행성이 원을 그리며 회전한다는 원리에 위배되었다. 코페르니쿠스는 기본 전제를 180도 뒤집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즉 우주의 중심에 지구 대신 태양을 둔 것이었다. 태양이 고정되어 있고 행성들이 그 주위를 도는 것으로 계산해본 결과 천동설의 모순이 명쾌하게 해소되었다.‘코페르니쿠스의 전환’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14세기부터 서서히 형성된 합리적 의심과 논리적 사고의 연장선이다. 그 단초가 된 추론법이 ‘오컴의 면도날’이다. 오컴의 면도날은 14세기 영국 논리학자인 윌리엄 오컴이 신학 논쟁에서 펼친 논리 전개 방식에서 유래했다. 어떤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이 최선에 가깝다는 의미다. 오컴의 면도날은 ‘단순한 것이 최선’이라는 점에서 ‘사고 절약의 원칙’ ‘경제성의 원칙’이라고도 부른다. 길을 구불구불 돌아가는 것보다 직선으로 가는 게 빠른 것처럼, 인류가 오랜 기간 축적한 경험 법칙을 논리 철학에 적용한 것이다.오컴의 면도날

  • 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패러다임이란 원래 사물의 현상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는 생각의 틀, 또는 사물을 보는 방식을 뜻하는 그리스어 ‘파라데이그마’라는 말에서 유래하였지만, 쿤의 영향으로 요즈음은 과학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특정 시대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가리킬 때도 이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은 사물을 보는 방식 또는 문제의 인식과 해법에 관한 특정 시대의 과학자 집단의 공통된 이해를 가리킨다. 어떤 영역 전문가들의 공동체를 지배하고 그 구성원 사이에 공유되는 사물을 보는 방법, 문제를 삼는 방법, 문제를 푸는 방법을 말한다. 쿤이 말하는 과학 혁명이란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패러다임의 변화쿤은 어떤 근거로 과학의 변화는 혁명적이라고 주장했는가? 쿤이 과학의 변화에 혁명이라는 정치적 비유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과학의 변화에서도 정치에서 말하는 혁명과 같은 현상이 있음을 드러내고자 함이다. 혁명이라는 말은 ‘갑작스럽고 급격하고 완전한 변화’를 의미하며, 따라서 과거와의 단절을 뜻하는 정치적 용어로서 점진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개량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예컨대 고려 말 온건 개혁파인 정몽주와 같이 당시 사회의 문제와 혼란은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판단해 고려를 무너뜨리지 않고 제도를 바꿔 개혁하자는 입장이 ‘개량’이라면, ‘혁명’은 급진개혁파인 정도전 같은 이의 견해로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왕조를 세워 나라 자체를 바꿔버리자는 입장이다.‘점진적 개량이냐, 단절적 혁명이냐&rsq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