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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양 기타

    채만식 《치숙》

    “우리 아저씨 말이지요? 아따 저 거시기, 한참 당년에 무엇이냐 그놈의 것, 사회주의라더냐, 막덕[1]이라더냐, 그걸 하다 징역 살고 나와서 폐병으로 시방 앓고 누웠는 우리 오촌 고모부 그 양반…… 머, 말두 마시오. 대체 사람이 어쩌면 글쎄 …… 내 원!”고모를 내쫓은 사회주의자 고모부일본인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나’에게는 아저씨, 정확하게는 오촌 고모부가 한 명 있다. 이 아저씨는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고학력자이지만 사는 꼴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는 착한 아주머니(고모)를 소박 맞히고 신교육을 받은 여자와 살림을 차렸으며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5년을 감옥에서 보낸다.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아주머니네에 의탁했던 은혜를 입은 ‘나’는 명절 때면 고깃근을 사 보내는 등 아주머니를 돕는다. 고생하는 아주머니가 딱해 여러 차례 개가도 권하였으나 아주머니는 숭헌 소리 말라며 듣질 않는다. 폐병으로 육신이 무너진 아저씨가 감옥에서 나오자 아주머니는 식모살이에 삯바느질에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지극정성으로 그를 보살핀다. 물론 신교육을 받았다는 여자는 아저씨가 감옥에서 나올 때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 아주머니의 병구완으로 아저씨는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을 돌보거나 아주머니를 편히 살게 해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사회주의 운동을 하겠다고 한다. 도저히 못 끊으니 아편하고 꼭 같은 게 사회주의인가. ‘사람이란 것은 제가끔 분지복이 있어서 기수를 잘 타고나든지 부지런하면 부자가 되는 법이요, 복록을 못 타고나든지 게으른 놈은 가난하게 사는 법이요, 다아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