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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이코노미
디지털 물류혁명이 가져올 소비재 생산방식 변화
‘검은 금’은 석유가 아니라 후추였다. 선사시대부터 인도에서 양념으로 쓰이던 후추는 일부 상류층에서만 맛볼 수 있었고, 가치가 높아 화폐나 담보, 심지어 몸값으로도 쓰였다. 구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기업과 제국들은 수천 년 동안 교역을 감행했지만, 긴 거리는 높은 비용과 위험을 수반했다. 서양인들은 보다 수월하게 후추를 공수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항로 개척은 대표적인 노력이다.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발견된 아메리카 대륙도 후추 덕분이었다.운송과 산업전략지난 수 세기 동안 운송의 어려움 탓에 소비자들은 국가 밖의 상품을 구입할 수 없었다. 아주 부유한 소수를 제외한 일반인에게 해외에서 조달한 옷이나 식품, 도구들은 너무 값비싼 제품이었다. 운송의 어려움은 생산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소비자 가전 사업을 선도했던 RCA는 텔레비전에 들어가는 거의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들었다. 주요 부품을 설계하고 대량생산할 뿐만 아니라 진공관과 회로기판, 디스플레이를 구성하는 음극선관, 튜너, 스피커, 심지어 옛날 텔레비전의 상징인 나무 마감 수납장도 직접 만들었다. RCA의 1959년 홍보영상 《The Reason Why》에는 RCA가 모든 부품을 직접 만드는 이유가 상세히 언급된다. 바로 ‘운송의 어려움’이다. 부품을 직접 조달할 경우 시간과 거리, 운송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어 이윤이 낮아졌기 때문에 수직통합 기업이 경쟁우위를 차지했다.물류 혁명은 생산방식의 변화 가져와1970년대와 1980년대 기업들은 모두 수직통합 전략을 고수했다.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일은 수입보다 비용이 커질 위험이 높았기 때문이다.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