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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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욱 기자의 세계사 속 경제사
"전쟁의 정당한 몫을 받기 위해 요구하라"…3000년 전에도 불거진 '분배 정의' 목소리
노력한 만큼 공평한 보상을 해달라는 ‘분배의 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3000년 전 그리스 세계에서 처음 나왔다. 실존 인물은 아니지만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테르시테스가 처음으로 평등을 외쳤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전반적으로 귀족주의적 사상을 밑바탕에 둔 작품이다. 모든 좋은 것은 귀족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신분이 높은 사람은 용모도 출중하고, 부유하며 용감하다. 성품도 훌륭하고 전투도 잘할 뿐 아니라 회의에서 말도 잘한다.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는 좁은 농경사회 전통이 강한 분위기 속에서 지도자들은 운명적으로 리더의 자질을 지닌 것으로 여겨졌다. 왕에게 반기를 든 ‘예외적 평민’ 테르시테스반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무명의 병사들은 영웅의 명예와 전공을 빛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병사 대다수는 개성을 찾아볼 수 없는 배경이다. 주인공급을 제외한 호메로스 작품 속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단일하고 밀착된 존재다. 그들은 변덕이 심하고 무책임한 신들에 의해 장기판의 졸처럼 움직인다. 그들은 또 별다른 존재 가치가 없기도 하다. 아킬레우스에게 “다시 전장에 나와달라”고 부탁하러 간 사람들(귀족들)은 자신들이 아카이아인 대다수를 대신해서 부탁하는 것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한다.주인공 격인 영웅과 신을 제외한 인물들은 그나마 죽을 때에나 개인으로서의 존재가 조명받았다. 호메로스의 언어에는 생명을 가진 인간의 영혼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었다. 육체에 해당하는 단어도 존재하지 않았다. 보통 생명이나 삶으로 번역되는 희랍(그리스)어 ‘프쉬케’는 호메로스 작품 속에선 오로지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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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명철의 한국 한국인 이야기
(35) 로크의 사회계약설
‘루소’ 하면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명언이 떠오른다. 이 명언은 일반적으로 문명이 아니라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의미로 이해되곤 한다. 루소가 ‘자연으로 돌아가라’ 는 말을 직접 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이 한마디에는 루소의 사회계약설 전반을 꿰뚫는 메시지가 집약돼 있다.홉스·로크와 다른 자연 상태홉스나 로크처럼 루소도 자신의 사회계약설 논의를 자연 상태라는 개념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자연 상태를 바라보는 루소의 관점은 홉스나 로크와 다르다. 홉스의 자연 상태는 각 개인이 저마다 자기 보존을 위해 다투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 상태였고, 로크의 자연 상태는 다소 불안정하지만 각자가 이성을 가지고 자연권을 누리는 상태인 데 비해 루소의 자연 상태는 ‘자기 보존’의 감정과 ‘연민’의 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행복한 상태다. 따라서 루소의 자연 상태는 홉스처럼 극복해야 할 것도, 로크처럼 보완해야 할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인간다운 삶을 위해 회복시켜야 할 대상이다.루소에 따르면 문명의 발달로 인해 사람들 마음에 이기심과 허영심이 싹텄다. 그 결과 토지가 사유제로 바뀌고 그 소유권을 둘러싼 다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하여 부자와 가난한 자, 강자와 약자, 주인과 노예라는 불평등이 초래됐고 이 과정에서 권력을 가진 부자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교묘한 방법으로 사회의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이런 법과 제도 속에서 불평등은 더 심해지고 고착화됐다. 이와 같은 상태를 루소는 그의 저서 《사회계약론》의 첫 문장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